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 인셉션 잡담

어제 아이맥스로 인셉션을 관람했어요.

요즘 영화들에 비해 화질은 그럭저럭이었으나 보기에 나쁘진 않았어요.


크리스토퍼 놀란을 처음 안 건 메멘토였는데

재미있었지만 어딘지 좀 양아치스럽다고 느껴졌어요.

그래, 기발한 건 인정하겠지만 이건 좀 너무 그렇지 않니? 같은 느낌.

(제 취향 하고 뭔가 안맞았던 거죠)


그런데 왠걸, 다음에 본 인섬니아는 거장의 느낌이 물씬 풍기더라고요. 

장난치지 않고, 정공법으로 러닝타임 내내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솜씨가 놀라웠죠.

(전 지금도 인섬니아를 가장 좋아해요.)


그 다음에 본 배트맨 비긴즈는 평작.

비긴즈가 다크 나이트를 터트리기 위한 사전작업이었다면 뭐

어쨌거나 프레스티지는 평작이었죠. (왜 스칼렛 요한슨을 그렇게 소비하는 거지!? 라는 분노가...)


그리고 마침내 인셉션.

엄청 기대하면서도 솔직히 반신반의 했어요.

그런데 영화를 보고나니

"아, 내가 영화로 밥을 먹는 사람이었으면 이 영화를 보고 영화를 그만뒀겠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세상에 천재는 많고 물론 영화계에도 천재는 많지만

천재는 언제나 예외적 존재죠. 놀라운 것을 보여주지만 그들의 논리에는 관객들이 100% 따라갈 수 없는 비약이 있게 마련이고요.

그렇기에 천재는 "아 쟤는 천재지" 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크리스토퍼 놀란은 천재 타입은 아닌 거 같아요.

그가 대단한 것은


1. (누구나 생각할 법 하지만, 생각해 낸 사람 스스로는 "아 기발하다!"라고 자평할) 괜찮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2. 몇 단계 정도 심화시켜서

3. 누구나 이해가능한 양질의 드라마로 요리한 뒤

4. 양질의 드라마에 빠질 수 없는 윤리적 / 인식론적 의문들을 제기하고

5. 드라마와 너무나 맞아 떨어지는 장면(이나 액션신 등등)으로 버무려서

6. 최상의 영화로 만들어낸다는 것.


천재들이 가끔씩 200%, -50% 이런 식으로 왔다 갔다 하는 작품을 만들어 낸다면

놀란은 언제나 90~100% 사이의 영화를 만든다는 느낌. (10 류현진 급이죠 -_-)

밸런스 극강의 그야말로 장인의 극한이라는 생각이 절로?


그런데 나이는 이제 겨우 40이고. 아무쪼록 장수를 하셔야겠지만

어쨌거나 놀라울 따름입니다.


    • 저도 놀란 작품 중에선 인썸니아를 가장 좋아해요.
      이상하게도 이 작품은 반복해서 보게되고 가끔씩 생각도 나고 그러더군요.
      인셉션 2번 봤는데 이 작품도 인썸니아와 마찬가지로 반복해서 보고 싶은 작품이었어요.
    • 저는 얼마 전에 Following 봤는데요. 놀란의 데뷔작이지요. 1시간 약간 넘는 중편인데, 정말 강력해요. 어느 장면하나 낭비하는 장면이 없고 꽉짜여져 있어요. 그리고 마지막 반전까지 1시간여의 시간이 약 십여분의 시간으로 느끼게 만드는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 네 저도 인섬(썸이 맞겠군요;)니아 이상하게 반복해서 보게되고, 가끔 생각도 나고 그래요. 정말 이상해요. ㅎㅎ
      following은 사실 존재조차 모르던 작품인데, 요즘 여기저기서 듣고 알게 되었어요. 기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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