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대화...
1.어떤 여자에게 몇살까지 일하고 싶냐는 말을 들었어요. 내 대답은 '영원히'였죠.
2.그야 이건 각자의 의도가 어긋난 거긴 해요. 여자가 물어본 의도는 되도록 노동은 빨리 끝낸 후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고 쉬고 싶다는 거고, 나는 일을 그만두는 게 아니라 '그만둬지는'것을 싫어하는 거니까요. 어쨌든 너무 짧았던 대답을 보충하기 위해 다시 대답했어요.
'난 작가니까. 아무도 내게 일을 주려고 하지 않게 된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지. 그래서 영원히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어쨌든 그래요. 일해야만 하는 삶은 비참하지만 일할 수 없는 삶 또한 비참하니까요. 나는 일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일을 제안받는'건 여전히 좋아하죠.
3.어쨌든 돈은 아무리 벌어도 그걸로 자신을 증명할 수는 없거든요. 물론 소비로 증명할 수도 있겠지만, 소비 생활을 1년쯤 하면 알게 되죠. 체력과 심력을 소모해서 무언가를 한다는 점에선 같다는 걸요. 버닝에서 벤이란 놈이 말했듯이 노는 것도 일인 거죠.
어차피 똑같이 체력을 소모할 바엔 노는 것보다는 일을 하는 게 낫다는 거예요. 내게 소비 생활은 생존이 아니라 평판을 버는 활동이니까요. 내가 어디서 얼마나 쓰는지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고, 주기적으로 상기시켜주는 소비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거죠.
사실 그냥 숨만 쉬면서 살 거면 귀찮게 노동을 할 필요는 없어요. 백수로 살아도 되죠. 하지만 소비를 하든 일을 하든, 어차피 평판작을 하면서 살 거라면 역시 일을 좀 해야한다 이거죠.
4.휴.
5.그녀의 친구가 내게 '무슨 얘기를 꺼내도 대화가 통하니까 참 좋다'라고 말했어요. 예전에는 좋게 들렸을 텐데 지금은 좋지 않게 들렸어요.
왜냐면 평범한 어른이라면 무슨 얘기를 꺼내든 모르는 게 보통이거든요. 자신의 분야만 파고 그거 하나에 깊게 매진한 사람은 요즘 누가 홈런을 몇 개 쳤는지, 무슨 드라마가 나왔는지, 어떤 아이돌이 있는지 알 턱이 없죠. 그런 거를 알아볼 시간이 없으니까요. 말 그대로 매일 출근해서 자신의 분야 하나만 열심히 하고, 인터넷 한번 볼 시간 없이 잠자고, 다시 다음날 출근하는 기계와도 같은 삶을 살죠.
상대가 무슨 얘기를 꺼내도 다 안다는 건 헛짓거리를 굉장히 많이 하고 있다는 뜻인 거 아닌가...싶었어요.
6.사실 저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한달에 2억씩 버는 건 물론 아니예요. 미친듯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한달에 세후 2천만원 정도 버나? 그 사람의 운빨이 아주 좋다면 말이죠. 전문직이고 운까지 좋다면 한달에 한 5천 정도 벌겠죠.
오래 전에는 '저 사람 저렇게 일하고 고작 한달에 천 버나? 저 사람은 저렇게 잘난 척 하는데 고작 한달에 2천 버나?'라는 생각도 했지만 글쎄요. 아 물론 그게 맞는 생각일 수도 있어요. 어떤 사람이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거기에 가치를 더 부여해 줄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죠. 중요한 건 숫자니까요.
7.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그 사람들에게 돈은 중요하지 않아요. 그 사람들은 바쁘기 때문에 본인이 돈을 안 쓰거든요. 그 사람의 가족들이나 자식들이 쓰는 거죠.
남들이 보기엔 일하는 기계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사람들은 그저 다이어리를 만들어 가는 거예요. 오늘 일기장에 '오늘은 열심히 일했다'라고 쓸 수 있는 하루를 보냈다는 것이 그 사람들의 행복일지도 모르죠. 그렇게 30년 보내고 은퇴하면 가족들과 서먹서먹하고 외톨이가 될 수도 있겠지만...그래도 그들은 열심히 산 30년분량의 일기장을 가지게 되는 거죠.
그 일기장이 그들의 트로피가 되어주기 때문에...그들은 나름대로의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