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그냥 꿀꿀한 이야기..

오늘 동생이 조카 데리고 싱가포르에 갔습니다. 기어이 저희 집에도 조기 유학 바람이 분거죠.


동생은 이제 믿을껀 자식 하나라면서 공부에 각별히 신경써왔거든요. 영어에 중국어까지 했고 심지어 동네 조선족집에 친척이 한국에 들르니까 집에 불러서 밥도 해주면서


놀라고도 했을 정도로요. 동생이 작년에 강남에 집을 샀어요 재건축인데 조만간 재건축 해서 그리로 이사해 나가려는데 그때 자식이 바보 취급 받는게 싫어서 지금 공부 시


킨다고 하는게 명분입니다. 저야 뭐 조카 키울때 양육비에 한 푼도 내지 않았으니 '이 유학 반댈세'라고 말 할 처지는 아닙니다만 정말 마음에 안듭니다.


저희 집에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어요 일제 시대에 시골에서 소작짓던 증조할아버지께서 도저히 수가 안나니까 그 당시 맏아들 '저희 할아버지시죠'을 서울 친척집에 데려다


놓고 집으로 가버리셨던 사건입니다. 할아버지 어린 시절 이야기 들으면 무척 영리하셨다고 합니다. 심지어 증조할머니는 일을 야무지게 하니까 어떤땐 무서울 정도였다고


하셨다고 하고 그래서 증조할아버지도 당신의 맏아들로 '도박'을 거신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 도박은 대성공을 했죠. 시골에 논도 밭도 없는 집에서 맏아들이 서울에 가회동에 기와집 + 논, 밭을 몰고 왔으니 '대박'이긴 했습니다만.. 모든 일엔 빛과 어두움이


있는법. 할아버지에겐 12살때 당신을 버려두고 도망간 그 시절의 상처가 온전히 남아있으셨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상처도 아문다지만 70이 넘은 노인이 되셔서 그 이야기가


나오면 며느리 손자 사위 앞에서 우시는 모습 참 가슴 아픈 과거사였습니다. 


이번에 동생이 자기 아들 싱가포르에 유학을 보낸다고 할때 제가 반대한건 그거였죠. 그 때야 먹고 살기 힘들어 자식 보낸다지만 지금 왜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 였습니다. 


차라리 한국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공부시키는게 더 현명하지 않나 싶지만 제 염원이 동생의 불안감보다 약했던 탓에 결국 오늘 홈스테이 할 집과 유학원 사람을


만나러 부자가 같이 싱가폴로 갔습니다.



이렇게 가는 조카를 보니 마음이 참 안좋아요. 갓난애기였을 때부터 어쩌다 보니 내가 많이 봐주고 그러다 보니 저랑 정이 많이 들었어요. 근데 간다고 하니까 아쉽습니다.


그냥 바라기는 이왕 가는거 거기서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더 바란다면 차라리 거기서 자리 잡으면 좋겠단 생각합니다. 



11살 짜리를 외국에 보내 공부시키는 세상이 미친건지... 그런 현실에서 아직도 허황한 이야기를 주장하는 내가 미친건지....



오늘 따라 밤이 어둡습니다.

    • 저는 개인적으로 바람은 아이들이 어릴때 만큼은 최대한 많이 놀게 해주고 싶어요. 그냥 노는게 아니라 공부외의 것들 정말 보고 배울게 많은데 놓치는게 많은 것 같아서요. 농촌에 있는 대안학교 같은데 보내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아직은 먼 이야기군요.
    • 웬지 가슴 한켠이 허한 얘기네요. 전 30넘어서 유학을 왔고 지금은 어느정도 정착을 했지만 당시 초반기 2년을 생각하면 뭔가를 잃어버렸다는 상실감이 강하게 들어요.
      그 조카분이 무사히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그 어린 나이에 아무도 아는 사람없이 외따로 혼자 떨어져 있을 아이 생각하면 가슴이 싸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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