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고"에서 '마이크 야나기타'라는 캐릭터는 왜 등장한 걸까요? (스포일러??)

봉준호 감독이 제일 좋아하는 영화로 꼽길래, 저번주에 코엔 형제의 파고를 처음 봤는데요. 

정말 최고였어요. 그 자리에서 다시 보고 다음 날 또 보고. 범죄영화를 보면서 사람이 이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다 먹먹해지는 경험을 하네요.


궁금한 것이 있는 게

중간에 마이크 야나기타라고, 마지 군더슨의 일본계 옛 친구가 등장하잖아요?

반가운 옛 친구인 줄 알았는데, 만나보니 뭔가 불안하고 성적인 접근을 하려는 제스츄어를 취하고, 나중에 알고보니 죽었다는 아내는 사실 사귄 적도 없었고.


중심 줄거리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이런 캐릭터와 상황은 왜 집어넣은 걸까요?


마지의 성격을 분명하게 보여주려고? 어두운 세계와 대비되는 마지의 세계 역시 이면에는 이런 거짓이 얼마든지 치고들어올 수 있다는 암시?

어떻게 생각하세요?

    • 그 장면은 마지가 제리 런디가드와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과 나중에 다시 만나는 장면 사이에 있는데, 이는 그녀에게 직감적 단서를 주는 역할을 하는 겁니다. 절박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마이크를 통해서,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제리 런디가드가 필사적으로 뭔가 숨기고 있다는 걸 확신하게 되는 거지요.
    • 이거 마이크 아냐 기타야 라고 읽었습니다.
    • 조성용/ 아하, 그럴 수도 있겠네요.
    • 코엔 형제의 <파고>는 제가 듀게에 글을 남기게 만든 장본인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이 영화를 97년에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의 충격으로 영화에 본격적으로 미쳐서 영화 감독이라는 직업을 다시 봤고 스스로도 영화 감독을 꿈꾸게 되었고 그 이후로 수천편의 영화를 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파고>에서 충격을 받은건 사위가 장인에게 돈을 받아내려고 시작한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면서 엄청난 비극을 만드는 과정이었어요. 다른 사람은 그 과정에 단순히 시니컬하게 반응했을지도 모르고 그것이 코엔 형제의 의도였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저는 그러한 과정을 보면서 너무 슬펐어요. '인간'이라는 존재가 너무 슬프게 다가왔어요. 그런데 서사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이 영화의 비극의 정서가 와닿게 만든 요소중의 하나가 저에겐 바로 마이크였어요. 저는 당시에 영화를 봤을 때 마이크가 사실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세상은 미쳐있다. 적어도 이 영화에서 제시하는 세상은 그렇다'고 느꼈어요. 그때부터 이 영화의 비극에 완전히 몰입하고 말았어요. 저에게 마이크는 이 영화에서 미국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코엔 형제의 '화룡점정'과 같은 존재였어요. 답변이 되셨나 모르겠네요. ^^
    • crumley/ 말씀하신 것처럼 아내를 유괴하여 장인 돈을 타겠다는, 황당하면서도 언뜻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한 찜찜한 범죄 계획이 구체적인 악으로 실행되고 서로 다투며 확대되는 과정이 정말 설득력 있고 끔찍했어요. 마이크가 멀쩡해 보이지만 사실 미처돌아가는 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맞는 것 같아요. 저한테도 마지한테도 비합리적인 구석이 쑥 얼굴을 내민듯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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