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짝코를 보고 가던 어떤 관객분의 한줄 감상

짝코를 보고 나와 버스를 기다리던 중, 제 앞에 걸어가던 어떤분의 한말씀. 


"시나리오가 정말 미친 거 같어."



물론 여기서 "미친"은 요새 유행어로 "끝내주는", "대단한"의 의미였구요.


저도 그분에게 공감.  근데 전 "미친듯이 굉장하다"기보다는, 

소름끼치게 정교한 구성이 뚝심있으면서도 섬세한 연출을 만났을 때의

행복한 결과물이 이렇게 터져나올 수 있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회상 장면들이 절묘하게 삽입되는 타이밍과 감정의 맥락도 좋았고,

중심 얼개가 되는 노숙자 수용소 안에서의 스토리 자체도 별 거 아닌 거 같은데 관객을 끄는 재미가 있더군요.

(어떻게 보면 수용소 탈주물의 변형?)

특히 두 배우의 연기가 참... 

이번 개막 영상 작업하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임권택 감독님 영화들에서 김희라씨의 연기는 유독 좋더군요.

그중 가장 "의외로 좋았던 건" 상록수였죠. (김희라 아저씨가 인텔리야! 근데 어울려!!!)



개막작인 만다라를 봤을 때도 느낀 것이지만,

이런 "젊은" 영화가 "거장의 예전 걸작"이라는 타이틀로 박제화되어버리는 게 좀 짜증스러워요.

어쩌면 서편제나 장군의 아들은(물론 이 둘도 꽤 좋은 작품들입니다만) 

임권택 감독님을 "소비"하는 대중들에겐 독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지금 옆에 프로그램 책자가 없어서 정확히 모르겠는데,

아마 만다라가 두 번, 짝코가 한 번 상영이 남았을 겁니다.

못보신 분들 속는셈치고 꼭 챙겨보셨으면 좋곘네요.

소위 유럽예술영화적인 감수성을 좋아하신다면 만다라가,

장르적인(장르적이라기보다는 스토리텔링의 재미?) 재미를 원하신다면 짝코쪽이 나을 듯.




    • 올려주시는 임권택 감독님 전작전 이야기들 잘 보고있어요 :)
      만다나라 짝코 외에도 흥미롭게 보신 작품 이야기 해주세요
    • 딸기왕/ 저도 제대로 된 관람은 이제 시작인 걸요. 이번주부터 임권택 전작전과 시네바캉스 양쪽을 열심히 챙길 예정.

      개벽이나 길소뜸은 워낙 유명하니 잘 아실 거구...
      개벽은 제가 좋아하는 영화이지만 "전반부 내내 도망다니기만 해서" 실망하실 수도 있어요. (근데 오히려 그게 더 재미있다고 느끼실 수도.)
      길소뜸도 플롯을 읽을 때와 영화로 직접 볼 때 느낌이 많이 다른 작품 중 하나죠.
      특히 극중에서 김지미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나, 신성일이 피난길을 회상하는 장면들이 예상보다도 꽤 "쎄게" 묘사되더군요.
      후반부의 장면들(그 유명한 라스트 자동차까지 포함해서)도 '이게 625를 다룬 "한국영화" 맞어?' 싶을 정도로 서늘함이 있죠.

      영화를 제대로 챙겨본 건 아니지만 '속눈섭이 긴 여자'나 '낙동강은 흐르는가'도 흥미롭습니다.
      특히 '증언'이랑 '낙동강은 흐르는가'를 비교해서 봐도 재미있을 거 같아요.
      '증언'의 전쟁 장면은 일본 특촬물(!) 분위기이고 실제로 그쪽 사람들과 관련된 셈인데,
      '낙동강은 흐르는가'는 전혀 분위기가 달리 무슨 지옥의 묵시록 보는 거 같은 전쟁장면들이 나오더군요.
    • 이번 임권택전으로 젊은 관객분들이 발견하는 영화들이 많았으면 합니다. 진정 그랬으면 좋겠어요. 말씀하신대로 한국고전영화들을 박제로만 놓고 있긴 너무 아까운 게 많죠.
    • 짝코 시나리오는 송능한 감독님의 형님인 송길한씨 작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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