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만우절. '거짓말은 자란다' 잡담입니다

 - 2015년작이네요. 런닝 타임은 1시간 58분. 스포일러는... 에... 일단 적어는 보겠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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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이자 영어 제목은 그냥 April fools. 만우절 이야기라 그런 건데 다들 당연한 듯이 '데이'를 빼고 말해서 당황했습니...)



 - 군상극의 형식이라 시작을 설명하기가 난감하네요. 대략 병원에서 의사 가운 걸치고 어슬렁거리며 예쁜 여자들 꼬시고 다니는 바람둥이 사기꾼 남자. 와 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다며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사회성 떨어지는 여자. 뭔가 어설퍼 보이는 야쿠자 2인조에게 유괴 당한 12세 문제아 반항 소녀. 황족 행세를 하고 다니는 노부부와 그들을 철석 같이 믿고 수행하는 개인 택시 기사. 사이비 점괘로 먹고 살다 형사에게 붙들려간 무당 할매. 그리고 둘이서 시내에 놀러 나갔다가 위의 등장 인물들의 동선에 자꾸만 치여서 밥도 한 끼 편하게 못 먹는 젊은 남자애들. 마지막으로 인터넷에서 본 '우주인 감별법'에 의거해 본인이 사실 우주인이라는 확신을 갖고 동족들에게 구조 신호를 보내는 히키코모리 초딩 하나...


 등등이 만우절 하룻 동안 서로 얽히고 설켜가며 매우 말도 안 되는 듯한 경험들을 이어가는 코믹 드라마입니다. 라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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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적었듯이 군상극이지만 그 와중에 가장 주인공스러운 남녀 역할은 토다 에리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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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자카 토리가 맡았습니다. 둘 다 연기 괜찮게 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귀여움이었구요.)



 - 글 제목을 보고 바로 눈치 채셨지만 '그 영화'와 아주 많이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민규동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말이죠. ㅋㅋ 사실 그 영화도 이전에 나왔던 수많은 해외 선배 영화들과 특히 '러브 액츄얼리'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았으니 뭐가 원조이고 그런 걸 따질 생각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그 중에서 가장 닮았다 싶은 건 그 영화라서요. 고로 그걸 아주 좋게 보셨다면 이 영화도 한 번 시도해 보실만은 하겠습니다만...


 당연히 따라 올 함정이 하나 있죠. 이게 매우매우 전형적인 일본식 코믹 휴먼 드라마라는 거요. ㅋㅋㅋ

 애시당초 '현실의 질감' 같은 건 아예 신경도 안 쓰고 나긋나긋 나이브하게만 흘러가는 이야기이고 개연성은 아예 신경 쓰지도 않으며 농담이든 진지한 상황이든 등장 인물들의 성격과 행동이든 간에 모든 게 다 극단적으로 과장 되게 튀어 있어요. 그리고 또 그걸 전체적인 톤 같은 것. 나중에 수습해야 한다는 걱정 같은 것... 을 아예 집어 치우고 대략 되는대로 막 나가 버리기 때문에 진지하게 들여다보기도 힘들구요. 이게 그냥 웃고 끝내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힘들게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에게 찾아온 기적 같은 하루'... 같은 성격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매우 큰 단점이 되구요. 아니 막판에 감동을 받으려면 얘들한테 이입이 되어야 할 거 아니에요. 근데 당최 정상인이 하나도 없어 버리니...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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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코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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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코드도 모두 매우 몹시 대단히 '일본식' 이어서 이쪽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손을 안 대시는 편이 좋습니다. ㅋㅋ)



 - 다만. 애초에 이런 범상한 일본식 가벼운 코미디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그냥 적당히 즐기시는 것도 가능은 할 겁니다.

 감독님 경력을 확인해 보니 대략 '기묘한 이야기' 에피소드 몇 개 연출한 쪽이 대표작인 듯 하던데요. 뭔가 그 시리즈들 중 가볍고 말랑한 것들과 비슷한 느낌이에요. 바꿔 말하자면 스케일 좀 키운 '기묘한 이야기' 에피소드라고도 할 수 있겠고. 구체적으로 딱 떠오르는 에피소드도 하나 있습니다. '에어 닥터'요. 그것도 어쩌다 모두 다 거짓말을 하게 된 인생 피곤한 보통 사람들이 그 거짓말들이 불러 온 기적 같은 경험 때문에 인생 전환점을 맞게 되는 이야기였죠. 심지어 이 '에어 닥터'의 클라이막스랑 거의 똑같다시피한 장면도 한 번 나오구요. 


 다만 20여분 짜리 가벼운 개그 에피소드와 두 시간에 육박하는 장편 영화는 엄연히 다른 장르인지라... '에어 닥터' 만큼의 깔끔한 재미는 주지 못하구요. 대체로 이쪽 장르물들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 입장에선 너무 오골거린다거나, 너무 비현실적이라든가, 도저히 해피 엔딩을 맞지 말아야 할 것 같은 인간들까지 빠짐 없이 축복을 날려 버리는 결말이라든가... 하는 수많은 장벽들이 있겠습니다만. 그래서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애초에 이런 비슷한 류의 일본 영상물들에 익숙한 분들 한정으로, 재밌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라고 말씀드리는 거라는 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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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일본 영화에선 이런 주택 단지를 자주 못 봤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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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저 어린이가 하마베 미나미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일부러 고른 게 아니었다구요!! ㅋㅋㅋ)



 - 그래서 뭐 더 길게 적을 것도 없네요. 단순히 일본풍이 강해서 비추천인 게 아니라 그 와중에 완성도도 별로라고 비추천이라는 걸 강조하구요.

 다만 이런 일본식 캐릭터와 이야기 전개, 분위기 같은 것에 대략 익숙해서 거의 거부감이 없으신 분. 그런 분들 중에서 또 아주 비현실적이더라도 다 함께 둥글게 둥글게 기적적으로 행운을 맞는 그런 환타스틱 나이브한 이야기를 간만에 접해 보고 싶으신 분... 들에게만 아주 소심하게 '고려는 해볼만 해요' 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러합니다. ㅋㅋㅋ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먼저, 결말 직전까지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학폭 피해 초딩이 인터넷에 올라온 외계인 음모론 글을 보고 자신이 외계인이라고 믿게 되어 모선을 불러 지구를 떠날 결심을 합니다. 그리고 '어차피 떠날 거니까' 라는 맘에 다짜고짜 학교로 가서 자길 괴롭히던 애들을 급습해서 마구 두들겨 패고 평소에 맘 두고 있던 여자애한테 뽀뽀도 하고는 작별을 하고 떠나요. 그러고 자기 아파트 옥상 위로 가서 인터넷에서 읽은 대로 하늘을 향해 팔을 뻗고 '비용!' 이라는 기합을 반복하는데... 기다리는 외계인 모선은 오지 않고 학교 학생들, 교사들이 우루루 몰려와 아파트 아래에서 "제발 내려오라!"고 애원하며 대치합니다.


 2. 12세 여학생을 유괴한 야쿠자 2인조. 형님과 아우들은 그 여학생을 데리고 동네 인기 라멘집을 가서 억지로 라멘을 먹입니다. 다음엔 동네 놀이 동산에 데리고 가서 놀이 기구를 강제로 막 태워요. 그러다 형님 쪽과 여학생이 대화를 하게 되는데, 이 학생은 부모의 눈치로 자기가 부모가 따로 있을 거라 믿고 있구요. 공부 포함 뭐 하나 잘 하는 게 없는 데다가 성질은 더럽고 머리는 나쁘고 손버릇도 나빠서 대충 인생을 포기하고 있어요. 특히 부모가 자기가 아무리 엇나가도 화도 안 내고 걱정도 안 하는 것 같아 가장 서럽죠. 그래서 "미성년만 벗어나면 바로 집 나가서 여자들만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돈 많이 벌 거에요." 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하고. 이 말을 들은 야쿠자는 그래? 잘 생각했네 내가 좋은 직장 찾아줄 게. 라며 성매매 업소 투어를 시킵니다(...) 거기에서 온갖 변태스럽 것들을 봐 버린 여학생은 질겁해서 뛰쳐 나오고. 얘가 화장실 가서 우엑 거리는 동안에 야쿠자 둘이 대화를 나누는데... 사실 이 '형님'은 여학생의 친아빠였습니다. 두 살 때 엄마랑 헤어지고 다신 안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이 날 빅 보스님에게서 라이벌 조직 요인 암살 지령을 받은 거죠. 찾아가서 죽일 순 있겠으나 도망 나올 방법은 없고. 그 자리에서 자기도 죽거나 잘 해야 평생 감옥행인지라 그 전에 딸래미를 한 번 보고 싶었던 것... 이구요. 아우 쪽은 "형님이 그럴 이유가 뭐가 있나. 어차피 지금 인생도 폼 안 나는데 구질구질하게 오래 살아달라!" 고 애원하지만 형님의 대답은 계속되는 주먹질이고...


 3. 천황 부부인 척 연기하는 노부부는 옷가게에서 현찰 박치기로 엄청 비싼 옷을 마구 사고, 리무진 택시 기사를 자가용 운전사처럼 부리며 "여러분들이 즐기는 소박한 장소가 궁금하군요." 라고 지시해서 동네 햄버거 집을 가요. 그런데 바짝 쫄아서 서빙을 하던 직원이 할머니가 방금 산 비싼 옷에 커피를 쏟고. 기겁해서 직원이랑 사장이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를 하자... 오히려 공손하게 이들에게 사과를 하며 고백합니다. 사실 우린 그냥 평범한 노부부구요. 아내가 불치의 병에 걸려서 오늘 내일 하고 있었는데 병원에서 권유한 신약을 투여했더니 기적적으로 좋아져서 그 기념으로 그동안 모은 돈 다 빼서 오늘 하루를 즐기기로 했다. 그러다 순간 오버해 버렸는데 용서해달라.


 사연이 그러하니 다들 웃으며 "뭐 그렇담 용서해드려야죠. ㅋㅋㅋ" 라는데... 택시 기사만 계속 표정이 굳어 있더니만. 식당에서 나오자마자 "평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그런 거짓말까지 해주시다니! 정말 고결하신 분들이군요!!" 라며 막무가내로 계속 받들어 모셔요. 그러면서 셋이 함께 즐거운 시간 많이 보내고 이 둘의 마지막 코스인 여객선 탑승까지 모신 후 기념 사진 한 장 박고 헤어지려는데...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당황해서 황급히 달려가는 택시 기사네요.


 4. 의사 사칭 바람둥이에게 집착하던 어두침침 여자는 고구마칩을 아작아작 씹으며 전화를 걸어 자기가 임신했다고 주장하며 막 들이대다가 야멸차게 까이는데요. 바람둥이 남자가 자기가 탄 택시 기사에게 하는 말에서 힌트를 얻어 이 남자가 다른 여자와 데이트 하는 고급진 레스토랑을 알아내고. 수건을 잔뜩 꺼내 자기 옷 속에 영차영차 욱여 넣고는 바로 쳐들어갑니다. 도착하자마자 마대 자루로 남자를 두들겨 패며 식당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드는데, 이때 고구마칩이 든 가방을 슥 열더니만... 권총을 꺼냅니다? ㅋㅋㅋ 그래서 총기 난사를 하며 남자에게 당장 나와서 사죄하라고, 니 아기 책임지라고 난리를 치는데요. 이러다가 이걸 말리며 총을 빼앗으려던 아저씨 하나의 허벅지를 총으로 쏴 버리고, 상황이 살벌해지는데...


 알고 보니 이 여자는 병원에서 청소부로 일하던 사람이었구요. 사회성 장애가 있어서 남들과 말도 한 마디 못 섞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이 남자가 다가와서 용기가 되는 말을 해 주고, "이 과자에 많이 함유된 무슨무슨 성분이 니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거다." 라며 과자도 주고 가서 감격해 버린 거죠. 그리고 실제로 상태가 조금 좋아져서 직장 사람들이랑 가벼운 대화도 가능해졌고. 그때 친하게 지내던 나이 많은 청소부 선배가 "내가 볼 땐 그 사람 괜찮더라. 가서 말 걸어 봐라." 라고 등 떠민 김에 우다다 가서 고백해버리고. 하룻밤을 함께 보냈지만 남자는 곧바로 떠나가 버렸고. 뭐 이런 스토리가 있었네요.


 이 둘이 사실상 영화의 주인공급이라 설명이 좀 긴데... 암튼 그렇게 난리 부르스를 떨다가 결국 남자도 감정이 격해져서 자기 사정을 털어 놓아요. 부모가 다 의사라서 나에게도 기대했지만 바보 멍청이라 택도 없었다. 그런데 부모가 뒷돈을 써서 날 의대에 입학 시켰고, 당연히 수업을 못 따라간 나는 더 망가져서 학업을 접어 버렸고. 그러다 내가 의사 가운을 입고 있으면 사람들이 친절해지고 자길 우러러 보는 것에 중독 되어서 가짜 의사 놀이를 하다가 이렇게 되어 버렸고... 라지만 끝까지 여자에게 제대로 사과를 안 해요. 근데 그때 식당 손님 중 하나가 "아무 여자한테나 그렇게 다 찝적거리던 니가 이 여자에겐 안 그러고 오히려 따뜻한 말만 해줬던 건 니가 이 여자 하나만은 진지하게 좋아했다는 증거 아니냐. 응?" 이라고 의미 부여를 시도하는데, 남자는 완강하게 거부하구요. 그러자 그 손님 여자는 "거짓말이면 어떠냐. 거짓말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단 하루 오늘 만우절에라도 그렇게 좋은 거짓말 한 번은 해 보지 않겠냐? 그럼 그게 진짜가 될 수도 있다고!!!" 라며 남자를 몰아붙이는데... 이때 여자의 양수가 터집니다. 어익후. 임신했다는 게 거짓말이 아니었어요. 그럼 아까 옷 속에 넣은 수건은 뭐였냐면...


 5. 이 난리 부르스 와중에 이야기가 거의 연결이 안 되고 있는 게 형사와 사기꾼 점쟁이 할매인데요. 이 둘의 대화는 뭐 별 거 없고, 계속 남자가 할매를 구박하다가 나중엔 "다신 사기 안 친다고 약속하면 풀어줄게. 되겠냐?" 라고 말하고 할매는 곧바로 땡큐. 아리가또. 하면서 인정, 약속하고 풀려납니다만. 헤어지려는 찰나에 갑자기 남자의 과거를 줄줄 읊으며 자신이 진짜임을 입증하는 뻔한 반전이... ㅋㅋㅋ 암튼 이 할매 말에 따르면 요 형사님은 원래 상냥하고 좋은 사람이었는데 오래 전에 살인범 하나를 본인 실수로 눈앞에서 놓친 후 삐뚫어졌다네요. 앞으로 술 좀 적당히 먹으며 지내면 곧 좋은 일이 생길 게야. 이러면서 떠나가요.


 6. 워낙 비중이 없어서 적지 말아 버릴까 했는데, 라멘집 갔다가 야쿠자에게 쫓겨나고 햄버거집 갔다가 가짜 천황 부부에게 쫓겨나고 수모를 당하던 젊은 남자애들 둘이 있었죠. 이놈들이 이제 갈 곳이 없어서 한 놈 집에 나란히 앉아 시간을 죽이다가... 한 놈이 갑자기 고백을 합니다. 미안한 말일 수 있지만 난 사실 널 사랑해왔다! 그러자 상대방이 수줍은 미소를 띄며 아 이런 기적이! 사실 나도 그랬어!!! 라며 포옹을 하자 먼저 고백한 놈이 아 아니 이게 뭐임! 난 만우절 농담이었는데!! 이게 뭐임!!!! 이라고 외치지만 고백 먼저 받은 쪽은 아랑곳 않고 상대의 옷을 벗기고 애무를 하고... 그러다 암전이 되구요.



 그럼 이제 결말편인데요.


 1. 택시 기사 아저씨는 유괴 당한 12세의 새 아빠였습니다. 뒤늦게 딸이 유괴당했단 걸 알고 집으로 후다닥 달려가는데, 그때 마침 야쿠자 친아빠가 딸래미와 눈물의 이별 중이었어요. 근데 새 아빠는 상황을 모르니 무작정 달려들어 야쿠자를 때리는데, 당연히 한 방에 제압 당하고 나가 떨어집니다. 근데 뒤늦게 이 남자가 자기 딸의 새아빠라는 걸 알게 된 야쿠자님은 다짜고짜 무릎을 꿇고 사과하며 새아빠의 체면을 세워주고. 딸에게 "좋은 아빠구나. 게다가 널 사랑하는 게 분명하니 이제 괜히 속 썩이지 말고 잘 지내렴." 이라고 인사하고 떠나가요.


 그날 밤. 지령 받은 암살을 수행하러 아우 야쿠자와 쿨하고도 슬픈 작별 인사를 하고 암살 대상을 만나러 가는데... 총을 숨겨 둔 백팩에 손을 넣어보니 총이 없습니다? 어라? 암살 대상과 그 부하들이 둘러싸고 째려보는 가운데 가방을 더듬더듬거리다가 결국 꺼내든 것은... 아까 그 임신 여자가 마구 먹어 치우던 고구마칩이었습니다. ㅋㅋㅋ "이거 드시고 힘내십시오!!" 라며 공손하게 인사하고, 암살은 당연히 포기하고 물러 나오는 야쿠자님. 가만 생각해 보니 아까 딸래미 데리고 라멘집에 갔을 때, 뒷자리에 앉은 여자가 똑같은 가방을 들고 있었어요. 손 버릇 안 좋은 딸래미가 자기를 유괴범이라 생각해서 엿 먹여 보려고 둘의 가방을 바꾼 거였구나... 라는 걸 알고 피식 웃는 야쿠자님. 그래 폼 안 나게 오래 좀 살아볼까? 라며 미소 지으며 이 분 이야기는 끝.


 2. 천황 코스프레 부부는 여객선에 타서는 근사한 디너쇼를 구경하려는데, 공연자들이 보컬 둘이 아파서 배에 못 탔다며, 괜찮다면 니들 중에 노래 자신있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고 자원자를 받길래 낼름 튀어나가서 함께 갬성 터지는 노래를 부르며 아름다운 추억 만들구요. 어두운 뱃전에 나가서 훈훈하고 사랑 넘치는 대화를 나누다가... 아내가 미소 지으며 말합니다. 거짓말 해줘서 고마워요. 내 몸은 내가 가장 잘 알지. 암튼 덕택에 오늘 하루 종일 정말로 행복한 추억 많이 만들었네요. 남자는 오열하며 아내를 끌어 안고... 이렇게 이들 이야기도 끝.


 3. 그래서 식당에서 총기 난동을 부리던 여자. 알고 보니 야쿠자의 총을 자기도 모르고 가져가 버렸던 그 여자는 양수가 터져서 쓰러졌고. 사람들이 불러준 구급차는 달려오던 길에 사고가 나서 퍼져 버렸고. 결국 "우리가 아기를 받아야 해!" 라며, 그나마 그 중에 의대를 다녀보기라도 한, 그리고 이 아가의 아빠가 될 니가 받아라! 라고 등 떠밀어서 바람둥이 의사 사칭꾼은 자기의 아기를 스스로 받게 되고 그 와중에 식당 안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데... 이 부분이 영화의 하일라이트입니다. "니가 진짜 의사라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해서라도 해내라고!" 라고 압박하던 식당 사람들이 "사실 난 조산사야!", "사실 난 간호사다!", "사실 난..." 이러면서 집단으로 거짓말을 하며 바람둥이 남자에게 용기를 줘요. ㅋㅋㅋㅋㅋ 이게 그냥 봐도 정말 어처구니 없어서 웃음이 나오는데, 그 와중에 그 '에어 닥터'랑 너무 비슷해서 더 웃겼습니다.


 암튼 그래서 아기는 무사히 출산했고. 남자는 여자에게 "내가 정말로 너를 좋아했을지도 몰라?" 라고 말하고. 여자는 남자에게 입을 맞춘 후 "이것도 만우절 거짓말." 이라고 말하려 떠나려고 하지만 남자는 여자를 붙잡으며 시계를 보여줍니다. "아니야. 방금 열 두시가 지났으니 그 거짓말은 무효~" 이러면서 키스를 해요. 이 망할 것들. ㅋㅋㅋㅋㅋ


 4. 아까 그 형사도 등장합니다. 아무리 딱한 사정이 있고 다 화해를 했다고 쳐도 그 여자가 총으로 허벅지를 맞춘 손님 한 명이 있었으니 처벌은 불가피하죠. 그래서 그 총 맞은 남자 병실을 먼저 찾아가는데 어라? 이 아저씨가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는 듯 하다가 형사를 보고 당황해요. 둘은 고정 자세로 한참 서로를 쳐다보다가... 형사가 품에서 낡은 수배 전단을 꺼내듭니다. 그렇습니다. 이 총 맞은 남자가 형사에게 트라우마를 안긴 살인범이었어요. 씨익 웃으며 (아까 총을 쏜 여자는) 정당 방위네~ 라고 말하는 형사님. 이렇게 이쪽도 끝.


 5. 아까 위에서 말한 장난 고백 남자애들 커플은 결국 함께 뜨거운 시간을 보낸 후 진짜 커플이 되어 있습니다. 먼저 고백해 놓고 "장난이었는데!!!" 라며 당황했던 놈도 사실은 상대방의 격렬한 반응에 당황했을 뿐, 정말로 좋아했던 건가 봐요. 설명은 없구요. 


 6. 마지막으로 외계로 떠나고 싶은 초딩 말이죠. 결국 한밤중까지 아파트 옥상에 서서 '비용!' 만 하고 있으니 자살할 줄 알고 말리러 왔던 사람들은 다 집에 돌아갔습니다. 대체 왜 안 되는 거야!! 라며 자기가 소환법을 배운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는데... 사실 이 사이트를 운영하던 게 아까 그 점쟁이 할머니였고. "뻥이지롱! 만우절이잖아 ㅋㅋㅋㅋ" 라고 사이트를 업데이트 해 놨어요. 이걸 보고 순간 좌절했던 초딩은, 이 시각에도 떠나지 않고 자길 기다려주는 두 사람. 자길 괴롭혔지만 순식간에 반성하고 친구가 되어주려 하는 남자애 하나와 자기가 키스하며 고백했더니 자기도 사귀고 싶다는 여자애 하나. 를 바라보며 "어쩔 수 없군. 지구에서 좀 더 살아볼까?" 라며 씨익 웃는 순간... 거대한 우주선이 나타나 소년에게 다가옵니다. "이게 뭔데에에에ㅔㅇ에에에ㅔ에ㅔㅇ!!!!!!" 라고 외치는 소년의 모습과 함께 엔딩이에요.

    • 미타니 코기 감독의 작품들을 비롯해 이런 식의 코미디 군상극은 일본영화에서 익숙한 포맷이죠.  


      뭐, 저는 이런 가벼운 난장판에 멀쩡한 유명배우들이 나와 과장된 코믹연기를 즐기는 분위기에 거부감이나 기대치가 별로 없는 터라, 즐겁게 봤습니다. 


      감독 이시가와 준이치와 각본가 후루자와 료타는 [리갈 하이]를 함께 만들었죠. 가짜 황족 역의 사토미 코타로도 출연했습니다.


      이 영화로 연이 닿은 토다 에리카와 마츠자카 토리가 실제로 결혼했죠.


      그리고 그 여자아이가 하마베 미나미였군요. 놀랐습니다.

      • 사실 저도 상당히 즐겁게 보긴 했습니다. 다만 듀게 유저분들 중에 저만큼 좋게 볼 분이 별로 없을 듯 하여 글은 좀 짜게... ㅋㅋㅋ


        아 제작진이 '리갈 하이'랑도 연결이 되는 분들이었군요. 그 드라마는 엄청 레전드 대접에 인기도 많던데 아직 손도 안 대봤어요. 하지만 찜은 해놨으니 일단... (쿨럭;)




        둘이 결혼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그 인연을 만든 게 이 영화였군요. ㅋㅋ 마지막 둘이 연출하는 장면이 참 유치한 상황인데도 되게 좋아 보였던 게 그런 이유였던 것인가!! ㅋㅋㅋ




        글에도 적었듯이 저도 전혀 모르고 봤는데, 또 배우 정체를 알고 보니깐 그 얼굴이 그 얼굴이고 그렇네요. 신기한 것...

    • 요즘같은 시기에는 나이브해도 기분 좋아지는 영화들이 땡기곤 하는데 쓰신대로라면 이건 좀 보다가 엄... 할 가능성이 높겠군요. ㅋㅋ 하마베 미나미 아역시절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지금이랑 별 차이가 없네요.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에서 처음 봤고 한동안 그 이미지 때문에 병약한 히로인 같은 배역을 많이 맡는 것 같았는데 점점 영역을 잘 넓혀가고 있는 것 같더군요. 몇년 전에 봤던 '이윽고 바다에 닿다'에서 연기가 참 많이 성숙해졌구나 싶었어요.




      여담으로 비슷한 이미지?로 호감이었던 나가노 메이는 한참 연상의 유부남 배우랑 불륜이 다 드러나서 요즘 훅갔더군요. 어쩌다...

      • 대략 20세기 아시아 로맨스물식의 정서 같은 게 강해서 그런 거 거슬리는 분들은 못 즐기실 것 같긴 합니다. 특히 남자 캐릭터의 진상질이나 모자람을 마지막에 대략 훈훈하게 덮어주는 식의 이야기가 좀 있어서요. ㅋㅋ 그래도 사실 저는 재밌게 봤구요.




        전 하마베 미나미를 '카케구루이'로 처음 접해서 그런 병약한 이미지를 보면 오히려 어색할 것 같습니다. 하하. 




        나가노 메이는 유명한 건 알고 있었는데 본 작품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그 불륜, 멸망 기사를 먼저 접했네요. 지금이라도 뭐 하나 찾아 볼까요... ㅋㅋㅋ 그냥 하마베 미나미나 사고 치지 말고 잘 활동해 주면 좋겠네요.

    • 그러고보니 요즘엔 이렇게 여러 인물들이 우루루 나오는게 별로 없네요. 군상극 좋아하는데 말이죠.

      무한 긍정적인 일본풍 좋아해서 기억해두겠습니다. 요즘 날씨가 비현실적이니 영화라도 스트레스 없는거 보고 싶어요
      • 무한 긍정 일본풍이 연달아 보면 참 부담스러운데 한참 안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생각나고 땡기고 그렇더라구요. ㅋㅋㅋ


        맞아요 제가 요즘 그렇습니다. 부담 없이 편한 거 아니면 추억의 옛날 영화, 혹은 둘 다... 이런 게 좋아요. 인생이 피곤해서 그런 걸까. 라고 잠시 생각해 봤는데 요즘 특별히 힘들 일이 없더라구요. 그냥 더워서 체력이 떨어진 탓인가 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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