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필름 느와르의 교과서랄까요. '이중 배상' 잡담입니다

 - 1944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47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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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용을 보면 '두 배 보상'이 맞는 게 아닌가 싶지만 '이중배상'이 더 멋지니 그러려니 합니다.)



 - 매우 유능한 보험 외판원이자 금사빠의 아이콘 월터 네프씨는 부자 고객님의 자동차 보험을 갱신시키려고 들른 집에서 고객님의 섹시한 와이프 필리스를 만나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고 작업에 들어갑니다. (유부녀라고!! 고객님의 아내라고!!! ㅋㅋㅋ) 하지만 대놓고 투명하게 자기 남편을 죽이겠다는 의도가 보이는 사고 보험 상담을 통해 잠시 정신을 차리고 저리 가 그지야... 를 외쳐 보지만.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필리스의 유혹에 넘어가 결국 자신의 보험 지식과 이런저런 노하우를 총 동원한 완전 범죄에 도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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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얘기지만 느와르는 흑백 영화와 참 잘 어울린단 말이죠.)



 - 제 뻘글 중에선 도입부 소개가 매우 심플한 편이죠. 근데 영화 전체가 그렇습니다. 정말로 교과서적인 느와르 스토리이고 교과서적인 살인 미스테리 이야기와 캐릭터들로 가득해서 뭘 굳이 세세하게 설명할 게 있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원작 소설을 두고 빌리 와일더와 레이몬드 챈들러가 참여해 만들어 낸 각본이라는데 참 큰 일 하셨죠. 이후에 쏟아져 나올 필름 느와르 장르의 효시격인 작품이라고 하니까요. 그리고 이 영화, 이 이야기의 위대한 점은 '이미 모든 것이 완성된 상태로 들어 있다'는 겁니다. 아니 정말 '전형적인 느와르'에 필요한 재료들이 거의 다 들어 있는데 그게 이미 다 고퀄인 데다가 그걸 조합해서 만들어낸 이야기까지도 느와르 그 자체에요. 이쯤 되면 챈들러와 와일더가 필름 느와르라는 장르를 발명해냈다고 우겨도 반박할 사람이 별로 없겠다 싶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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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 차려 입은 도시 남자의 우울한 독백으로 시작하는 것부터 이미 완벽!)



 - 좀 웃기는 건 이 이야기가 그토록 교과서적이다 보니... 지금 시점에서 볼 땐 마치 개성 없이 무난한 느와르 클리셰의 조합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정말로 그래요. 이게 1944년에 나온 흑백 영화이고 또 '이게 원조라구요!!!' 라는 정보를 알고 봐서 그렇지 2025년에 누가 이런 각본으로 영화를 만든다면 아마 되게 게으른 각본가라고 욕 먹을지도 몰라요. ㅋㅋㅋ 물론 디테일이 훌륭하니 정말로 욕을 먹진 않겠지만, 대충 그런 느낌이란 얘깁니다.


 계속 이야기에 대해서만 말 하고 있는데. 이걸 영상으로 옮겨낸 빌리 와일더도 챈들러와 똑같은 비중으로 이 장르를 창조해냈다고 보는 게 맞는 듯 합니다. 정장에 늘 담배를 꼬나물고 멋부리며 도시의 어두운 밤거리를 헤매는 주인공의 모습. 그를 첫 눈에 유혹해서 파멸로 이끄는 팜므 파탈의 매력 표현. 강렬한 명암이 교차하며 특히 그림자가 강조되는 도시와 주인공들의 만남의 장소들. 등등 보통 느와르 영화라면 이런 느낌 아닌가요? 라고 떠올리게 되는 시각적 요소들이 영화 전체에 가득해요.


 비록 두 사람의 관계는 최악이었다지만 그런 건 제가 알 바 아니고. ㅋㅋㅋ 암튼 참 적절한 각본과 적절한 연출이 만나 장르의 시조새가 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뭐 이런 느낌으로 볼 수밖에 없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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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의 팜므 파탈과 덕분에 신세 꼬이는 남자가 범죄 행각을 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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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아니지만 경찰과 비슷한 일을 하는 보험 심사원이 주인공을 뒤쫓는 탐정 역할이 되구요.)



 - 앞서 말 했듯이 '장르의 원조' 라는 의미가 아주 큰 작품이지만 또 그렇게 원조인 주제에(?) 완성도가 대단히 높다는 게 신기한 작품이었습니다.

 일단 재밌어요. 호기심을 유발하는 도입부. 그 시절 느와르 갬성 낭낭한 주인공의 나레이션. 캐릭터들 간의 상호 작용을 잘 살려 주면서 그 자체로 재미도 있고 폼도 나게 잘 쓰여진 대사들. 다짜고짜 와다다다 스피디하게 달리는 전개. 등등 요즘 기준으로 봐도 흠 잡을 데 없이 매끄럽고 재밌게 잘 만들어진 영화더라구요.


 지금 시점에서 보면 대단히 전형적으로 보인다... 고 했지만 캐릭터들의 매력이 상당합니다. 일단 주인공 월터는 이런 이야기의 남자 주인공들이 흔히 보이기 쉬운 느끼함이나 지나친 자기 연민, 겉멋 같은 게 거의 없는 성실한 전문가 느낌이라 부담 없이 볼 수 있구요. 그런 범죄를 저지른 주제에 도덕적으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도 설득력 있게 보여져요. 의문의 명탐정 캐릭터 역시 예리하고 거침 없는 모습이 꽤 매력적이었고, 이런 대단한 양반이 주인공에 대한 정 때문에 먼 길을 돌아가게 되는 상황도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뭣보다 바바라 스탠윅의 필리스가 참으로 재밌고 매력적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듀나님께서 리뷰에서 언급하신 그 가발 이슈(...) 때문에 처음엔 아니 팜므 파탈님 비주얼이 왜 이리 어설퍼? 라고 생각하며 좀 웃었는데요. 그게 연기력으로 극복이 되네요. ㅋㅋㅋㅋ 딱 그 시절스럽게 고풍스런 스타일의 연기를 펼치는데 그게 멋이 되더라구요. "그냥 나를 안아 주세요 지금!" 같은 대사가 그렇게 폼나게 들리기 쉽지 않은데 말이죠. 처음엔 그냥 웃겼던 월터의 금사빠 시추에이션을 결국엔 납득 시키고야 마는 명 연기였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도 참 흠 잡을 데가 없어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과하거나 부족한 것도 없이 착착 흘러가니 딱히 큰 충격이나 놀라움 같은 게 없어도 몰입하며 인상 깊게 보게 되더군요. 다시 한 번, 챈들러 아저씨는 참 대단한 작가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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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가발에 저 선글라스... 이게 왜 코미디 영화가 아닌가 싶은 장면이지만 배우의 호연 덕에 보다 보면 대충 납득이 됩니다. ㅋㅋ)



 - 그래서 결론이야 뭐.

 특별히 흑백 영화, 이런 오래 묵은 영화에 대한 허들이 높지 않으신 분이라면 누구에게나 맘 편히 추천할 수 있을만한 재미난 영화였습니다.

 그 시절에 이런 이야기를 이미 이 정도 완성도로 만들어낸 것도 신기하고. 주인공의 가발도 신기하고 그 가발을 연기력으로 극복해내는 것도 신기하구요. ㅋㅋㅋ 여러모로 신기해 하면서 즐겁게 잘 봤습니다. 뭐 당연히 이미 보신 분들이 대부분이시겠지만요, 왓챠 망하기 전에 한 번 다시 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라는 영업과 함께, 끝이에요.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얼마나 뻔하게 들리는지 기대해 보세요. ㅋㅋㅋ


 그러니까 본인의 주장에 따르면 필리스는 원래 지금 남편의 아내를 간병하던 간호사였습니다. 그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남편의 프로포즈를 받고 결혼을 했죠. 하지만 결혼 후에 남편은 확 변해 버려서 자길 완전히 따돌리고 괴롭히고 있구요. 남편의 전처가 낳은 다 큰 딸래미 롤라 역시 필리스를 무시하고 싫어합니다. 살인이야 당연히 안 될 짓이지만 범죄 영화 속 주인공 입장에선 충분히 한 번 생각해 볼만한 옵션인 거죠.


 그리고 이런 필리스에게 반해 버린 월터의 계획은 이렇습니다. 일단 남편을 속여서 자동차 보험 서류인 척 하면서 들이민 사망 보험 서류에 서명하게 만들구요. 그 보험에 특약으로 들어간 '기차에서 죽을 경우 보험금이 두 배!' 라는 약관을 활용하기 위해 남편을 기차에 태워야 해요. 다만 진짜로 태우는 건 아니고, 남편이 기차를 탈 일이 생기길 기다렸다가 기회가 오면 남편을 죽이구요. 남편처럼 살짝 변장을 한 채로 본인이 기차에 오르고선 남들이 안 볼 때 기차가 느린 구간에서 점프해서 탈출. 다음엔 그 포지션에 남편의 시체와 소지품을 늘어 놓고선 사고로 낙사를 한 것 같은 그림을 만든다는 것. 그리고 여기까지 성공을 해요. 


 하지만 문제는 월터의 선배이자 그 보험 회사 최강의 능력자인 키이스였습니다. 월터도 애초에 이 사람을 의식해서 마치 명탐정과 대결하는 괴도 마냥 알리바이도 만들고 미끼도 던져 놓고... 하는 식으로 야심차게 짠 범행 계획이었는데요. 그런 노력이 빛을 발해서 처음엔 별 생각이 없던 키이스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황 자체가 워낙 의심스러운 건이다 보니 파고들기 시작하고. 순식간에 거의 대부분의 정황을 추리해내고 '공범이 누구냐'만 남겨두는 상황이 돼요. 확 쫄아 버린 월터는 필리스에게 그냥 돈을 포기하자고, 보험금 수령만 포기하면 키이스는 더 이상의 추적을 포기할 테니 그리 하자고 제안하지만 욕심쟁이 필리스씨는 포기할 줄을 모르고요. 


 이 타이밍에 필리스를 싫어하던 그 딸래미, 롤라와 우연히 만남을 갖게 된 월터는 또 무시무시한 이야길 듣게 되죠. 롤라의 엄마가 죽은 게 그냥 아파서가 아니라 그의 간호사였던 필리스의 음모 때문이라는 것. 그리고 키이스와 대화를 나누다가 필리스가 롤라의 남자 친구와 그렇고 그런 관계라는 얘기까지 들은 월터는 완전히 멘탈이 나갑니다. 그래서 뭔가 결심하고는 필리스에게 연락. 이제 다 끝이라는 말을 전하고 그 집에 찾아가는데 우리 마녀 필리스님께선 자신의 소파에 권총을 숨겨 둔 채 월터를 맞이합니다.


 이러쿵 저러쿵 대화 끝에 필리스는 모든 걸 롤라 남자 친구에게 덮어 씌우고 우리 둘이 빠져 나가자고 제안하지만, 월터는 모든 게 끝났다며, 이제 자기는 당신을 믿을 수 없고 당신 말대로 해도 언젠가 당신이 날 버릴 거라는 둥 시니컬한 말을 늘어 놓으며 진상을 폭로하겠다는 듯한 얘길 하다가 필리스의 총에 맞아요. 하지만 치명상은 아니어서 월터는 필리스에게 다가가며 확실하게 죽여 보라고, 한 번 더 쏴 보라고 도발을하는데, 의외로 필리스는 총을 쏘지 못합니다. 그리고 진심어린 말투로 솔직히 당신을 사랑한 적 없고 그냥 이용했을 뿐이지만 이젠 그럴 수 없다며, 다 필요 없으니 꼭 안아 달라고 하구요. 시키는대로 필리스를 끌어 안은 월터는, 곧바로 방아쇠를 당겨 필리스를 죽이고 소파에 눕혀 놓은 채 빠져 나옵니다. 이때 타이밍 좋게 집에 나타난 롤라의 남자 친구에겐 그동안 니가 속았고, 롤라는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니 당장 달려가 보라고 설득해서 보내구요. 차를 달려 자신의 직장으로 돌아와 키이스의 녹음기를 켜고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녹음합니다.


 하지만 모든 걸 진작에 눈치 챘던 키이스는 사무실 밖에서 그 이야길 다 듣고 있었고. 구급차를 불러줄 테니 법의 처벌을 받으라 권유하지만 월터는 자기가 멕시코로 도망칠 때까지만 신고를 미뤄 달라며 비틀거리며 걸어 나가고. 그러다 결국 키이스의 말대로 엘리베이터까지도 걸어가지 못한 채 쓰러집니다. 그렇게 숨이 끊어져 가는 월터에게 다가와 담뱃불을 붙여 주는 키이스. 이렇게 엔딩입니다.



    • [로마의 휴일]은 윌리엄 와일러가 감독했습니다. 

      • 제가 늘 이렇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ㅋㅋㅋ




    • 이 코미디 영화는 심지어 [이중배상]의 의상담당과 작곡가까지 영입했지요. 세월이 흘렀다보니 두 분 경력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습니다. 

      • 클래식 느와르들을 모아서 패러디한 영화인가 보죠. 솔직히 재밌어 보입니다! ㅋㅋㅋ

    • 여러모로 [보디 히트]와 비교되지 않을 수 없는데, [이중배상] 못지 않게 교과서적이지만 19금 영역까지 가는 가운데 후끈한 플로리다 분위기까지 가미한 결과 나름대로의 개성과 스타일로 가득한 네오 느와르 고전이 되었지요. 

      • 아. 그 시절에 못 보고 넘겼던 영화들 중 하나였는데요. 보고 싶어져서 확인해 보니 역시나 한국에선 스트리밍 해주는 곳이 없군요. 흑.

    • 예전에 앞 부분 보다가 무슨 일로 멈추었더랬죠. 보다가 멈추고 이어서 부지런하게 안 보고 잊어먹은 건 앞부분의 주인공이 둘 다 비호감이었던가 그런 기억이네요. 영화를 끊지말고 끝까지 봐야하는데 집에서 보면 이런 일이 생기곤 합니다. 


      며칠 전에 올라온 듀나 님 후기 보고 처음부터 제대로 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보시고 후기를 올리셨군요.

      • 남자는 납득이 안 될 정도로 물불 안 가리고 유부녀에게 찝쩍대는 느끼남이고 여자는 또 그걸 갖고 이용하며 장난을 치는데 괴상한 가발까지... ㅋㅋ 전 살짝 웃으면서 보고 넘겼습니다만, 초반을 넘기고 나면 거북하거나 부담스러운 느낌 없이 캐릭터들이 멀쩡해진다고 느꼈습니다. 나아중에 시간 나실 때 한 번은 더 시도해 보시길.




        하하 맞아요. 저도 올라오자마자 찜은 해놨지만 이렇게 보게된 건 듀나님 리뷰 때문이었습니다.

    • 왓챠가 가져온 옛 작품들 보는 게 요즘의 즐거움이신가 보네요. 가발을 극복해내는 연기력이라니. 왓챠야 힘내!
      • 왓챠가 사라지면 다른 데서 보기 어려운 영화들이 많아서요. ㅋㅋ 정말 최소한 1년은 더 버텨 줘야 이것들을 어느 정도 챙겨볼 수 있을 텐데요. 힘내야 합니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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