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존 스타인벡 & 히치콕. '구명 보트' 잡담입니다

 - 1944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36분. 스포일러는 역시 결말만 간단히,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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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보니 인물은 사진을 썼는데 배경은 아예 대놓고 그려 버렸네요. 하하.)



 - 때는 2차 대전 중. 영화가 시작되면 이미 유보트의 어뢰에 박살난 화물선의 생존자가 구명 보트를 타고 바다를 떠돌고 있죠. 밍크 코트를 걸치고 카메라와 타이프 라이터까지 구비하고 있는 여유로운 모습이 괜히 웃긴 가운데 하나 둘 씩 이 배의 생존자들이 구명 보트에 탑승을 해 가구요. 선원들도 있고 승객도 있고 부자도 있고 가난뱅이도 있고 흑인도 있고... 그런 가운데 어쨌든 살아 남았으니 좋네! 라는 식으로 훈훈하던 구명 보트의 분위기는 독일군 표류자가 등장하면서 급속 냉각이 됩니다.

 나침반이 없어서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식량이랑 물은 다 떨어져 가고. 신분과 재산과 인종이 다른 탑승자들은 서로 말도 잘 안 통해서 으르렁 거리는 가운데 음험하게 도사리고 있는 독일군! 과연 이들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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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되면 요렇게 하나씩 둘씩 줍줍을 계속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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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셋을 갖춰내는데... 이건 영화 스틸이 아니라 홍보용 사진입니다. 그런데 대놓고 스포일러가 들어가 있네요. ㅋㅋㅋ)



 -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구명보트 한 척에서 시작해서 거기에서 끝나는 이야기라는 컨셉. 그리고 '그렇다면 대체 히치콕은 어떻게 카메오를 할 것인가!' 라는 이야기로 유명했던 영화였죠. 예전에도 몇 번 봤던 영화지만 이게 존 스타인벡에게 의뢰해서 받은 각본으로 만든 영화라는 건 이번에 다시 보면서 알았네요. 뭐 정작 원작자는 본인이 만든 위엄 넘치는 흑인 캐릭터를 제작진이 각색해서 하찮게 바꾸어 버렸다고 화가 나서 크레딧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했다지만, 마케팅을 위해서였는지 그딴 거 반영 안 하고 그냥 이름 넣어 버린 패기가... ㅋㅋㅋ 암튼 뭐 그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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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비하인드 사진을 보면 좀 웃겨 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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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물 위에서 이것저것 장비, 효과 때려 박아가며 진행된 촬영이라 부상이 많았다고 합니다. 정말 크게 다친 배우도 있었다고.)



 - 쌩뚱맞은 얘기이고, 다른 영화들도 마찬가지였지만 특히 이 영화를 보면서 그 시절 시각 효과 담당자들의 능력에 감탄했습니다. 설정은 망망대해지만 정작 배우들과 영화 속 보트는 바다 근처에도 안 가봤을 게 뻔하잖아요? 거대 수조 같은 거 만들어서 띄워 놓고 강풍기와 인공 파도 같은 걸로 때웠을 텐데.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바다에 표류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막 들어요. ㅋㅋ 말하자면 '장인의 손길로 한 땀 한 땀 만들어낸 수제 바다' 인데 말입니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와 촬영, 연출까지 어우러져서 완성된 효과이겠지만 어쨌든 신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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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바다 '느낌'은 충분하지 않습니까? ㅋㅋㅋ)



 - 여러모로 패기와 자신감이 넘치는 작품이죠. 결국 이 사람들이 그 쪼매난 배 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거의 대화 뿐인데 말입니다. 그 대화와 대사를 최대한 흥미롭게 쓰려고 노력한 건 존 스타인벡과 각색 작가들이었겠지만 어쨌든 대화는 대화일 뿐. 그걸 지루하지 않게, 그리고 알기 쉽게 전달하려면 당연히 감독의 컷 구성과 연기 지도가 중요한 것인데요. 뭐 당연하게도 그게 되게 좋습니다. 이런 건 뭐라고 설명을 못하겠어요. 마치 스필버그의 액션씬 촬영과 편집이 왜 훌륭한지 분석해서 설명하는 게 저 같은 인간에겐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말이죠. 그냥 좋습니다. ㅋㅋㅋ 

 아니 진짜로 별다른 눈요기를 넣을 수도 없는 설정인 데다가 '바다 한 가운데에서 오케스트라 음악이 들려오겠어?'라며 음악도 거의 안 넣어 버렸으니 감독 스스로 설정한 핸디캡이 되게 높단 말입니다. 근데도 지루하지가 않습니다. 솔직히 가끔 덜 재밌는 구간은 있었어요. 그래도 이 정도로 해 냈으니 그냥 감독님 능력 짱짱맨... 이랄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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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야기가 덜 재밌어져도 이 분만 나오면 재밌어집니다. 캐릭터도 배우도 얼마나 매력 폭발이던지!! 영화 다 보고 나서 검색해 보니 배우님 본체는 이 캐릭터보다도 훨씬 강력하게(?) 살다 가신 분이더라구요. 허허.)



 - 맨 처음에도 적어 놓았듯이 의도적으로 등장 인물들의 사회적 신분부터 해서 나이, 성격, 능력치 등등을 다 다르게 설정해 놓고 이 좁은 배 위에다가 미국 사회의 모습을 구현해 보려고 했... 던 듯 하죠. 각본 역시 야심이 꽤 컸던 건데요.


 일단 제 입장에서 참 잘 했구나라고 확 느껴졌던 건 시작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서 캐릭터들 외모, 이름, 성격이 다 쏙쏙 들어와서 헷갈리는 일이 없었다는 겁니다. 요즘 영화들을 봐도 이렇게 여러 캐릭터를 한 번에 던져 넣고 전개 되는 이야기들은 꼭 그 중 몇 명은 헷갈리고 착각하고 하면서 한참을 헤매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건 별다른 노력 없이도 바로 숙지가 되더라구요.


 반면에 신분, 계급, 사회적 역학 관계 뭐 이런 부분은... 처음엔 꽤 그럴싸하게 보였는데 뒤로 갈 수록 좀 흐지부지되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결정적으로 그 독일군 캐릭터가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나머지 캐릭터들은 한참 동안 다 찐따가 되는 식의 전개인지라... ㅋㅋ 게다가 그 독일군 아저씨가 참 강력해요. 후반에 막 혼자서 팔팔하게 노래 불러 제끼면서 노 젓는 장면은 정말. ㅋㅋㅋㅋㅋ

 하지만 그래도 이건 히치콕 영화이고. 바로 그 히치콕스러운 재미를 담당해 주는 게 이 독일군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어차피 2차 대전이 끝나기 전에 나온 영화이니 캐릭터의 실체가 빤히 정해져 있다는 게 한계이긴 한데, 그래도 재밌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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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벡을 열받게 만들었다는 흑인 캐릭터 조. 뭐 막 나쁜 건 아닌데, 확실히 비중도 혼자 티나게 작고 별로 아름답지 못한 역할도 하고 그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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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 캐릭터는 제가 볼 땐 그냥 괜찮은 것 같지만 뭐 80년 전, 그것도 전쟁 진행 중일 때였으니 민감한 것도 이해는 가구요.)



 - 암튼 대충 정리하자면, 기술적인 면에서. 그리고 히치콕의 연출력 면에서는 거의 고난이도 서커스 묘기를 보는 듯한 재미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아니 대체 이런 걸 어떻게 해내셨대요? 이런 기분으로 내내 즐겁게 봤습니다만.

 이야기 측면에서 보면 개인적으론 좀 애매... 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 독일군과 얽힌 스릴러스런 전개는 만족스러웠는데, 다양한 사람들을 좁은 데 때려 박고 펼치는 군상극이라는 측면에선 뭔가 되게 재밌는 걸 하려다... 마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최종적으로 '우와 완전 재밌다!' 까진 아니었지만 참 여러모로 감탄하면서 즐겁게 잘 봤습니다. 끝.




 + 개봉 당시에 일부 비평가들이 '독일군을 긍정적으로 묘사했다!'고 비판하며 논란이 일어나 광고도 줄이고 개봉 규모도 확 줄인 결과 흥행은 실패했다고 하네요. 제작비도 못 건졌는데, 바다 구현하느라 이것저것 들어간 돈이 많았는지 '레베카'보다 이게 제작비가 더 들어간 영화였습니다. 허허.



 ++ 그래서 히치콕 카메오는 아주아주 유명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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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광고 모델로 출연하셨죠. ㅋㅋㅋ 실제로 본인이 감량에 성공했던 즈음이라 실제 비포 / 애프터 사진을 갖다 쓰셨다고.



 +++ 워낙 유명한 이야기라 스포일러를 따로 적을 필요가 있나 싶지만서도.


 일단 초기 멤버들 중에 아기를 안고 탄 젊은 엄마는 아기가 죽은 걸 뒤늦게 알고는 멘탈이 나가서 다들 자고 있을 때 자살해 버리구요.

 다리를 다친 댄스 매니아 선원은 나중에 음식도, 물도 부족한 상황에서 모두 다 뻗어 있을 때 독일군이 몰래 마시는 물을 보고 매달리다가 바다로 내동댕이 쳐져서 살해 당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식료품이 다 떨어지니 당연히 기력도 떨어지는데, 이상할 정도로 독일군 혼자만 멀쩡하고 쌩쌩했었던 비결은 몰래 숨겨뒀던 물과 영양제 덕분으로 밝혀지고.

 또 이 놈이 그동안 나침반을 갖고 있었음에도 다른 멤버들에겐 계속 비밀로 하고선 미군이나 영국군 방향이 아니라 독일군 방향으로 유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게 다 들통난 후에도 당당하게 '그렇지만 니들도 살아 남으려면 내 생각대로 가는 게 맞았다고!!' 라고 외치지만. 이 사람들의 동료를 죽여 놓고 할 말은 아니었죠. 그래서 두들겨 맞고 바다에 빠져 죽습니다.


 이후로 무기력하게 바다 위를 떠돌던 구명보트는 독일 전함을 만나 포로로나마 구조되려나... 했는데 그 순간 나타난 연합군 배에서 포격이 날아오고 독일 전함은 침몰. 어찌저찌 그 여파를 이겨낸 주인공들이 다가오는 연합군 배를 바라보며 안심하는 모습으로 엔딩입니다.

    • 이 영화도 재미있게 봤는데....비슷한 영화가 기억이 안나 한참 검색했습니다. 한국 제목이 27인의 표류자였군요 https://m.blog.naver.com/cine212722/222403069359 



      • 으아니. 솔직히 이 영화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ㅋㅋㅋ 근데 27인이라니 스케일이 한참 크네요. 옛날엔 이런 류의 모험담들이 아주 인기가 많았던 것 같은 기억이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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