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d바낭] 멕시칸 임신, 출산, 육아 호러 '납골당' 잡담입니다

 - 2022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37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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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때문인지 유난히 뼈다귀(...)가 강조되는 사진이군요. ㅋㅋ)



 - 멕시코 산 속에 끝 없이 펼쳐진 계단을 고행하듯 오르는 수많은 여성들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그 중엔 걷지 못하는 장애인도 보이는데요. 그 끝에 자리 잡고 있는 거대한 상의 모습을 볼 때 아마도 자식 만들게 해달라고 빌러 오는 곳인 듯 해요.


 장면이 바뀌면 우리의 주인공 발레리아씨. 적당히 젊은 나이에 목공 일이 생업인 듯 하고 광고 회사를 다니는 스윗한 남편과 행복한 시간을 갖고 있어요. 당장의 미션은 자식 만들기! 그래서 알콩달콩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임신에 도전해서 성공합니다!! 그래서 아기 요람도 직접 만들고 이쪽 저쪽 부모님도 만나고 하며 즐거운 시간... 을 보내야 하겠습니다만 이게 장르가 호러잖아요. 임신 사실을 알자마자 갑작스레 불길한 느낌으로 커다란 거미 한 마리가 집에 나타나고, 이쪽 저쪽 부모님들이든 남편이든 그냥 주변 사람들이든 다들 웃는 얼굴로 발레리아에게 압박감을 선사하구요. 그러다 급기야는 한밤중에 건너편 집 테라스에 왠지 모르게 불쾌한 느낌이 드는 여성이 나타나 투신하는 모습을 라이브로 보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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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시작은 아주 흠 잡을 데 없이 행복합니다. 그래야 이후의 추락이 더욱 신나게(??) 느껴지니까요.)



 - 번역 제목이 희한합니다. 원제는 'Huesera: The Bone Woman'이고 'Huesera'는 멕시코 전설 혹은 민담에 전해 오는 가상의 존재라네요. 황야를 헤매고 다니며 죽은 동물들의 뼈다귀를 줍줍 해서는 한 마리를 완성하면 그대로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나... 뭐 이렇다고 하고 대충 갖다 붙이면 영화의 내용과 어울리기도 해요. 그러니까 '뼈'가 포인트인 건 맞는데, '납골당'은 영화에 등장도 안 하고 언급 조차 되지 않으며 영화의 내용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어쨌든 제목이 영화 내용과 관련만 있다면 센스가 촌스럽거나 유치한 건 그래도 허허 웃어 넘기게 되는데 이건 좀. 영화를 보지도 않고 붙인 티가 나서 별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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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그림인데요. 멕시코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도 존재하는, 아마도 집시 주술사를 가리키는 말일 거라고들 합니다.)



 - 암튼 뭐, 글 제목만 보고도 다들 짐작하셨겠듯이 페미니즘 호러입니다. 여성들을 짓누르는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사회적 압박을 호러물의 귀신과 저주로 표현을 한 이야기죠. 지난 10여년간 쏟아져 나온 비슷한 테마의 작품들이 떠오르고 그 중에서 가장 선명하게 기억나는 건 아무래도 '바바둑' 이겠구요.


 그런 의도가 너무나도 명백하고 노골적이어서 이걸 보고 무슨 '해석'을 하려고 들 필요가 없 정도입니다. 주인공을 겁에 질리게 하는 첫 존재가 거미이고, 영화 내내 주인공은 여러가지 핑계로 촘촘하게 얽힌 그물처럼 보이는 프레임 안에 갖혀 있어요. 주인공을 자꾸만 찾아오는 그 정체 불명 괴 여인은 팔다리가 부러진 채로 거미 같은 폼으로 바닥을 기어다니구요. 그래도 모를까봐 중간엔 아예 거미와 거미줄 언급까지 나옵니다... ㅋㅋㅋ 그리고 이 거미 인간(혹은 The Bone Woman)이 찾아올 때는 언제나 주인공이 임신/출산/육아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내상을 입는 에피소드가 나온 직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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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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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이렇게. 아주 열심히 주인공의 모습을 거미줄 프레임에 가두는 감독님의 성실함이 인상적이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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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된 자아란 당연히 거울샷으로 표현해줘야 제맛! 뭐 이런 느낌... ㅋㅋㅋ)



 - 이렇게 뻔한 상징과 은유로 도배가 되어 있는 이야기지만 그 와중에 나름 신경 많이 썼다 싶은 건 주인공의 캐릭터입니다.


 그러니까 이 사람은 자기가 그렇게 사회, 문화적으로 부당한 압박을 당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없는 사람이에요. 자기가 스스로 원해서 결혼했고, 간절히 원해서 아기를 갖게 되었고, 진심으로 아이를 사랑하며 잘 키울 거다... 라고 스스로는 믿고 있는데요. 이야기가 진행되어가는 꼴을 보면 그게 전혀 아닙니다. 스포일러라서 본문에선 밝히지 않을 주인공의 어떤 사연을 보면 주인공이 스스로 원해서 결혼을 했을 리가 없구요. 아기를 갖게 된 동기도 마찬가지이고. 뭣보다 애초부터 사람들이 말하는 '모성'이란 게 거의 없는 사람입니다. 결국 결혼도, 임신출산육아도 어울리지 않는. 그런 거 안 하고 멋대로 살았음 폼나고 행복하게 잘 살았을 사람이 세상에 등 떠밀려서 원치도 않았던 길을 걷고 있는데 그 길은 초 하드코어 난이도 코스이고 본인은 자기가 그렇게 등 떠밀리고 있는 줄도 모르기 때문에 그 고통과 괴로움의 원인도 모르는 거죠.


 그리고 당연히 한 시간 반 여의 개고생 후에 주인공은 깨닫게 됩니다. 아, 내가 그래서 이렇게 힘들었구나. 이게 내가 원하는 게 아니었구나. 그리고 관객은 그런 깨달음이 결과적으로 성장을 가져올지 파멸을 가져올지 궁금해하며 이야기의 끝을 지켜보게 되구요. 근데 보통 이런 류의 이야기 끝에 행복한 결말이 주어지는 작품은 거의 없거든요. ㅋㅋㅋ 그래서 스릴은 더 강해지고... 뭐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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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일단 아기를 두고 이런 장면을 연출하는 건 너무 치트키 아닙니까. ㅋㅋ 그래도 아기가 험한 꼴을 당하는 걸 막 보여주지는 않아요. 상냥해...)



 - 이렇게 여성 드라마로서는 썩 괜찮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인데요. 호러 영화로서는... 그게 좀 애매합니다.

 썩 괜찮은 호러 장면들이 적지 않게 있습니다. 나름 참신한 장면도 있고 뻔한 장면도 그 센스가 나쁘지 않아요. 그래서 괜찮네... 하면서 봤는데요.

 문제는 후반으로 갈 수록 오히려 이런 장면들이 줄어들어요. 그래서 좀 늘어지는가... 싶다가, 그 후에 찾아오는 클라이막스가 정말 하나도 안 무서워요. ㅋㅋ 기괴한 컨셉의 현대 무용 같은 느낌의 무언가를 한참 보여주는데, 일단 무섭지가 않거니와 설명이 부족해서 좀 쌩뚱맞다는 느낌도 듭니다. 그래도 이어지는 엔딩 장면이 맘에 들어서 대충 납득해주긴 했습니다만. 뭔가 훨씬 훌륭한, 메시지의 건전함과는 별개로 그냥 재밌는 호러 영화가 되기 직전에 미끈! 하고 살짝 자빠진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아주 많이 칭찬은 못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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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설정이 나오는지, 어떤 의미인지도 충분히 이해는 하겠지만 조금 덜어냈음 좋았을 걸.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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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전반적으로 썩 괜찮은 영화가 아니었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 그래서 결론은 뭐...

 이런 류의 여성 중심 서사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썩 괜찮게 보실만한 작품이었습니다.

 호러로서도 준수한 편인데 정작 가장 중요한 클라이막스에서 뒷심이 확 떨어져 버리는 게 아쉬웠구요.

 그러니 호러 매니아... 보다는 호러도 싫지 않은데 여성 중심 이야기 좋아하는 분들. 임신출산육아의 현실적 고통을 맘껏 느껴보고픈 분들(?) 등등에게 추천합니다.

 그 외엔 딱히 안 보셔도 무슨 큰 걸 놓치는 일은 아닐 겁니다. ㅋㅋ 그냥저냥 즐겁게 잘 봤어요. 끝입니다.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졸려서 핵심만 간단히!


 주인공 발레리아에겐 관객들에게 숨기고 있는 아주 중대한 비밀이 하나 있는데요. 초장부터 암시는 충분히 주어지지만 중반쯤에 밝혀지는 그 비밀이란 바로... 사실 요 주인공님께서 십대, 20대 초반까진 엄청 자유롭게 살던 반항 청춘이었다는 거죠. 심지어 레즈비언이었습니다. 그러니 이런 사람이 적당히 잘 사는 구식 남자와 결혼해서 아기를 낳아 키우며 사는 게 원래부터 인생 계획이었을 턱이 있겠습니까. ㅋㅋ 근데 그러다 가족사의 비극적인 사건이 하나 생기고. 그것 때문에 방황하다가 결국 현실에 순응해서 살기로 결심을 하게 된 거죠. 


 어쨌든 임신을 해 버리니 의사는 일단 담배부터 끊으라 그러고, 남편은 아기 다칠까봐 무섭다며 섹스도 거부하고 맨날 아기아기아기 노래를 부르고. 주인공의 과거를 알고 있는 가족들은 '니가? 엄마가 된다고? ㅋㅋㅋ' 라는 식으로 시니컬하게 반응하고, 그러면서 점점 몸은 무겁고 불편해지고... 그렇게 멘탈이 나가고 이런 거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충동이 들 때마다 우리의 뼈다구 여인이 나타나 발레리아를 압박하고. 뭐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귀신님은 당연히 발레리아 외의 다른 사람들에겐 안 보여요. 그래서 혼자만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정신줄을 놓아가던 주인공은 결국 과거의 연인(당연히 여성이겠죠)을 찾아가 매달리고. 이 분은 대인배처럼 '보통 사람'의 행복을 찾겠다며 떠나간 발레리아를 품어줍니다만. 그게 계속 반복되다 보니 이 사람도 화가 나겠죠. 결혼도, 아기도, 그 '보통의 행복'도 포기 못하겠다면서 자신의 필요로만 자길 찾아서 이용해대니 화가 안 나는 게 보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대판 한 번 싸우고 찢어지는데... 그 순간 산통이 찾아오고, 아기가 태어납니다.


 그래서 또 며칠은 잘 지내는... 듯 했으나 역시 현실 세상이 달라질 리는 없겠죠. 아기가 태어나니 남편은 아기에게만 매달리며 자길 모유 수유 셔틀 정도로 생각하며 육아도 대부분 떠넘기구요. 주변에 도와줄 사람은 없는데 애초에 그 위대하다는 '모성'이란 것도 없고 한동안 겪은 끔찍한 일들 때문에 멘탈은 이미 너덜너덜한 발레리아는 버틸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혼자 아기를 보던 어느 날 밤 침대에 기절해 있다가 아기 우는 소릴 듣고 아기 방으로 가는데... 이때 마치 본인이 뼈다귀 여인에 빙의한 것처럼 아주 기괴하게 걸어가구요. 순간 아기 우는 소리가 뚝 끊기고, 침대로 돌아와 잠이 드는 발레리아. 그리고 한참 뒤 해가 뜰 쯤에 눈을 뜨는데... 소스라치게 놀라서 아기를 찾는데 아기는 아기 방에 없구요. 거실 창문이 열린 걸 보고 설마 저기로 던져 버렸나! 하고 정말 긴장되는 주저주저의 순간 후 밖을 내다보는데 다행히도 거기엔 없고. 그렇게 헤매다가... 결국 아기를 찾아낸 곳은 냉장고(...)였습니다. 몇 시간이나 잤는진 모르겠지만 신기하게도 아기는 멀쩡하게 살아 있네요. ㅋㅋ 암튼 관객과 함께 가슴을 쓸어 내린 발레리아는 혼자 아기를 부여잡고 통곡을 하다가 결국 그동안 주저했던 시도를 하기로 맘 먹습니다.


 제가 귀찮아서 앞에서 설명 안 했는데, 발레리아에겐 자기처럼 레즈비언인, 그래서 결혼도 안 하고 나이 먹은 고모가 한 분 계시거든요. 그리고 이 분이 어울리는 레즈비언 할매 모임이 있는데 이 중 몇 명이 무당이에요. 그래서 이들에게 악귀를 쫓는 의식을 부탁하는데, 이걸 주저했던 이유는 실패할 경우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고 그래서였죠. 하지만 자기 손으로 어린 아기를(그게 자기 자식이든 뭐든간에!) 죽일 뻔 한 발레리아는 찬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고 그래서 도전을 해요.


 뭔가 한국스러운 느낌으로 친숙한 주술쑈를 한참 보다 보면 혼자 숲속을 헤매고 있는 발레리아. 그러다 아까 그 뼈다귀 여인처럼 생긴 괴인들 수십명에게 습격을 받고 결국 그렇게 붙들려서 물어 뜯기고 뼈가 조각나고... (하지만 끔찍한 장면을 직접 보여주진 않습니다) 그렇게 바닥에 쓰러져 몸부림치면서도 무당들이 '이게 니 아기라고 생각하고 절대 놓지 마'라고 했던 아기 담요는 끝까지 지키는 데 성공합니다. 그러자 잠시 후 어떤 사람 그림자가 나타나 그 담요를 넘겨 받고 걸어가다가, 문득 화르륵 불타기 시작하는데요. 아마도 발레리아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던 거미 스텝 여인일 그 사람이 불꽃 속에서 뒤를 돌아보며 발레리아를 쳐다보는데, 어익후. 발레리아 본인이네요. ㅋㅋ 그제서야 자신이 겪어 온 고통의 원인을 깨닫는 발레리아. 결국 자기가 문제였던 겁니다. 자신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일을 남들 압박 때문에 억지로 따라가다 보니 그렇게 억압된 자신이... 중얼중얼. 뭐 그런 의미의 장면이겠구요.


 이내 정신을 차리는 발레리아. 의식은 성공했고 본인도 아기도 무사합니다. 그래서 아기를 끌어안고 눈물의 입맞춤을 해주는데...


 그대로 장면이 바뀌며 발레리아의 집입니다. 역시 발레리아는 아기에게 입맞춤을 하는데. 몹시 화가 난 표정의 남편이 그걸 째려보다가 아기를 받아 안아요. 발레리아는 아기와 남편에게 작별 인사를 하지만 남편은 안 받아주고요. 대체로 우울하지만 그보단 결연한 느낌이 더 강한 표정의 발레리아가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자기가 좋아하는 목공 도구도 챙겨서 집을 떠납니다. 이렇게 자신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며 의외의 해피엔딩! 으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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