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의 회고록'

'달팽이의 회고록'을 극장에서 봤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나니 내용면에서 감상보다 만든 사람들에 대한 경외감부터 들었어요. 8년 동안 제작했다고 하고 여기 등장하는 인물, 동물, 사물 들의 갯수만 7천여 개라고 해요. 정확하게는 몰라도 다른 클레이 애니메이션에 비해 만들어야 했던 오브제의 갯수가 훨씬 많았지 싶습니다. 왜냐하면 주인공의 취미가 수집이거든요. 달팽이 관련물 수집이 강박적인 취미라 방이 그 수집품으로 꽉 차 있어요. 수집한 물건들 하나하나가 비율이 울툴불퉁하고 색상은 침침할지언정 섬세하고 독특해서 허투루 만들어지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래 붙인 사진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하나하나 사람의 손으로 조절해 가면서 영화를 만들어나가니 그 공과 시간을 생각하면 94분 보고 잊기가 미안할 정도입니다.


내용은 고아가 되어 떨어져 살게 된 쌍둥이 남매의 고난 속 성장기라고 할 수 있어요. 시련과 외로움 속에서 자꾸만 자기 안으로만 파고들게 되는, 쌍둥이 중 그레이스의 시선을 따라가며 전개됩니다. 누구든 저런 일이 잇달아 생기면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스럽습니다. 결국 인간은 실제로 손을 잡아주는 현실 인간의 도움이 주변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레이스에게도 껍질을 나오게 하는데 힘을 보태주는 인물이 있습니다.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모범적인 평범함에서 벗어나 있어요. 타고난 결핍을 안고 있거나 다수의 인증을 받는 성향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남에게 해를 주지만 않는다면, 정상, 평범, 모범과 비정상, 괴상함, 실패를 구분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 느껴집니다. 심지어 주인공에게 아픔을 안겨 준 인물이라 할지라도 단죄하는 식으로, 가혹하게 평가하는 식으로 표현하지 않습니다. 모두 그 자체로 보고 너그럽게 안고 가는데, 그레이스의 성장 서사뿐만 아니라 이것이 영화의 중요한 하고픈 얘기라고 느꼈어요.       

다만 이 영화가 냉정한 시선으로 단죄하고 싶어하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극단적 기독교 집단입니다. 영화 속의 세계에서 오로지 혐오스럽게 표현되어 있으며 유일하게 없어져야 할 집단으로 표현되어 있어요. 이 사람들은 '대화'가 불가능합니다. 답은 자신들이 갖고 있고 그 답으로 가는 방법도 자신들만이 갖고 있으니 모든 여지는 허용이 안 됩니다. 인간 세상에서 '대화' 할 수 없는 집단이라니.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반적으로 슬프고 안타까운 일의 연속이라 보는 중에 즐길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래도 해피앤딩이고 어림도 없는 해피앤딩이 아니라 과연 이런 해피앤딩이 나에게도 가능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는 건 좋은 영화의 조건이라 여겨져요. 추천드리며...이제 상영관은 찾기 힘든데 ott에서 볼 수 있겠죠.    

 

덧. 선거 직후니 옆길로 좀 가면, 어째서 김문수와 이준석이 유권자 반 가까이 되는 표를 얻는가 고민스러울 때 대구경북, 강남 3구로 말하는 최상위 부유층, 20대의 우경화 그리고 우리나라의 기독교 계통 신자와 업자들 비율을 떠올리면 어느 정도 납득도 됩니다. 물론 겹치는 숫자가 많아서 정확하진 않으나 대충 이런 관련일 것이란 생각을 해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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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리와 맥스' 감독님의 신작이 정말 오랜만에 나온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극장에서는 어영부영 놓쳤네요. 설명해주신 영화에서 하고싶은 이야기가 참 좋습니다. 되게 당연한 얘기인데도 그걸 막게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그걸 뒤에서 주도하는 거대한 집단이 있어요. 극단적 기독교 집단이 그 대표적인 예겠죠. 성경의 일부만 지들 입맛에 맞게 왜곡하고 강조해서 억압하는 것이 이슬람 쪽의 극단적 집단들과 근본적으로 크게 다를 것이 있나 싶구요.




      2번 득표율은 언급하신 그런 것들이 대체적으로 맞고 국정농단, 내란을 일으켜도 깨트릴 수 없는 콘크리트가 이번엔 진짜 지기 싫다고 영혼까지 끌어모은 것이 저정도 수준이구나 다시 확인하는 결과가 된 것 같습니다. 이준석 찍는 애들은 일*, 펨* 말고도 다른 '평범한' 커뮤에도 많이 퍼져있는데 걔들이 원하는 걸 보면 그냥 유럽 극우, 미국 MAGA들의 끔찍한 혼종인데 얘넨 답이 없다고 느껴져요.

      • LadyBird 님께서도 이 영화 마음에 들어 하실 겁니다. 


        기독교가 오래 전부터 사학재단 만들어서 영향력 행사했지만 갈수록 기업 운영까지 많이 하니까 거기 얽힌 많은 사람들이 어디 찍겠나 싶네요. 


        이준석 찍은 청년 인터뷰 내용 중에 비윤리적인게 위선보다 낫게 느껴진다고 하더군요.. 이런 모자란 생각을 떳떳하게 여기는 것이 그쪽 분위기구나 했어요.


         

        • 저도 그 기사 봤어요. 웃기는 건 이준석이 그들이 원한다는 그런 방향으로 이끌어갈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한 것도 아니잖아요. 그냥 지들이랑 장단 맞춰주는 소리나 지껄이니까 좋다고 찍는 거면서 저런 인터뷰에서는 또 자기들이 제일 억울하다고 하고 ㅋ

          • 기사를 읽어 보니 자신들의 말이 논리나 설득력이 있음에도 인정을 못받는다고 생각하는 듯해서 그점이 한심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더군요. 

    • 제가 사는 지역의 극장에서는 하질 않아서 언제 어디로 보러가야하나…하다가 놓치고 저의 게으름을 탓했는데 이렇게 후기로나마 봐서 좋습니다.

      자주 만들어주시면 좋겠는데 제작방식 때문에 힘들겠죠. ‘메리와 맥스’보면서도 감독님이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과 그의 시선이 참 좋았습니다. 두편 다 ott에 빨리 올라왔으면 좋겠어요.
      • 저도 쉽게 볼 곳이 없어서 포기했다가 운 좋게 우연히 보게 되었어요. 이 영화는 집에서 보아도 크게 놓치는 부분은 없을 거 같습니다. 쏘맥 님 '메리와 맥스' 후기 땜에 알게 되어 챙겨 봤네요. '메리와 맥스'도 ott에 올라오기를...

    •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장면이 있는데요. 무슨 다큐멘터리에서 '크리스 마스의 악몽'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내용이었습니다. 마을 전체가 파티 분위기로 떠들썩한 모습을 크레인샷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는데... 수십 개가 넘는 인형들이 각자 자기 상황대로 움직이는 모습을 풀샷으로 찍다 보니 십 몇 초 되는 장면을 한 달을 넘게 찍었고 그거 찍다가 제작 스탭들 중 상당수가 못 해먹겠다고 때려 치워 버렸다고... ㅋㅋㅋㅋ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이런 걸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어이 만들어내고야 마는 창작자들의 의지가 말이죠. 이 영화도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OTT나 VOD로라도 꼭 보겠습니다!

      • 이 영화는 그러고 보니 움직이는 인물이 나오는 장면은 항상 소수가 등장했는데 '크리스마스 악몽' 파티 장면이라니 ㅎㅎㅎ  떼를 지어 나오면 대환장이겠습니다. 작업의 난이도가 최고 중 최고네요. 그만두는 스탭들 이해도 됩니다. 가성비 생각하면 도저히 못할 일. 그럼에도 어디선가 지금도 하고 있을 사람들이 있겠죠...


        네 저도 보석함에 하나 보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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