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았던 부천영화제 기행기

 

본래 오늘까지 있다 오려고 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영화제에서 장기체류하는 것에 대한 권태가 느껴지는 바람에 적절한 시점에 발을 빼고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총 다섯 편을 보았습니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고백>,<카고>,<미스터 노바디>,<쉐도우>.

본래 <엔터 더 보이드>와 <북 오브 마스터>, <은혼>까지 추가로 봤어야 했지만...;;

 

다섯 편 중 <쉐도우>를 제외하고는 그런대로 다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최고는 <미스터 노바디>.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의 모습을 실제로 본 것만으로도 좋았지만, 영화가 끝나고도 한동안 멍~해질 수 밖에 없는 느낌은 예전 <토토의 천국>을 보았을 때 이상이더군요. 감독이 14년만에 신작을 낸 건데, 스토리를 구성하고 시나리오를 쓰는 데 10년이 걸렸고 6개월 촬영에 1년반 편집 후 세상에 내놓은 거라고 합니다. 자레드 레토와 다이앤 크루거라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들이 연기한 점도 좋았고, 만약 감독이 된다면 이러한 영화를 꼭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김복남...> 역시 우리 영화가 거둔 쾌거. <마파도>의 비극 버젼이라고 생각되네요. ㅎㅎ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과, 전환점으로 그 씬을 잡은 것도 인상적이었다고 봐요. 현대 도시를 살아나가는 여성과 전통과 인습에 찌들어사는 여성을 대비시켜서 이야기하는 구도도 괜찮았고요. 물론 마지막 경찰서 장면들에서는 과장된 면들이 좀 없지않았지만 활극 수준으로 절정기를 휘몰아치다가 마지막에 그렇게 힘을 적절히 빼가며 결말로 마무리지어가는 과정도 크게 무리는 아니라고 여겨졌습니다.

 

<고백>은 탄탄한 구성을 바탕으로 한(일본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했다죠) 전형적인 일본 미스터리 영화였는데, 마츠 다카코의 연기가 아니었으면 이정도까지 영화가 뽑혀나오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이지메 문제나 청소년폭력만을 다뤘다면 시시한 영화가 되었겠지만, 인간들의 마음속에 도사린 어두운 면들까지 파고들어가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은 영화입니다.

 

<카고>는 <에일리언2>에 대한 오마쥬처럼 여겨졌습니다. 무슨 소품처럼 느껴지더군요. 하지만 원래 스페이스를 대상으로 한 류의 영화들을 좋아하는지라 즐기면서 봤습니다.

 

<쉐도우>는 패스. 이탈리아 공포영화의 본류를 따른다고 하는데 마지막에 큰 반전이 있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따분했어요.

 

 

장마철영화제답게 비가 꽤 내렸었고, 소풍 건물에서 언제나처럼 헤매긴 했지만(여기 킴스클럽이 들어서서 혼자 밥먹고 다니기엔 나쁘지 않더군요) 영화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서 기분좋게 지내다 왔습니다. 이번 주말까지 한다고 하니 한번 정도 더 다녀올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 제 8요일이 벌써 14년전 영화인가요. 동숭시네마텍에서 혼자 영화 보고 나와서 펑펑 울던 생각이 새록새록~
    • 김복남이랑 고백은 반응이 좋은것 같아서 조만간 개봉 소식이 들려오겠네요. 기대됩니다. :)
    • 쉐도우 마지막에 큰 반전 혹시 스포일러 게시판에 부탁드려도 될까요? 볼 건 아니지만 궁금하네요.. '큰' 반전이라니...
    • 전 쉐도우는 전반부에서 서바이벌 게임을 했을 때가 더 좋았습니다. 후반부도 호러 질감이 좋아서 잘 하면 뭔가 살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냥 쉽게 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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