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올라온 '얼라이브' 잡담

Alive,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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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작입니다. 프랭크 마샬 감독, 에단 호크, 조쉬 해밀턴. 124분. 

존 말코비치가 나오는 건 몰랐는데, 뜻밖의 즐거움이었어요. 생존 인물 중 한 명으로 20년 후에 회고 멘트를 하는 역할인데 짧은 시간 나오지만 장악력이 대단했네요. 

1972년 10월 13일, 우루과이 대학생 럭비팀이 탄 비행기가 안데스 산맥에 부딪히고 조난당한 실화죠. 72일만에 구조되고요, 45명 중 16명만 살아서 구조됩니다.


비행기가 잘못되기 시작해서 날개와 꼬리 부분이 파손되고 몸통만 눈밭에 내려앉는 과정이 현란하지 않고 단순하게 전개되지만 스릴이 충분히 느껴졌습니다.

이 장면만 그런 것이 아니고 영화가 전체적으로 그렇습니다. 기교를 부리지 않고 느끼함이 없어요. 단순하고 정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화의 주인공들이 20대 초반 대학생들인데 극한 상황이라 그렇겠지만 치기나 객기는 제거되고 자기 나이보다 더 성숙하게 행동하는 걸 봅니다. 실제로 이 비행기를 탄 사람들이 스포츠를 매개로 오래 알고 지낸 인물들과 그 가족들이라 상호 이해나 양해가 잘 이루어진 것 같고, 그것은 극한 시간을 버티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아요. 아마 영화도 그 점을 염두에 두고 반영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개개인의 특성을 잘 살린 극본도 괜찮고요. 


에단 호크가 연기하는 '난도'라는 인물이 은근 비범합니다. 조난 사고가 일어난 비행기가 하나의 작은 세계라면 '난도'는 세계를 한 발 움직이게 하는 개척자나 선구자 이미지를 가졌습니다. 실제 인물의 이후를 (나무**에서) 읽어보니 작은 사업을 하며 책을 여럿 썼다고 하네요.

아시겠지만 이 조난 사고가 유명한 데는 생존을 위해 식인을 한 것도 있지요. 그런데 끝내 먹기를 거부하고 아사한 인물이 한 명 있었다고 하네요. 영화에서는 이 인물을 다루지 않습니다. 인간의 다양한 선택지로서 다루어도 좋았을 터인데 왜 안 다루었을까, 아쉽네요. 

부실한 영양상태로 72일 동안 버틴 사람들 치고 마지막까지 외모가 꽤나 멀쩡합니다. 그리 더럽지도 않고 선글라스를 챙긴 이들은 심지어 멋지기까지.  

실화의 힘이 영화 감상에 영향을 주는 종류의 영화입니다. 그럴수록 가능한 자극적인 설정들을 덜 강조하며 담백한 게 좋다는 걸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어요. 재미있게 봤습니다. 추천합니다. 





    • 보진 않았고 옛날에 화제됐던 것만 기억하는 영화에요. 그때 그 식인 요소가 크게 화제가 됐는지 영화 본 친구들이 그거 얘기만 해서 전 되게 끔찍한 영화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포스터를 봐도 그렇고 thoma님 글을 봐도 그렇고 전혀 다른 영화인 것 같군요. ㅋㅋ 기억해두겠습니다!
      • 주목거리인 요소를 필요 이상으로 깔끔하게 처리한 느낌이 있었어요. 구성원들의 반응이나 구체적 식용 모습이 실제로 저렇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싶은 정도로 무난하고 거부감이 없이 처리되어요. 무엇보다 그게 영화에서 비중이 별로 없기도 하고요.

    • 무려 극장에서 봤던 영화입니다. 30여년 전이었군요…

      그 오랜 시간을 지나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조난당해 시체를 먹고 살아남은 이야기” 치고는 무척 멀쩡한 영화였다는 인상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실제 사고에 대하여 들어 알고 있어서 영화에서 뭔가 그로테스크하고 엽기적인 장면을 예상 (기대…? 그때는 정말 어렸습니다 -_-) 했는데 예상과는 좀 달랐다는 느낌.
      • 프랭크 마셜이 제작한 a급 영화인데 그런 걸 보여 줄 수는 없었겠죠. 마셜이 내한하기도 했어요.
      • 광고 효과를 위해 호들갑이 필요했을 듯해요. 실제로는 영화에서 그걸로 어찌해 보려는 장면이란 게 없다시피하고 기대하면 실망할 수준이죠. 그저 작고 마른 육포를 나누어 머금.

    • 영화에서 시신을 먹게 되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우아하게 처리됩니다. 영화를 보실 분들은 아래는 읽지 않으시는 게 좋겠어요.


      이 일을 논의해 보자고 하자 반발과 혐오를 표시하는 이들이 거세게 나옵니다. 그날 밤에 한 명이 '내가 만일 죽어서 죽은 내 몸이 너희를 살릴 수 있다면 날 먹어도 돼.(안 먹는다면 와서 엉덩이를 차줄거다.)'라고 하며 동의하면 '손'하고 내밀자 주변의 대부분이 동의하며 손을 얹습니다. 이 장면이 어둠 속에 작은 불빛을 밝히고 분위기 있게 그려져 있어요. 둘러앉은 친구들은 마치 예수와 그 제자들 비스무리하게 느껴지고요. 조난자들이 대부분 가톨릭 신자인데 일종의 영성체(예수가 자신의 몸과 피를 나누어 먹게 하며 죄를 사한 것)라고 받아들이기도 하고요. 

    • 어릴 때 비디오로 봤었는데 지금 보면 느낌이 색다를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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