지난 밤 축구의 상대가 이란이나 이라크나 사우디나 여타 이슬람 국가였다면 그 나라의 국민들이 보시기에 그 얼마나 훈훈한 광경이었겠습니까. 국가대항전이란 것을 좀 염두에 두어야겠죠. 국가대표란 이름은 그냥 명찰에나 박는 게 아닐텐데.
자기 종교에 대한 관용을 구걸하기 전에 원래 접신이라는 의식은 은밀하게 행해지곤 했다는 걸 떠올릴 필요가 있는 듯합니다. 저처럼 전적인 무신론자가 볼 때는 공중파를 타는 격정적인 종교적 몰입은 공개된 마스터베이션과 다를 바 없거든요. (시간이 길든 짧든 상관없죠. 조루가 마스터베이션하는 걸 본다고 해서 덜 불쾌한 건 아니니까.)
혐오의 감정 이전에 낯부끄럽고 불쌍한 마음이 드는 겁니다. 그리고 박애주의적인 우리 무신론자들은 인간을 그렇게 타락시켜버리는 해당 종교에 대한 혐오감을 갖게 되는 거죠. 기독교적 제스쳐를 취하는 선수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기독교적 문법을 빌려 말하자면 우리 중 일부는 그저 그가 마귀들린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거죠. 비관용은 마귀를 쫒기위한 의식의 방울소리 같은 것이라고 한쪽 뺨마저 내미는 심정으로 이해해주시길.
우리는 서울이 마귀들의 나라에 한방에 갈취되는 걸 눈뜨고 바라본 끔찍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죠. 그리고 그들 내부의 자정 기능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고요. 하여 우리는 위기의식 때문에 그들을 구해야 한다는 거의 종교적인 사명감을 갖게 된 겁니다.
다른 종교에 대해 말할 필요는 없어요. 가장 튀어나온 못이 먼저 대가리를 맞을 뿐인 거죠.
물론 이 글에서 말한 \'우리\'는 저 혼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전도 같은 걸 하지 않거든요. 근데 무신론자들의 권리가 포함된 인권선언을 쓰게 하기 위해서라도 집단적 움직임(6월 6일 하루 날 잡아 무신론자 데이로 이름붙이고 6시에 교인들의 집 벨을 누르고 무신론의 아름다움을 설파하기 등)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지요.
근데 마냥 도킨스를 깔 수도 없는게...우리나라보다 미국이 무신론자여서 손해받는게 장난아니고.. 심지어는 위협도 당하기 때문에 나름 그러지않나 생각되는데요..(도킨스 자신도 뭐 종교를 가진 사람에게 억지춘향이로 들이밀지도 않고..잠재적인 무신론자들에게만 권유하지 않았나 싶고..)
기독교. 좋든 싫든 사람들을 미치게 만드는군요. 단순히 비이성적인 믿음에 자신의 나약함을 기대려 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가혹한 말은 하지 않는 게 좋지요. 축구라는 이벤트 자체도 기독교랑 비슷한 면이 있잖아요. 집단 광기. 한강변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드는 비이성적인 마력이 있다고나 할까.
피자에는 콜라이고, 닭튀김엔 무와 파인 것처럼, 축구 경기 세레모니로 기독교적인 의식이 거행되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아 보여요.
기독교도 싫고 축구도 별 관심도 없는데, 주변에서 '넌 왜 TV 안 보니, 한국인 아니니?' 뭐 이런 말 듣는 것도 지겨운 한 사람이 씁니다. 하암, 피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