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드맨 유니버스(의 좀 쓸데없이 장황한 감상)


 안녕하세요, 관심 받고 싶어하지만 정작 사람들의 시선을 싫어 하는 DAIN입니다.

 오늘은 또 쓸데없는 걸 하나 적고 가려고 왔습니다.


 [그리드맨 유니버스] 

 - 한 문장 평 : "90년대 작품의 21세기 리메이크한 작품의 완결편"으로 잘라 말하긴 아쉬운 '라무네 병 속의 구슬'


   ** [그리드맨 유니버스]와 그 앞 작품인 [전광초인 그리드맨]등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2025년 5월21일 메가박스 한정 개봉. 관심 있으신 분은 내려가기 전에 빨리 보세요~ (27일 현재 하루 1회 상영이나 하면 다행인 데가 태반인…)

  좀 쓸데없이 설명이 길어질 것 같습니다만…

 사실 이 [그리드맨 유니버스]는 일본에서는 2023년에 개봉했고 2024년에 부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이벤트 상영을 했다가, 25년 5월에 겨우 정식 개봉을 하게 된 (한국 한정) 비운의 애니메이션 작품입니다만…, 

어쨌든 그렇게 개봉이 지연된 관계로 아마 볼 사람들은 디스크건 뭐건 구해서 다 봤을 것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도 극장판은 극장에서 봐줘야 하는 것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이 [그리드맨 유니버스]는 매우 좋았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도 사람들이 즐길 만한 작품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좀 남습니다. 일단 괴수하고, 그 괴수와 싸우는 히어로(or 로봇)의 구도는 한국보다는 일본에서 더 잘 먹힐 전통적인 서브컬쳐 컨텐츠 부류이고, [그리드맨 유니버스]는 그리드맨이 나오는 여러 세계관 작품들의 크로스오버 총집편에 해당하는 물건이기도 해서 아무래도 전작 들을 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갑자기 학교 축제 준비하던 고등학생들이 갑자기 변신 히어로가 되고 괴수와 싸우고 또 다른 세계에서 왔다고 인물들이 등장하더니 또 괴수가 나와서 싸우고 좀 정신 없어 보일 수 밖에 없는 거긴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간에 이미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같은 것은 (섬나라에선) 잘 팔렸단 말이죠. (*여담이지만, 일본 일부 평자 층에서는 이 [그리드맨 유니버스]는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진짜 대척점에 서 있는 '에바의 가장 좋은 대답'이라는 평도 있었던 물건입니다.)


  일단 이게 어떤 작품인가에 대해서 좀 썰부터 풀어야 겠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전광초인 그리드맨]이라는 90년대 TV특촬 히어로 드라마가 있었고, 2018년에 뜬금없이 [SSSS.그리드맨]이라는 그리드맨이 나오는 신작 애니메이션이 나왔습니다. 이어서 [SSSS.그리드맨]의 속편이자 스핀오프로 로봇물이 되어버린 [SSSS.다이나제논]이 2021년에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 3편의 시리즈를 망라하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그리드맨 유니버스]가 2023년에 나왔고 2025년이 되어서야 한국 개봉을 하게 된 것인데… 


 1993년에 [전광초인 그리드맨]이라는 TV 특촬 드라마가 일본에서 방송을 했습니다. 실제 제작은 울트라맨 시리즈로 유명한 '츠부라야 프로덕션'이었고, 울트라맨과 차별화된 다른 히어로물을 만들겠다는 나름 의욕작이었습니다만 성과적으로는 조금 기대에 못 미쳤다~는 정도로 평가받는 TV 특촬 드라마였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대놓고 망한 작품은 아니었고, 미국에 'Superhuman Samurai Syber-Squad' 줄여서 SSSS라는 제목으로 배우를 미국 배우로 바꿔서 다시 찍는 '마이티 모핑 파워 레인저' 식으로 현지화된 드라마로 수출도 되었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이 미국판 'SSSS'를 '사이버 스커드'라는 제목으로 VHS가 수입되었고, '컴퓨터 특공대'라고 다시 제목을 바꿔서 SBS에서 방송하기도 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꾸준히 한국에서도 방송 되고 있는, 수퍼 전대나 가면라이더 등에 비하면) 마이너하지만 골수팬이 좀 있는 정도의 작품이긴 합니다. 

   어쨌든 [전광초인 그리드맨]은 하이퍼 월드라는 이름의 인류의 인지 밖의 세상 어딘가에서 온 '에이전트'인 초인 그리드맨이, 이차원에서 빠져나온 '마왕 칸디지퍼'를 쫓아서 현실 세계로 오는데, 마왕 칸디지퍼는 90년대 당시의 컴퓨터 속으로 도망치고 컴퓨터를 다루는 중학생 아이들이, 인지 세계에서는 빛의 에너지 덩어리일 뿐인 그리드맨이 주인공 중학생 아이들이 자기네들이 조립한 컴퓨터 '정크'에 빙의할 수 있도록 협력하여 인지 세계에서 존재를 얻게 된 그리드맨이, 컴퓨터 속의 가상 세계 '컴퓨터 월드'를 잠식하고 나아가 세계를 지배하려는 마왕 칸디지퍼와 싸운다는 이야기인데, 컴퓨터 속의 가상 세계 '컴퓨터 월드'에서 벌어진 일이 현실 세계의 컴퓨터 관련 기기들을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에 현실에도 위협적인 적이란 설정입니다. 

  즉 컴퓨터 속의 가상 세계 속에 숨어든 마왕이 만들어낸 전자 몬스터(=괴수)들이 가상 세계를 망가뜨리면 현실 세계의 컴퓨터와 연결된 기기들도 함께 망가진다는 거라, 이세계의 인간과 합체하여 인간 형태를 취한 그리드맨이 컴퓨터 세계에 다이브해서 싸운다는 것인데, 울트라맨 같은 '고무옷 히어로'가 갑옷을 입은 형태의 디자인인 그리드맨은, 이런저런 로봇물에 나올 특수전차나 비행기 같은 메카들과 합체할 수도 있어서 (물론 이런 메카들도 아이들이 가진 장난김 기반의 디자인과 데이타를 컴퓨터 월드에서 사용한다는 식으로 넘어갑니다만) 완구적인 면에서도 제법 평가는 높았습니다만…

  어쨌든 요즘 생각해보면 소위 '디지몬' 같은 설정입니다만, 97년에 등장한 포켓몬의 아류 취급인 '디지몬'보다 이 '그리드맨'이 몇년 빠릅니다. 디지몬은 이후로도 족벌이 계속 늘어나면서 포켓몬 같은 메이저는 아니지만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애니메이션+게임 시리즈인데, [전광초인 그리드맨]은 93년의 초기작 이후로 반쯤 잊혀졌다가 갑자기 21세기의 2018년에 애니메이션으로 부활한 거죠. 


   하여튼 속편이나 관련작이 없는 체로 한참 동안 묻혀있었던 물건인데, 2018년에 갑자기 오덕 제작사 '가이낙스'에서 떨어져 나온 '트리거'라는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SSSS.그리드맨]이란 신작이 애니메이션으로 나왔습니다. 여기서의 SSSS는 미국판 '수퍼휴먼 사무라이 사이버 스쿼드' 같은 게 아니라 'Special Signature to Save a Soul'이라고 있어서 보이는 식으로 끼워 맞춰 버렸습니다만, 정작 이 SSSS.는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부제도 아닌 장식 취급이란 게 공식의 발언(…). 즉 애니판 SSSS.그리드맨은 그냥 '그리드맨'이라고 읽어도 된다는 거라, 리메이크이자 속편인 애니판의 특징을 잘 살리는 물건인 것이지요. 

   [SSSS.그리드맨]에서는 과거 '전광초인' 시절에는 컴퓨터 세계에 잠든 마왕을 물리치고 떠난 그리드맨이었지만, 이번엔 어딘가 다른 '현재 세계'에서 기억상실인 고등학생 소년 유타와 몇명의 친구들에게만 보이는 괴수가 나타나고, 기억상실 소년 유타는 자신을 부르는 '그리드맨'이라는 목소리에 이끌려서 유타의 반 친구 릿카 네 가게에 있는 '정크'라는 컴퓨터와 접촉하는 것으로 그리드맨으로 변신하게 되는 걸로 시작합니다. 

  여기서 조금 90년대 이후에 일본 창작물에서 널리 쓰이는 것처럼 굳어진 소위 '세계물(세카이물)'스러운 요소가 좀 있는데, 이 새로운 애니메이션 [SSSS.그리드맨]의 세계는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가상 세계에 가까운 '실험실의 플라스크' 같은 곳이고, 그 누군가가 '모두가 자신에게 친절한 세계'인 '이상의 마을'이라고 현실 세계의 자신이 사는 도시를 모방해 만들어진 이 세계는 도시 밖은 존재하지 않는 일종의 폐쇄된 세계인 것입니다. 그리고, 주인공들의 학교 친구인 신조 아카네라는 여자애가 본래 이 세계를 자기가 원하는 데로 구성하고 창조한 존재인데, 아카네의 배후에는 '우주인'으로 아이들에게 불리게 되는 침략자 '알렉시스 케리브'가 있었고, 아카네는 본래 진짜 현실 세계의 소심한 (괴수를 좋아하지만!) 아이였는데 현실 세계에 지쳐서 자기가 구축할 수 있는 가상 세계에서 창조주이자 '신 놀이'를 하는 것에 빠졌다가 프로그램의 버그 같은 것인지 알수 없는 이유로 '신'인 자신을 신경쓰지 않는 캐릭터들인 릿카와 유타 등이 등장한 것으로 인해 '우주인'의 주문에 맞추어 괴수를 만들어 세계에 뿌리기 시작하는 폭주를 시작해서 가상 세계 뿐 아니라 현실 세계조차도 파괴할 수 있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중인 것입니다. 그리고 '신'인 아카네가 아니라 (똑같이 현실 세계의 인간을 모델으로 해서 가상 세계 속에 만들어진 존재인) 릿카를 사랑하게 된 소년 유타가 아카네에게 지배되는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그리드맨이 빙의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던 것이고요. 그리고 지난 '전광초인'의 세계에서 그리드맨과 협력하던 중학생 아이들이 자기 세계에서 그리드맨의 능력을 상승시키기 위해 만들었던 '어시스트 웨폰'이라는 메카들도, 이 세계에 그리드맨이 유타에 빙의된 것을 기반으로 따라한 것처럼 인간체로 인격화되어 '신세계 중학생'이라는 팀 이름을 쓰는 '맨인블랙'스러운 검은 옷을 입고 서포트 팀 비슷하게 나타나는 지경인 것입니다.

  작중에서 서브플롯에서 아카네가 그리드맨을 처치하기 위해 상대의 능력을 보면 카피할 수 있는 '안티'라는 괴수를 만드는데, 정작 안티는 그리드맨의 능력을 카피하는 과정에서 인간에 가까운 의식을 가진 그리드맨과 비슷한 사고와 의식을 갖게 되고 결국 인간형태로 변신할 수도 있게 되어버립니다. 안티는 그럼에도 창조주의 명령을 지키기 위해 그리드맨으로 변신하는 유타를 찾아 처치하려고 하지만, 인간의 육체를 얻어서 그리드맨을 찾기 위해 인간과의 관계를 겪어가는 과정에서 릿카와 알게된 안티는 창조주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되고 후반에는 그리드맨의 복제에 가까운 존재인 그리드 나이트로 변하게 됩니다. 비슷하게 전작 '전광초인'에서 선량한 디지탈 세계의 생물체인 '전자애니멀'이 마왕에 의해 괴수화되었다가 그리드맨이 선량한 괴수로 되돌려서 살려준 에피소드가 있는데, 이 선량한 괴수도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서 이 세계에 존재하고 있고요. 

  막판에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게 된 세계를 이제 어떻게 처리할지 조차도 혼란에 빠져버린 아카네는 결국 자신을 보지 않는 유타를 칼로 찔러버리는 지경에 도달하고, 이 아카네의 (파괴적) 충동을 기반으로 '우주인' 알렉시스 케리브는 아카네를 괴수로 만들어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아카네를 친구라 생각했던 릿카와의 이야기도 막판에 진득하게 펼쳐지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작중에서 차근차근 흘러가지만 어쨌든 괴수화된 창조주를 릿카가 설득하고 침략자 '우주인'을 물리친 뒤에 그리드맨이 떠나는데, 유타는 그리드맨이 빙의 되었던 동안의 기억을 전부 잃는 부작용이 있는 상태에서 엔딩을 맞이합니다. 사실 이건 원조 [울트라맨]에서 울트라맨에 빙의되었던 지구인 하야타가 기억을 잃은 것에 대한 오마쥬에 가깝습니다만,  


  [SSSS.다이나제논]은 괴수와 싸우는 히어로 '그리드맨'이 중심인 세계관 속의 또 다른 평행세계 이야기라고 하겠습니다만, 동시에 [SSSS.그리드맨]의 스핀오프이자 속편이기도 합니다. [SSSS.그리드맨]에서 '전광초인 그리드맨'시절에 '퇴치되지 않고 구해진' 괴수의 2대째가 '괴수소녀'라고 인간화되어서 등장했었는데, '다이나제논'에서는 이 '2대째' 괴수소녀가 아예 성인 여성이 되어서 다시 나오고, 또 [SSSS.그리드맨]에서 '안티'라는 카피 괴수의 한계를 넘어 히어로를 카피하는 데 성공한 '그리드 나이트'와 함께 팀을 짜서 아예 제3세력의 조력자 취급이란 말이죠. 

 그리고 원작 [전광초인 그리드맨]에서 중학생들이 만들었던 '어시스트 웨폰'들이 이쪽 [SSSS.그리드맨]의 세계로 넘어와서는 인간화되어 그리드맨을 조력하는 '신세계 중학생'이란 조력자 집단이 되어서 나오지만, 정작 '전광초인'에서 강력했던 공룡 형태의 서포트 로봇 메카는 [SSSS.그리드맨]에선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SSSS.다이나제논]에서는 공룡 기반의 서포트 로봇이 주인공 메카급으로 승격해서 다른 세계에서 활약하게 된다는 식인 건데…

  전작의 악역 이었던 중2병 창조주 신조 아카네와는 다른 방향으로 세상을 증오해서 괴수를 사역해서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괴수 우생 사상'이란 4인조가 등장해서 괴수들을 불러내서 '다이나제논'의 작중 세계를 공격하는 입장으로 등장합니다. 얘내는 과거 어떤 고대문명 왕국 시절에 괴수를 다루던 괴수술사(怪獣使い)라는 존재들인데, 작중에서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제대로 나오지 않고 암시 같은 것만 조금 나오는 정도지만, 괴수를 사용해서 자기들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괴수술사 5인조 중 한명이 나라의 공주와 사랑하게 되었고 공주 때문에 그 나라를 위해 일했지만 토사구팽 당하게 되었을 때에 동료들을 배반해서 그들을 봉인하고 자신도 미이라 화되었다 정도만 그려집니다. 현재에 어째서 괴수술사들이 부활했는지는 설졍이 없다시피해서 이유는 미지수지만…

  어쨌든 '다이나제논'의 세계에서는 과거에 괴수가 있었지만, 괴수가 사라진 이후로 완전히 잊혀진 존재였다가 어느날 과거의 괴수술사들이 부활하면서 얘내들이 현재에 괴수를 풀어서 날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과거 전광초인 그리드맨의 서포트 메카였던 용 모양 로봇(정확히는 전광초인의 그 로봇은 아니고 레플리카 or 차원을 넘어오면서 변한 로봇 정도?)에 괴수술사였다가 인간의 편을 든 '가우마'라는 인물과 평범한 고등학생 요모기 등이 타기 시작하면서, 전직 괴수술사+현대의 민간인들 VS 부활한 괴수술사 들의 싸움이 되어버리면서 전작 [SSSS.그리드맨]보다는 조금 플롯이 단순화된 구도를 보입니다. 그럼에도 충분히 (일본식 중2병적인 요소를 포함한) SF삘나는 괴수VS히어로의 세계관은 지키고 있고, 이런 장르 공식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잘 뽑힌 작품이었습니다. 

  주역 중 1명인 전직 괴수술사 출신인 '가우마'는 과거 [전광초인 그리드맨]에서 한 에피소드에서 마왕에 의해 임의로 강제 부활되어서 그리드맨 일행과 대립했다가 공주가 죽었다는 사실을 듣고 다시 잠들어서 퇴장 처리인 잠깐 나오는 게스트 캐릭터였는데, 이런 식으로 다른 세계에서 부활해서 주역 중 한명이 되는 건 속편이니 가능한 뻔뻔한 재활용입니다만, 나름 사연이 있는 것처럼 암시 되었던 조역을 속편에서 다시 살려내서 잘 써먹는 뻔뻔함이 어떤 의미론 굉장합니다. 그리고 현실적인 고민을 갖고 있던 주인공 요모기를 비롯한 일반인들이 가우마와 함께 공룡 로봇을 타고 괴수와 싸우는 와중에 전작의 인물들 중 일부인 '그리드 나이트'와 '2대째 괴수소녀'가 제3세력 조력자로 등장하고, 이런저런 갈등과 싸움을 통해 성장하면서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입니다.



 = 그리고 드디어 극장판 [그리드맨 유니버스]. 

  어떤 이변이 일어나서 [SSSS.그리드맨]과 [SSSS.다이나제논]의 세계가 그만 하나로 합쳐지는 위기 상황이 벌어집니다. 대충 그리드맨이 있었던 세계관들이 어떤 이유로 서로 겹쳐지면서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이 일어나고 있다는 정도인 거죠.

  세계가 갑자기 우르릉쾅쾅 붕괴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양쪽 세계의 비슷한 지형이 합쳐진다거나 죽었거나 사라진 인물들이 돌아온다거나 같은 세부적인 부분부터 간섭이 시작됩니다. 특히 지형이 겹치는 부분은 다른 세계에서 온 인물이 이 쪽 세계에 와서 '아 여기 낯익은 데다, 아 여기 아는데다'라고 갔더니 딴 곳이었더라~ 하는 식으로 묘한 부작용이 되고 있습니다. 


  [SSSS.그리드맨] 종료후 1년이 지나서 고1에서 고2로 진급한 유타와 친구들이었는데, 전작에서의 일을 소재로 학교 축제에서 공연할 연극에서 '그리드맨'이란 각본을 쓰는 릿카들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리드맨의 기억은 잃었지만 그런 일이 있었음을 친구들에게 들어서 알고는 있던 유타에게는 릿카가 쓴 그리드맨의 각본을 읽은 이후에 이상하게 검은 실루엣으로 보이는 유령 같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이윽고 이변과 함께 다시 괴수가 나타납니다. 유타는 다시 그리드맨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결국 그리드맨으로 다시 변신해서 싸우게되는데, 그 이후로 세계가 알게 모르게 이상하게 뒤섞이기 시작하면서 '다이나제논' 세계 쪽의 요모기나 다른 인물들이 유타의 세계에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후 이어지는 세계관의 혼란 뒤에 또 다른 흑막이 있음이 드러나고, 다시 각성한 그리드맨과 다이나제논을 타고 넘어온 요모기 세계의 인물들과 함께 흑막 세력들과 멋지게 배틀이 벌어집니다만!… 여기서 너희의 합체 패턴과 공격 패턴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여유를 부리던 흑막 최종보스가. 다이나제논의 파트가 그리드맨의 파트가 되거나 반대로 그리드맨의 어시스트 메카가 다이나제논의 파트가 되는 등, 과거 합체 로봇 장난감의 부품을 서로 바꿔가면서 끼우면서 노는 걸 '공식이 직접 선보여주는' 것처럼 극장판 한정의 다른 바리이에션 합체를 보여주는 식의 변형 배틀을 통해서 흑막에게 역습을 가하고 거의 다 이겼다 생각하는 순간에, 전작의 사실상 보스였던 우주인 침략자의 힘을 빼앗으려는 흑막 때문에 상황이 역전되어 벌어진 마지막 위기의 순간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그런 마지막 위기 순간에 더 이상 자신이 만들었던 세계에 대해 간섭을 포기하고 자신의 상상친구(…)들의 자유의지를 존중했던 과거 SSSS.그리드맨 세계관의 창조주였던 신조 아카네가 조력자로 다시 등장합니다(거의 마법소녀 삘나는 코스츔과 함께 말이죠). 덤으로 그리드맨으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앞에서도 언급한 '정크'라는 컴퓨터를 통해야 하는 유타는, 정크가 있는 릿카네 가게로 어서 빨리 가야 하는 상황인데 시간은 없고 달려가기엔 거리가 너무 먼 상황에서, 원조 실사판 '전광초인'에서 주인공 소년이었던 배우가 이제는 중년이 되었지만 좀 미화된 애니메이션 그림으로 등장해서 오토바이로 유타를 가게까지 태워다 줍니다(당연히 목소리 연기는 중년이 된 배우 본인입니다). 본인은 이제 그리드맨이 아니지만 다른 세계의 그리드맨을 태워다 주는 조력을 하는 거죠.

  어찌저찌 최종결전 이후에 각각의 후일담과 에필로그가 다뤄지면서 엔딩을 맞이합니다. (SSSS.그리드맨에서 창조주였던 아카네는 '현실'을 그린 실사 영상 부분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환경 보호 볼란티어를 하는 실사 배우 모습으로 또 나옵니다…)

 결국 90년대 이후로 (MCU보다도 훨씬 더 긴) 30년에 걸친 세계관의 사슬이 이제와서 연결되는 것인가 싶을 지경이긴 합니다만, 일단 '그리드맨'과 '다이나제논'이란 애니메이션 두편을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최고의 팬서비스이자 '일단락'이자 진짜 완결편에 가까울 정도의 수준은 된다고 하겠습니다. 


  어쩌다 보니 전작들 이야기 설명이 더 길어졌고, 현재 극장 개봉 중인(… 보긴 힘들어도) 본편의 내용은 어째 스포일러를 최대한 피하다보니 별 이야기 없이 끝나버리는 것 같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극장판에 대한 팬들의 호평이 납득이 가고는 있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그리드맨 유니버스]는 93년에 처음 시작한 시리즈를 30년이 지난 23년에 와서야 총망라하면서, 현실과 가상이 뒤섞이는 메타 픽션스럽기도 하고…, (여담인데 다이나제논의 로봇 디자인은 작중 설정으로도 실제로도 반다이 완구 담당의 중요인물이었던 노나카 타케시입니다… 이 노나카란 사람은 반다이 초합금 혼으로 나온 마징가 엔젤 시리즈의 원안 자이기도 하며, 마징가 엔젤 만화 시리즈에 본인이 직접 박사 캐릭터로 나오고 있는 덕후이기도 하지요…) 여러 세계들을 하나로 뭉쳐서 보여준다는 면에 있어서는 근래의 멀티버스 어쩌고 하는 MCU의 영화들과도 급과 격을 달리하는 꽤 괜찮은 '두리뭉실한 인접 세계의 통합과 그에 따른 부작용'을 '빅 크런치'나 '개인의 유니버스화' 등으로 적당히 치환 설명하면서 그에 따른 쥬브나일 이야기 전개가 붙으면서 꽤 괜찮은 시리즈의 완결편(?)적인 위치를 잘 다루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중간의 전투 부분이나 이세계가 뒤섞이는 위기 부분 등을 제외하면, 기본적인 드라마 플롯은 과거에 큰 사건을 같이 겪은 풋풋한 두 10대의 고백 관련 밀당 이야기일 뿐이기도 해서, 어떤 의미로던 섬나라 컨텐츠의 쥬브나일 장르의 원자급 요소들이 잘 집합되었다는 인상이기도 합니다. 

  문제라면 이 시리즈가 이걸로 완결이어도 좋겠지만, 완결하지는 않을 분위기라는 점이겠군요. 근데 진짜로 [그리드맨 유니버스] 본작 중에서 이미 여러 세계가 한번 '그리드맨'을 중심 기반으로 통합되었다 돌아온 셈인지라, 이 작품에 소속된 무수한 평행세계군에서는 어디던 그리드맨의 인자 같은 것이 남아 있을거라 어떻게든 끼워 맞출 수 있는 식으로 설정을 짜기 좋아진지라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SSSS.그리드맨]에서 해결되지 않았던 유타와 릿카의 커플링 후일담부터 시작해서 다이나제논 쪽의 후일담까지 다루면서, 이 그리드맨 세계관 작품들을 좋아하는 팬 층에게 있어서는 어벤져스 어셈블을 능가할 정도의 '오오오~'싶은 부분이 분명히 화끈하게 그려지고 있기 때문에 뭐라 할 말이 없어질 정도입니다. 

  무엇보다 SSSS.그리드맨이 원전이 학교 축제 준비하는 시즌에서 시작했다가 극장판에 와서야 제대로 학교축제가 그려진다는 점은 나름 섬나라 오덕 컨텐츠를 오래 파온 입장에서는 [시끌별 녀석들2 뷰티풀 드리머] 비슷한 소재의 내용들이 있었기도 하고 또 이런 현실과 가상이 뒤섞이는 느낌과 그런 분위기 자체는 루팡3세 극장판 '루팡 대 복제인간'등도 떠오르는 면도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의 도피가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건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같은 쪽과도 연결이 되는 소위 중2병~스러운 내용 코드인데, 이 시리즈와 이 작품은 그런 이야기를 그냥 담백하게 이런저런 일을 겪고 심적인 변화를 겪는 성장통을 통한 해결로 그려내고 있어서 '폭주'하지만 '대폭발'로 다 죽어버리고 끝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기존의 모 인기작들과 차별화되는 '신실함'이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머 늘 그렇듯이, 이런 이야기로 (전작들을 보지 않은 사람들 포함해서)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지만, 삘 맞으면 정말 상상을 초월할 만큼 디테일과 과거 소재 울궈먹기 등등 소소한 내용들의 압박이 정말 잘 짜여진 편이라서 미친 척하고 한번 보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걸 보고 앞 이야기들을 정주행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제법 큽니다. 특히 '라무네 병 속의 구슬' 같은 사소한 것도 찡하게 올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여담으로  [그리드맨 유니버스]에서 몇 가지 좋은 대사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너희들은 가상(픽션)을 믿는 유일한 종족이다" 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이 대사가 개인적으로는 꽤 꽃였다고 하겠습니다. 아니, 진짜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이후로 가장 뻔뻔한 비꼬임 섞인 명제 같지 않습니까 ㅎㅎㅎ


  과거에 반쯤 묻히다 싶었던 특촬 드라마를 21세기에 부활시키는 망상과 같은 전개를 통해서, 정말 2차 창작 동인지 수준의 망상을 해당 원전 드라마를 보고 자란 '어른이 팬'들과 공감할 수 있는 망상 전염 현상을 일으키면서 아주 삘 잘 받는 물건이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덤으로 과연 K반도국은 언제 쯤에나 시대와 세대를 넘을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 같은 뻔뻔한 생각 같은 걸 안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머 이 각박한 내란 정국 속에서 저 자신도 세상일에 신경쓰지 않고 도피하고 싶어질 지경입니다만… 결국 철저하게 세상에 등지고 자신만의 세계로 도피했던 아이에게서 유출되었던 망가진 세계관의 이야기가 이렇게 다른 이야기와 얽히고 섥히면서 다르게 바뀌어서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더라도 '그래, 아무리 힘들고 그래도 어떻게든 그렇게 그냥 살아가는 거지~'하게 되는 정도는 된다는 게 30년전 아동 대상 특수촬영 드라마가 낳은, 좀 싸 보이지만 의미는 있는 결론이었다라면 그게 그렇게 나쁜 것 같지 않습니다. 외려 만족스러웠으면 모를까…

  열심히 이런 데에 헛소리 비슷하게 막 늘어놓는다고 해도 막상 찾아 보실 사람은 없을 것 같으니, 그냥 다 까발리고도 싶어집니다만 단 한명이라도 관심을 가지길 기대할 뿐이네요. 

  머 그냥 다 같이 넷플릭스에서 [키타로 탄생 게게게의 수수께끼]라도 좀 보면 좋겠다 생각도 듭니다. 

  (그 사이에 [영상연에는 손대지 마!] 가 내려가서 아쉬울 뿐입니다만)


  하여튼 오늘도 쓸데없는 잡담이었습니다. 


:DAIN_EOM.



    • 그냥 여기저기서 제목만 듣고 그림 한 두 장만 봐서 막연히 울트라맨 유니버스인가? 했던 애니메이션이었는데 이런 역사가 있었군요. 1993년의 흘러간 특촬물을 이 시절에 이렇게 살려내고, 거기에 또 팬심을 가득 담아 세계관을 다듬고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좋은 의미로 정말 오타쿠들만이 만들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ㅋㅋ 




      적어주신 스토리를 읽어보니 딥 다크하면서도 에반게리온과는 다른 방향으로 달려 나가는 게 이제는 에바보다 이 시리즈가 더 제 취향일 것 같긴 한데요. 말씀대로라면 결국 두 시리즈를 다 보고 극장판까지 봐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것이니 허들이 좀 높습니다? ㅋㅋㅋ 확인해보니 '그리드맨'은 왓챠에 있는데 '다이나제논'은 볼 수 있는 곳이 없구요. 흠... 일단 볼 수 있는 것부터 살포시 찜부터 해 봐요. ㅋㅋ 글 잘 읽었습니다!

      • 다이나제논은 5월초까지 라프텔 등에서 볼 수 있었는데 어느 사이에 판권 종료로 다 내려가버렸네요. 일단 극장판은 극장에서 보는게 낫다고 생각하니 이미 하루 한 타임하면 다행인 극장판 그리드맨 유니버스를 내려가기 전에 보시고, SSSS.그리드맨을 보시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기도 한데 실제로 그렇게 보는 걸 추천하기는 좀 미묘하기도 하고요… 머 이미 점찍고 쌓인 것들도 많으실테니 천천히 차근차근 보시는 것도 ㅎㅎㅎ :DAIN_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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