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어나더 라운드] 감상

어나더 라운드 - 나무위키


[어나더 라운드] 2020



감독 : 토마스 빈터베르크

주연 : 매즈 미켈슨, 토마스 보 라센, 라르스 란데, 마그누스 밀랑



40대 중년의 네 명의 고등학교 교사, 마르틴, 페테르, 톰뮈, 니콜라이는 지루하고 활력이 없는 일상을 보내던 중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항상 유지하면 더 창의적이고 행복해진다’는 이론을 실험하기로 합니다.

이들은 평일 근무 시간 동안 규칙적으로 술을 마시며 알코올 실험을 이어가고, 일과 가정에서 잠시나마 변화와 활력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점점 실험의 강도와 빈도가 높아지면서 통제력을 잃고, 이로 인해 각자 삶에서 위기와 상실을 겪게 됩니다.

끝내 심각한 부작용과 비극을 맛본 뒤 실험은 중단되고, 삶에 대한 깊은 고민을 남기면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덴마크의 음주문화는 영화에 깊이 깔려 있습니다. 청소년기부터 일상처럼 허용되는 음주 풍토는 한국적 정서에서는 약간 괴리감이 느껴집니다. 바이킹의 후예답게 거칠게 노는군요.


삶에 무기력함을 느끼던 네 명의 교사가 술자리 이론에 기대어 시작한 알코올 실험은 마치 인생의 시동을 다시 거는 듯 보입니다.

무기력한 교사이자 소외된 가장이었던 네 사람은 알코올 실험을 통해 잊고 지냈던 감정들을 되찾아갑니다.

망가진 일상에 대한 체념이 담긴 피로한 눈빛은 생기를 되찾는 표정으로 변하고, 학생들과 교감하며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회복하는 과정은 한편으로는 짜릿한 흥분을 느끼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위태위태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정말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중년 남성들의 자아 회복기로 보기엔, ‘술’이라는 도구의 위험성이 너무 쉽게 용인됩니다. 가족의 곁을 등지고 알코올 실험에 빠져든 중년 남성들의 이야기가 이기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아내와 자녀에게 외면받는 모습은 단지 중년의 위기일까요, 아니면 책임을 외면한 결과일까요?

영화는 위험천만한 알코올 실험을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는 모습을 매력적으로 그립니다. 하지만 그 뒤에 따르는 폐해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침묵합니다. 성공은 주인공들의 것이 되지만, 그 실험이 초래한 파멸은 온전히 그것을 제대로 따르지 못한 개인의 나약함과 각자의 책임으로 귀결되며, 체계적인 반성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끝나버리는 느낌도 있습니다. 오히려 ‘실패도 인생’이라는 식의 낭만적인 결말이 다소 회피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는 자칫 음주 문제에 대한 세련되게 치장한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매즈 미켈슨은 미니멀한 연기로 권태로운 일상과 인간 관계의 소외, 알코올 실험을 통한 해방감과 내면의 변화, 점진적으로 망가지는 중년 남성의 복합적인 심리를 세밀하게 표현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슬픔과 환희를 끌어안고 펼치는 마지막 댄스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입니다. 동료의 죽음이라는 비극 위에서, 졸업하는 제자들의 환호 속에서, 죽음, 상실, 후회가 교차하는 와중에도 그는 몸을 던져 춤을 춥니다. 무용수의 경력을 살려 화려하게 표현되는 해방의 순간은 아슬아슬하면서도 아름답습니다.



[어나더 라운드]는 분명 인생을 다시 살아보고 싶은 이들에게 감정적으로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하지만 묻게 됩니다. 우리는 술 없이도 춤출 수 있을까? 책임은 결국 어디에 남는가? 마지막 댄스의 감동이 진정한 자유인지, 혹은 회피의 다른 얼굴인지 고민해 볼 여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에서 7월 31일까지 감상할 수 있습니다.


    • 전 그냥 '뭔가 너무 극단적인 것 아닌가?' 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넘겼던 부분들을 이렇게 풀어서 적어 주시니 고개가 끄덕끄덕합니다. 맞아요 좀 무책임하게 나가는 면이 있었죠.


      그래도 주연 배우님 연기와 말씀하신 마지막 댄스 장면의 임팩트 때문에 결국 좋게 보고 끝냈던 영화였는데. 덕택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 '술의 도움을 받는 건 좋지만, 술을 핑계삼지도, 술에 의존하지도 마라. 모든 것은 자신의 책임이다'라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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