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티리얼리스트' 보고 잡담
(댓글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셀린 송 감독의 신작이지요.
아마도 엘리 아빠의 알파남 연기가 궁금하지 않았다면 극장까지 가진 않았을 겁니다. 제가 감독의 전작 '패스트 라이브즈'도 좋은 영화고 재밌게 봤다라고 생각했으나, 전문가들의 평가에 놀란 경험이 있습니다. 그 정도로 좋은지는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이번 영화는 내용도 좀 관심이 덜 갔어요. 포스터나 예고편을 보았을 때 영화 자체로는 그다지 끌리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보고 왔고 떠오르는 대로 이것저것 적어 봅니다.
예고편 이상의 상세한 내용은 없으나 감상의 영향이 싫으시면 안 읽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앞 영화보다 더욱 전형적인 삼각 관계 설정입니다. 꿈을 추구하며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전남친과 결혼 시장의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아니 그 이상의 덕목을 갖춘 새 남친 사이에서 갈등하는 내용이요. 앤딩도 정해져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그 결론을 어떻게 설득시키느냐가 문제인데, 저는 설득이 되지 않았네요. 과거에 헤어진 남친인데요, 헤어진 이유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면 과거에는 생각이 짧아서 헤어졌고 세상 물정 경험하고 나니 그래도 '사랑'이라는 결론인가 봅니다. 저는 '사랑'은 영화 내의 대사에도 나오지만 그냥 인생에 찾아오는 쉬운 것이고(노력의 영역이 아니고)...언제나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 루시도 알고 다음 단계를 사는 것으로 나옵니다. 그래서 영화의 초반처럼 사는 모습이 뭔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앞 부분의 자신감 넘치고 영악해 빠진 커리어 우먼의 모습이 너무 쉽게 좌초된달지, 수정됩니다.
영화는 사랑을 대단한 것으로 결혼의 절대 조건으로 결론지어 가는데, 보다 보면 사랑이라기 보다 시간이 가져다 준 대화가 통하는 사람과의 친근함이나 익숙함이 아닐까 생각이 되더군요. 시간이 가져다 준 그런 친근함, 익숙함은 새로 만난 사람이 이겨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주인공 현실이 위기에 봉착하자 그 위기를 해결할 방법을 익숙한 곳에서 찾게 되는 것이겠죠. 아직은 깊게 모르는 이와 약한 모습을 공유하기엔 두렵고요.
애초에 좀 꼬인 이야기가 아닌가 싶어요. 루시는 직업적으로 갖고 있는 수학적 데이터에 근거하면 해리와 만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평소에 해리 같은 엄청난 부자 남자를 이상으로 두고 있었어요. 자기가 직업상 만나는 사람들에게 늘 하는 얘기와는 배치됩니다. 실제 자신의 일에서는 사람들을 그렇게 연결짓지 않아요. 어쩌다가 '사랑'이 개입해서 신분 상승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루시와 해리는 계산하는 사람들이고 사랑이라는 변수를 바탕에 두고 관계 설정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잖아요. 이런 사람들의 기우뚱한 관계가 지속이 되겠느냐고요. 그러면서 루시는 왜 뒤늦게 사랑 얘기를 하는가 말이죠. 뭐 뛰어들어 경험해 보니 알게 되었다는 것이라면 할 말이 없겠고요.
관객 입장에서 영화가 주는 설득력은 앞 부분의 흥미와 기대감이 뒷 부분에서 수습이 잘 되는지 여부에 있는데요. 루시가 앞 부분에서 보여 준 소신과 자신만만함이 영화를 후반까지 보고 나자 알맹이 없는 포장에 불과하게 느껴졌다면 너무 가혹한 평일까요. 해리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건 찬성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존을 선택해야만 하는가! 싶은 겁니다. 사랑과 결혼이라는 문제를 직결시킨다거나 무덤까지 가는 영원한 사랑이라니. 수렵채집인들을 앞뒤로 배치한 점도 의아했습니다. 일부일처제와는 다른 모습으로 다양해지는 현실과 미래에 대한 반영이 없고 복고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조금은 다른 얘기를 기대했는데 아쉬웠어요.
좋게 보신 분들께 죄송하네요. 부정적인 생각 위주로 나열했습니다. 통일성 없이 생각나는 대로 썼습니다. 좋게 볼 수 있는 지점들은 살짝 무시하고 썼네요.
대사는 무척 재미있습니다. 저는 루시와 해리가 주방에서 대화 나누는 신이 신선했습니다. 오, 그냥 알파남 캐릭터는 아니고 한 방이 있었네, 했습니다. 그러고 나중에 아래 포스터를 다시 보니 페드로 파스칼의 앉은 자세에서 유달리 그쪽을 강조하는 듯해서 웃음이 났네요.
해리는 제쳐두고 존과 루시의 외모도 불평하지 않겠습니다. 두 사람은 배우이고 배우지망생이었다는 알리바이를 뒀으니까요.

주인공이 커플매니저라서 결혼시장의 계산들을 속속들이 아는 것처럼 행동하다가, 결국은 사랑이라는 핑계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데 대한 불만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한때 결혼시장에 발을 담궜던 사람으로써 '비슷한 배경의 비슷한 수준 사람'이라는 알고리즘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사람들을 들이대는지 기억해보면, 맘이 가는 대로 하는 선택이 이해가 가려고도 합니다. 물론 로맨스 소설의 원조인 제인 오스틴서부터 나오는 이야기지만 돈이 없으면 사랑도 사실은 불가능하기도 하지요. 흠~배우로서는 실패했을지 모르지만 커플매니저로 성공한 여주인공과 연극배우의 꿈은 못버려도 부업에 매진하겠다는 남주인공이 힘을 합치면 또 괜찮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커플매니저 경험이 있는 셀린 송이 어느 정도는 자기 자신을 모델로 한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셀린 송은 역시 극작가 출신인 남편과 헐리우드 파워 커플이 되는 판인데요. 그리고 지금은 신분과 상속 재산이 모든 걸 결정하는 리젠시 시대는 아니니까요.
부 그리고 엄청난 부를 순위의 전부로 두다가 여전한 형편인 존과 함께할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선택한다면 그 과정이 좀더 설득력 있어야 할 거 같다는 감상이었어요. 과거와 달라진 계기 중 하나는 어떤 고객의 사건이 있는데 이런 리스크를 모르고 너무 순탄하게 직업에서 성공했나 보다는 생각도 들고요.
'부 그리고 엄청난 부' 대사 말이군요. 저는 한때 결혼 안하냐고 오지랍 넓히는 사람들에게 평생 호강시켜 줄 부자가 나타나면 한다는 말을 농담삼아 하고 다닌 적이 있어서, 별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물론 루시가 5년이나 사귄 남자와 돈이 없어서 헤어진 걸 생각하면 어느 정도 진심이었겠지요.
외모를 수치화하는 스카우터가 개발 안된건 눈으로도 그냥 되기 때문이겠죠. 외모가 연애뿐만 아니라 결정사에도 얼마나 큰 요소인건 말할것도 없구요. 그런 점에선 루시와 존은 아무리봐도 사랑밖에 없는 빈털터리와는 거리가 멀어 보여요. 그 잘난 해리가 이거 아니면 불가능했다고 고백하는 그 부분이 저는 가장 차갑고 섬뜩했거든요. 결국 인간의 육체야말로 ‘물질‘이구나 하구요.
해리의 일이 드러남과 동시에 진행되는 이별의 대화가 오해의 여지도 있습니다. 타고난 자산가, 얼굴, 부모의 큰 다툼도 본 적 없는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지만 어쩔 수 없었던 그 부분을 돈으로 해결했다는 해리의 고백과 원래부터 갖고 태어난 외모의 존 사이에서요. 아주 나쁘게 보자면 어쩌면 원석을 선택하는 식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가 로맨틱 멜로이긴 하지만 외모가 영화에서 말하는 '물질적 조건'과 밀접하게 관계 있기에 존과 루시의 외모가 좀 너무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존은 타고났을 수도 있지만, 루시는 자기도 고친데 있다고 했지요^^
맞아요. 그 대화에서 성숙한 대처였고요.
해리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건 찬성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존을 선택해야만 하는가! 싶은 겁니다. 사랑과 결혼이라는 문제를 직결시킨다거나 무덤까지 가는 영원한 사랑이라니. 수렵채집인들을 앞뒤로 배치한 점도 의아했습니다. 일부일처제와는 다른 모습으로 다양해지는 현실과 미래에 대한 반영이 없고 복고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조금은 다른 얘기를 기대했는데 아쉬웠어요.
→ 너무 늦지 않은 나이에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게 아닐까요? 너무 구시대적이에요.
낭만적인 사랑과 전통적인 결혼, 그리고 성공적인 결혼 생활은 관계가 1도 없죠.
결혼을 잘하려면 대화 방식이라든가 경제관념 같은 걸 보는 게 맞지 않나 싶고요.. (..)
순수한(????)' 사랑과 세속적인 욕망 사이에서 내린 이도 저도 아닌 결론보다는 차라리 넷플릭스 쇼 '매치메이킹 인디아' 쪽이 더 솔직하고 재밌을 것 같네요.
돈 없고 잘생긴 남자와 돈도 많고 잘생긴 남자 사이에서의 진지한 줄다리기라니 (뻘소린데 저는 페드로 파스칼이 미남이라고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 좀 웃기기도 합니다.
여자 주인공이 배우 지망생이었으니까 그런 고민도 하는 거겠죠?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경험한 적이 없어서 공감은 잘 안 됩니다. ㅎㅎ
보지도 않고 이런 말을 이야기를 하는 건 좀 비겁하지만 수많은 그저 그런 로맨틱 코미디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모르겠네요.
긍정적으로 보면 현실의 뻘밭을 한바탕 구른 후에 조금 성숙한 다음의 선택이니 이제 어지간한 위기는 유연하게 헤쳐나가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예전부터 두 사람은 결혼하고 싶어하는 부류였나 보죠.
수많은 로맨틱 코미디와 달리 느껴지지 않고 신선함이 부족해서 아쉬웠어요.
페드로 파스칼이 미남이 아니면 누가 미남인가요?(최근에 팬 된 사람) ㅎㅎ 사실 전통적 미남은 아닌 거 같고 쾌남이나 매력남 축엔 들지 않나 싶네요. 그래서 나이들어서 못생겨져도 통할 외모라고 주장해 봅니다.
셀린 송 감독이 어떤 의도로 마지막에 루시가 그런 선택을 하게 했는지 머리로는 알겠는데 감정적으로 와닿도록 설득은 해내지 못한 느낌이었어요. 저는 전체적으로 좋았는데 결말 때문에 많이 아쉬웠네요. 차라리 본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삼아 아예 새로운 상대를 찾아 나서는 엔딩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저는 주방에서 대화도 좋았지만 루시와 해리가 레스토랑에서 서로 까놓고 얘기하고 일종의 합의를 하는 롱테이크의 대화가 가장 좋더군요. 그런 수술이 있는지는 처음 알았어요. 작중 엄친남 배경에 얼굴이 페드로 파스칼인 사람이 키가 작다고 그렇게 치명적인 단점이 된다고 믿기는 어렵지만 만약 본인이 콤플렉스가 있어서 자꾸 신경쓰고 살게 된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감독은 아무래도 이상주의자면서 낭만주의자가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그 마음을 물질주의 계량주의를 가져와서 얘기를 풀어나가다 보니 마무리가 매끄럽지 않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저도 레스토랑 대화 장면은 제대로 대결하는 맛이 있었고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주방에서는 해리의 진짜 면모가 드러나 살아 있는 한 인간으로 접근할 만한 장면이었고 몸을 낮출 때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그런데 개봉 얼마 안 된 영화를 너무 부정적으로 써서 좀 그래요. 한편 이 변방에서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ㅋㅋ)이 쓴다고 뭔 일 있겠나 하지만요.
개봉하고 얼마 됐는지가 뭔 상관이 있겠습니까 thoma님이 느끼신대로 조리있게 잘 쓰셨으면 된거죠.
영화 커뮤니티에서 뭔가 신작을 보고와서 조금 맘에 안드는 부분이 있으면 역대급 망작이라느니 이렇게 오바떠는 사람들만 아니면 됐죠. ㅋㅋ
조만간 후기 볼 수 있나요..
네 팬 그거 할게요.
분량이 적어서 그랬지만 충분히 구경거리를 줬고요, 뭣보다 멀쩡한 모습으로(사망하지 않고) 퇴장하니 흐뭇하더라고요.ㅎㅎ
사실 제가 '패스트 라이브스'를 보면서도 '잘 만들긴 했는데 뭔가 내 취향은 아니고. 감독님 성향도 나랑 좀 안 맞는 듯 하고...' 같은 생각을 했던지라 다음 작품이 어떨지 궁금했는데요. thoma님 글만 읽어서는 역시 그때 내 느낌이 맞았나 보다... 싶습니다. ㅋㅋㅋ 나중에 어디 OTT에라도 올라와서 편히 볼 수 있게 되면 그때 한 번 생각해 봐야겠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이쪽으로 깊이 들어가서 언젠가 멜로의 거장이 되실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소재를 다룬 영화를 보고 싶기도 하네요.
큰 투자 받고 저런 배우들, 스텦 이끌고 작품을 만드는 것 자체가 엄청난 능력이라 생각되고, 아직 젊으셔서 기대가 되긴 합니다.
저는 재미있게 보고 다코타 존슨의 천천히 하는 말투가 맘에 들었는데 표정이 없다고 연기력 평가절하는 하는 평을 봐서 그런가? 싶었네요.
짝짓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힘든 겁니다... 네.
다코타 존슨 연기력은 현지 영화팬들 사이에서도 평소에 말이 많더라구요. 발연기라는 얘기도 많고...
말씀대로 천천히 특유의 여유있게 나긋나긋하게 치는 대사라던가 그런 부분이 성의없는 연기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요.
재미는 있는데 후반이 기대와 좀 멀어진 거 같아요. 연기는 자기 몫을 잘 한 거 같은데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