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두 편.
'드라이'는 몇 년 전에(찾아 보니 만으로 3년 전입니다...) 폴라포 님과 로이배티 님의 후기를 보고 '저는 ott에 올라올 때까지 기다렸다 볼게요'라고 했던 영화입니다. 기다렸다기 보다 늘상 그렇듯이 잊어먹고 있다가 어느 날 보니 이렇게 턱 올라와 있네요. 쿠팡에서 봤습니다.
인물의 상황과 가뭄과 시골 동네 분위기가 삼박자로 상당히 압박을 가하는 영화였어요. 일 년 내내 비가 안 오는 먼지투성이 동네에 샤워기에서 녹물마저 나온다면 저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내빼겠지요. 수사관이 등장하는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는 시골 동네 분위기가 미국 어디나 호주나 다들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기후변화가 이런 농목축업에 가장 영향을 준다는 생각도 스쳐갔습니다. 점점 사람 살 곳이 못되는 장소가 늘지 않을까 싶은.
베테랑 수사관이며 에릭 바나의 겉모습을 한 주인공은 위의 압박들을 버텨내면서 당면한 사건을 해결함과 동시에 오래 묵은 매듭을 풀어낸다는 내용입니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에릭 바나의 겉멋없는 묵직한 연기였어요. 좋은 작품에서 또 보기를 바라 봅니다. 
'룸 넥스트 도어'는 쿠팡에서 개별 구매해서 봤습니다.
시그리드 누네즈의 원작소설로 만들어진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입니다. 지금까지 제 경험으로는 소설과 이를 원작으로한 영화를 비교했을 때 대체로 소설이 나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두 작품 중에서는 영화가 더 좋았어요. 소설(제목은 '어떻게 지내요'입니다)은 작가인 화자의 회상과 상념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영화는 주로 그런 부분 곁가지들을 많이 쳐내고 정리해서 '마사'의 암 진행을 중심으로 '마사'와 '잉그리드' 두 인물에 집중한 내용으로 만들었네요. 그러면서 결말도 바뀌었습니다. 결말이 바뀐 것은 원작을 읽은 독자 중에는 보기에 따라 호오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감독 의도대로 이야기의 완결성을 강화시키고자 한 것 같습니다. 어쨌든 '마사'의 상황에 집중해서 죽음을 가까이 지켜보고 죽음을 생각해 보는 식으로 정리한 이야기라면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전적으로 한 편의 영화로 통일성 있게 아름답게 잘 만들어졌기 때문이겠습니다.
소설이 좀더 다루고 있긴 한데 영화에도 기후위기에 대한 고민이 들어가 있습니다. 다가오는 지구의 종말을 염두에 두고 동시에 한 개인의 죽음이 진행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끝의 끝에 이르면 영화는 소설보다 희망적이에요. 그리고 위에도 썼지만 매우 아름다운 영화였습니다. 색상, 공간, 자연 이런 시각적인 요소들이 다 아름답습니다. 너무 아름다워서 불만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죽음으로 향하는 이의 모습과 환경을 너무 아름답게만 그렸으니까요. 그런데 추한 죽음을 맞지 않으려는 것이 '마사'의 마지막 희망이었으므로 저는 이 영화에서는 불평을 하지 않으려고요.
틸다 스윈튼과 줄리안 무어 두 분의 연기는 최고였습니다. 정말정말 좋은 연기였어요.
소설은 저는 읽고 나서 좀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아서 영화가 상대적으로 더 좋다고 느꼈지만, 영화에 대해 쓰며 생각하니 소설은 소설로서의 제몫을 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작가를 화자로 하면서 지식인들의 기후 위기에 대한 절망적인 염려를 좀더 비중있게 다루고요, 기타 여러 작가들 세계를 엿보는 지적인 즐거움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또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하는데, 환자 곁을 지키는 이가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고민이 설득력이 있어요. 이런 점은 영화는 좀 쉽게 가고 있지요. 소설은 더 건조한 현실성을 지닌다는 장점이 보였습니다.
관심이 있으셨다면 꼭 챙겨 보시기 바랍니다.

[드라이] 좋죠. 저도 예전에 극장에서 봤는데 생각보다 묵직한 장르극이더라고요. 풍경이 어떻게 주인공의 심상과 연결되는지 볼 수 있어서 되게 좋았습니다.
이야기와 환경이 참 잘 어우러지는 영화였어요.
저는 그 먼지 때문에 좀 갑갑했습니다.ㅎ 그래도 마지막에 화를 몸으로 막는 장면 같은 건 마음에 남았고 에릭 바나 좋았어요.
'룸 넥스트 도어' 꼭 보시길 바랍니다. 큰 화면으로 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극장에서 못 본 게 넘 아쉬웠어요. 언젠가 감독전 같은 거 하면 꼭 보러 가려고 합니다.
사건 수사대 5화 보고 있어요. 사람을 저렇게까지 고문하는 이유는 과연 뭘까...아직 짐작을 못하고 있습니다. 쏘맥 님 추천작 보려니 바쁜데 저도 재밌는 작품으로 바쁘게 해드려얄 텐데요.
[룸 넥스트 도어] 극장에서 보았어요. 제가 싫어하는 여베우가 딱 둘인데 틸다 스윈튼과 줄리안 무어여요...
소설에도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이 장면이 기억나요. 잉그리드가 인기작가이고 대형 서점에서 사인회를 하잖아요.
다음 일정이 있어서 일어나야 한다고 비서가 말하자 끝까지 다하겠다고 하잖아요. 그게 아 이런 사람이구나 하는 묘사를 잘했다고 생각해요.
이 배우들을 싫어하시는 분은 못 본거 같은데 무슨 이유가 있으시겠죠....이 영화에서 연기는 넘 잘했습니다.
소설에 그 장면은 기억에 없어요. 배려심 있고 섬세한 성격인 게 드러나는 다른 일화들이 있지만 저 장면은 소설에 없었던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