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안전 염려증

아버지는 늘 안전한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세요.

집의 방범 단속과 같은 것이요.


주인 없이 돌아가는 선풍기나 똑똑거리면서 떨어지는 물도 참을 수 없어 하시지만

문이 열려있는 상태로 외출하는 것, 혹은 외부로 부터 침입에 노출되도록 보여지는 것에 대한 걱정을 너무 많이 하시죠.


외출하시다가 문을 잠군것이 맞는지 3번씩 되돌아와 확인하신 적도 있다고 하세요.

집에 들어왔는데 꼬리가 길어 현관문을 잠겨있지 않은 상태로 두면 마치 도둑질이라도 한 것 처럼 나무라시고요.

저희 집에는 걱정할 만큼 덜렁대는 성격의 사람이 없는데도 끊임없이 걱정하세요.


할머니와 함께 살때도 그런 이유로 할머니가 외출을 하지 못하셨었어요.

억지로 못나가게 가둬둔건 아니지만 한번 나가실때마다 집이 비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불평을 하시니 할머니가 집을 비우면 안된다고 생각하게 되셨죠.

지금은 할머니가 저희집에 안계신데, 집에 상주하는 사람이 없게되자 문제가 더 두드러져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저희집은 이제 불을 끄지 않아요.

모든 방의 불을 다 켜놓는게 아니라 매일 나갈때 마다 다른 위치에 불을 켜놓으세요.

비가오는 날엔 1층인 집 안이 보일 수 있으니 마루의 불은 끄고 방에 불을 켜요.

화창한 날에는 커텐을 걷어두고 나가지 않으면 밖에서 볼때 사람이 없어 보이지 않냐고 화내시고요.

할머니가 요양원에 가셨는데 아파트 사람들 모두가 할머니가 집에 있는 것으로 알도록 할머니 방에는 늘 불을 켜두세요. 밤에 잘시간되면 가서 끄세요.

할머니가 계실때에 라디오를 틀어놨던 것도, 계속 틀어놔요. 손님이 많아지거나 시끌벅적한 날에만 끄시죠.

아무리 바빠도 우편물을 하루라도 수거해 오지 않으면 빈 집인걸로 보이니 도둑이 든다고 해서 저는 회사에 지각을 해도 우편물, 우유, 신문을 챙겨야 해요.


보통 가장 늦게 출근했던 제게 매일같이 문은 이렇게 잠그고 나가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지금은 부모님 두분이 이제 일을 하지 않게 되고 어머니가 아프셔서 서울 밖에 요양차 나가 계신 날이 주에 반정도 되는데

퇴근시간 무렵에 집에 가는 시간을 물어보시고, 집에 가면 불은 어떤걸 켜놨으니 꺼라. 문은 잘 잠궈라, 집에가서 전화를 다시해라. 를 꼭 말씀하세요.

시긴 전화를 하지 않으면 화를 내세요. 집에 간 이후 또 챙길게 있으니까요. 그리고 아침에 출근전에도 전화를 꼭 하라고 하세요.

몇번씩 현관문, 집의 조명관리, 외부 배달물 관리 등을 확인하시고 나서야 안심이 되시는 듯 해요.


위에 적은것 처럼 저도 덜렁대지 않는 편이라 단 한번도 집에 들어오거나 나가며 실수로 문을 열어둔 적이 없으니까요.

실수가 많아 챙기는게 아니라 그냥 본인이 안심이 안되서 확인을 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게 하루이틀이지... 슬슬 저도 스트레스 받고 통화할때 다 잘 챙겼다고요! 하고 버럭 화를 내게 될 때가 생겨요.

어머니도 아버지의 이런 행동때메 짜증나고 불편하다고 몇번이나 제게 투덜거리셨고요.


건강 염려증 같은 것은, 그것도 60평생을 그렇게 지내신 분이 고치긴 힘든 거겠죠?

주변 사람의 노력 만으로는 본인의 의지가 없는 경우에는 어렵다고 알고 있어요.


그러려니 하고 제 마음을 다스리는게 답이라는건 알고 있는데, 잘 안되네요.

    • 고정관념일지 모르겠지만 혹시 아버지께서 과거에 집에 도둑이 들었다거나 불이 났다거나 그런일이 있던것은 아닌지가 궁금하네요
      확실히 과민해보이기는 해요.. 근데 가장이 그렇게 하시면은 다른 가족들은 따르는수밖에 없는것 같아요..
    • 그동안 자신이 모으고 일구고 애쓴게 다 집에 몰려 있어서 나타나는 현상인 것 같아요. 여태까지 티끌모아 태산을 만들었는데 그게
      하루아침에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저는 약간 이해가 가기도 해요.
    • 1층이라 더 그러시는지도 몰라요. 예전에 2층에 살았던 적이 있는데, 좀 더 불안하더라고요.
    • 진짜 좀 더 높은 층수의 아파트로 이사하는 게 해결책일 수도 있겠네요. 고층일 경우 침입경로는 현실적으로 현관말고는 없다고 봐도 되니까요.
    • 아이고, 가족분들이 여러모로 힘드시겠어요.
      저도 약간 문단속 강박이 있어서 어느정도 공감은 됩니다.
      외출할때마다 베란다창, 가스밸브, 보일러, 화장실불, 결정적으로 대문! (과장섞어서 아침마다 문고리를 최소 50번은 돌려봅니다)
      아무튼 평소에 문단속에 할애하는 시간만 10분 가까이 되고요.
      심지어 출근길에 역근처까지 다 왔는데 불안한 마음에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잘 잠겼나 확인한 적도 있어요. 회사는 당연히 지각-
      저는 심리적으로 불안하곤 하면 특히 증세가 심해지는데요,
      정말 심할 땐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가스밸브가 잘 잠긴 것을 확인하느라 5분가까이 만지작거린 적도 있네요.
      누가 집에 있으면 외출할때 마음이 편하죠. 하지만 그걸 강요할 수도 없는 문제고...
      심리학 전공한 지인에게 심각하게 상담했더니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외출을 꺼리고, 회사도 안가게 되고,
      점점 히키코모리가 되어가는?)만 아니라면 괜찮다고 해서 안심했어요.
      아버님께서 괴로워하신다면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전 제 강박증이 한동안은 너무 괴로웠거든요. 근데 제동생은 저보다 몇배는 더해요.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자신의 그런 성향을 전혀 불편해하지 않는다는 점이죠. 어쨌든 들볶이는 쪽은 저니까요.
    • 연세 드실수록 지키려고만 하시는 것 같아요.
      본능인 듯 해요. 그저 본능이라고 여기시고 이해하시길...
    • 사람 / 그런 일은 없었던 걸로 알아요.

      스위트블랙, catcher / 그렇군요. 지키려는 마음은 아직 모르지만 이해할 순 있을 것 같아요.

      묭묭, 27hrs / 다음에 이사를 가면 높은 층으로 가자고 해야 겠어요. 제가 같이 살지 않아도 평생 함께할 어머니를 위해서요.

      웬즈데이 / 본인은 과민하시다는건 전혀 모르시더라고요. 문제가 될까 걱정이 된 것도 있었는데 일상생활에 지장을 안주면 된다는 말에 좀 안심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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