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벨로주는 그 벨로주였네.

1. 가끔 가는 카페 중에 veloso 라는 곳이 있는데, 예전에 가게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거리를 지나다가

 혹시 저 벨로주가 그 벨로주일까.. 이러면서 들어갔던 곳이죠.

카페 한 쪽 벽면 가득한 음악cd들과 세팅된 악기들을 보며 그 벨로주가 맞을 것 같은데, 이러다가 마침 흘러나온 음악이 벨로주의 곡.

게다가 무선인터넷 비밀번호가 caetano veloso 인 것을 알고 역시 이 벨로주는 그 벨로주. 이러면서 잠시 신나했죠.

같이 간 애인한테 거봐, 그 벨로주가 맞네! 이러면서 뭔가 퀴즈라도 맞춘 듯이 잠시 들떴었죠.

그 곳에 있으면, 익숙한 음악들은 물론 귀가 솔깃해지는 음악들도 간혹 만날 수 있어요.

카페 주인의 과거가 궁금하고, 어떤 사람인지도 호기심이 생기고, 결정적으로 부러워요.

자리가 딱히 편한 것도, 음료가 매우 맛있는 것도 아니지만(아 최근에 먹은 자몽에이드에 자몽 과육이 한 가득 있어 그건 꽤 만족스러웠죠)

음악 때문에라도 가끔씩 찾게 되는 곳.

그럴 가능성은 그닥 없겠지만, 혹시라도 손님이 저희 테이블밖에 없는 날이면 허락받아 드럼도 쳐보고 싶어요.

조금 부끄럽고, 조금 많이 근사한 기분이 될 것 같거든요.

 

2. 지난 겨울에 듀게에서 두 차례 벼룩판매를 했었는데, 그때 올해는 쇼핑 좀 자제하고, 특히 옷은 왠만하면 사지 말자고 결심했었어요.

 겨울은 그럭저럭 무사히 지나갔는데,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어느 순간 보니 옷장은 다시 포화상태.

한 번도 못 신고 박스에 넣어둔 신발이 하나 둘 늘어가요.

 왜 이리 옷 사는 걸 포기 못하고 점점 짐을 불리며 방을 카오스로 만들고 있는 건지. 무슨 세탁소도 아니고.

곰곰히 따져볼 것도 없이, 단 몇 분만 생각해도 이유는 몇 가지로 추려지죠.

물욕, 물건에 싫증을 잘 내는 성격, 허영심+etc.

한 번만 입어도 그 옷에 대한 감흥이 큰 폭으로 반감되서, 예쁘다고 생각하며 산 옷도 예쁜 줄 모르겠어요.

이런 느낌이 예전에는 주로 옷과 악세서리에  한정되었다면 언제부턴가 다른 것으로 번져 신발, 가방 같은 것들에도 싫증을 매우 빨리 느껴요.

이건, 정말 맘에 드는 것을 사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이유는 부분적인 걸테죠.

여름이 가기 전에 듀게에서 다시 벼룩판매 한 번 해야하나 싶어요. 

 

3. 또래 여자들과 비슷하게 먹어도, 아니 조금 더 먹어도 마른 것이 스스로 좀 의아할 때가 있어요.

부모님 두 분다 그 나이대 어른들 평균치답게 조금 통통하신 편이고 다른 형제들 봐도 저처럼 마른 사람은 없거든요.

식구들과 골격 자체가 다른 것 같기도 한게, 저 혼자만 어깨도 좁고 골반도 작고 전체적으로 뼈대가 가는 편이거든요.  

어릴 때부터 식탐이 많아 5,6살 경 사진을 보면 항상 뭔가 먹을 것을 들고 있던데,

예를 들어, 초콜렛 케잌 접시를 한 손에 쥐고 다른 한 손에는 전투적으로 포크를 쥐고 있다던가

사촌과 손을 잡고 나란히 서서 카메라를 응시하면서도 다른 한 손에는 빵을 들고 입안 가득 햄토리처럼 우물우물하고 있다던가 등등.

이 식탐은 지금까지도 계속되서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어떻게든 반드시 먹어야 하고, 또 잔뜩 먹어야 성이 차죠.

먹고 싶은 걸 못 먹었을 경우에는 그날 밤 바로 꿈에 해당 메뉴가 등장해 주시구요.

가끔 사람들은 먹는 것 보면 결코 적게 먹는게 아닌데, 마른게 신기하다고 말하죠.

그때마다 저는 "성격이 나빠서 그래요."라고 응수하는데, 아닌게 아니라 정말 성격이 나빠서 살이 안 찌는 것 같아요.

 

여기에 한 가지 가설을 덧붙이자면 숙면을 못 취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꿈을 너무 많이 기억해요.  밤사이 자주 깨며 전 타임에 꾼 꿈의 이미지를 안고 다시 잠들어, 또 깨서 또 잔상에 괴로워하며 잠들고..

저에게는 어릴 때부터 줄곧 반복되오던 일상이죠.

가끔씩 궁금해져요. 저처럼 악몽을 많이 꾸고, 많이 기억해서 무의식과 의식 양쪽 모두에서 괴로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

때때로 지나친 강도의 악몽에 떠밀려 소스라치게 눈이 번쩍 뜨여 공포를 느껴 전화기를 들었을 때 언제든 받아줄 사람이 있어 다행이에요.

괜찮아, 괜찮아 나 여기 있어, 나 바로 여기 있어.  라는 목소리에 심장박동이 평균치로 돌아가며 거짓말처럼 어쨌든 다시 잠이 들죠.

얼마전 관람했던 팻 매스니 공연에서의 연주하는 로봇기계 오케스트리온을 홀린 듯이 바라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약간 긴장되고 초조했었는데

마침 심적으로 부담이 가는 상황에서 공교롭게 오케스트리온에서 악몽의 한 조각을 발견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오케스트리온의 모습에서 E.A.T 호프만의 '모래남자'나 한스 벨머의 스케치가 어느 한 순간 연상됐거든요. 

그래도 오케스트리온은 한 번 더, 이번에는 가능한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요. 매혹적이에요.   

 

 

 

 

 

 

 

 

    • 1.벨로주.주말에 공연보러 가끔 갑니다.
    • 1. 카페 주인이 네이버 다니다 퇴사하고 카페 차리셨죠. 카페 차리고 좀 뜸하지만 벨로주란 아이디로 네이버 블로그도 운영하십니다. 음악 정말 좋아하시는 분이죠. 앉아 있으면 문화계 인사(?)들도 자주 보입니다.
    • 3. 아직까지는 신진대사가 활발해서 그런 식습관으로도 살이 안 찌는 것일 수도 있어요. 계속 그렇게 먹다가 중년 이후에 갑자기 훅 찝니다.
      여자의 경우, 나이가 들면 어머니의 몸매를 닮아간다고 하더라고요. 어머니의 나이가 되면 그 당시 어머니 몸매를 딸이 닮는답니다.
    • 아, 맞아요. 네이버 다니다 퇴사했다는 이야기 얼마전에 누군가한테 들었던 기억이 나요. 그러고보니 지난번에 갔을 때도 문화계 인사 한 분 뒷자리에 계셨어요.
      제가 어머니 나이대가 되는 건 아직 상상이 잘 안 되는데.. 그럼 전 텔레토비가 되는 건가요.
    • 까이따누 벨로주 좋아하시는 분이 많으네요. 얼마 전에 이분이 나온 디브디 코라시옹 바가분두를 봤는데 야리한 몸매에 아주 큰 그것을 가지고 계시더군요, (뭐야 이건 뭐야 포르노야)라고 하며 서양인들은 원래 큰거야하고 큰 자괴감을 느낀 기억이 있네요. 아, 그리고 공연에 지젤 번천이 공연에 온다고 막 설레어하는 모습이 너무 좋더군요. 환갑 넘으신분인데.
    • 큰 자괴감 ㅋ. 원래 야리한 몸매의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큰 그것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죠.
      주변의 이야기와 직간접적 경험을 통해 살짝 인정;;
      지젤 번천이 온다면 소년이건 할아버지건 설렐 것 같아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2497 여름이니까 무서운 광고 (노약자, 임산부 시청 주의) 3 2,939 07-09
2496 골키퍼를 농락하는 법 4 2,925 07-09
2495 YES24 칼럼 '일요일 6시 예능의 몇 가지 관전 포인트' 업데이트 했습니다. 2 2,317 07-09
2494 순대국밥의 본좌 9 4,506 07-09
2493 그러고 보니 이번 월컵에서 서구쪽 선수들 이름을 말할 때.. 8 2,661 07-09
2492 조선판 X파일 드라마 2,411 07-09
2491 EBS 은근슬쩍 데이브 학력수정, 시청자 항의폭주 17 5,122 07-09
열람 그 벨로주는 그 벨로주였네. 6 2,587 07-09
2489 미국에 가지고갈 인터넷 전화 4 2,900 07-09
2488 재미있는 웹툰 2 3,340 07-09
2487 KBS 더 이상 못 참겠다! 바꿔보자! 1 2,874 07-09
2486 청소하기 싫어요 + 큐리 섹시 키티 낸시 15 4,466 07-09
2485 대략 정신이 멍해지는 동영상 5 3,221 07-09
2484 전신거울을 깼습니다... 8 4,430 07-09
2483 민주당은 선거에 승리할 의욕이 없는듯... 7 3,044 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