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체인지' - 줄리안 무어의 사라 페일린 코스프레

p9058689_v_h9_ad.jpg

양옆에서 주인공을 '빛내주고' 계시는 두 명배우!



쿠팡플레이에 올라온 HBO 영화들을 훑어보다가 강렬한(?) 포스터에 이끌려서 클릭해봤는데 그러고보니 줄리안 무어 여사님이 사라 페일린 역할을 맡은 영화가 있었다는 게 기억나서 감상했습니다. '신명'으로 버린 눈을 좀 제대로 된 정치풍자극으로 달래주고 싶기도 했고...



08 미국 대선이 배경입니다. 혜성같이 나타난 오바마가 미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기념비적인 선거이기도 했지만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나온 사라 페일린의 각종 언행이 안좋은 쪽으로 연달아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이걸 매주 SNL에서 티나 페이가 미친 싱크로율로 패러디하면서 미국인들에게 그 어떤 영화, 드라마도 따라갈 수 없는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해주기도 했었죠.


저는 지금도 잘 모르지만 당시에는 더욱 미국 정치판에 대해 문외한이었어서 맥락을 전혀 모르는 와중에도 그 SNL 영상들을 보며 많이 웃었었는데요. 그 유명한 TV 인터뷰 도중 '내 집에서 러시아가 보인다' 등의 발언들을 진짜 실제로 했었다는 걸 알고 도대체 어떻게 저런 사람이 동네 이장선거도 아니고 무려 천조국 부통령 후보로 지목이 됐는지 궁금하긴 했습니다.



이 영화가 실제 상황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가정하에 결국 당시 완전 대세였던 오바마를 따라잡기 위해서 맥케인(에드 해리스) 후보 캠프의 보좌관(우디 해럴슨)이 파격적으로 주류 정치권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여성 정치인 사라 페일린을 러닝메이트로 지목한다는 전략을 세웠던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사라 페일린이 알래스카 주지사를 여러번 연임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정치인으로서 기본은 다 갖췄을 거라고 생각해 제대로 된 후보검증을 해보지도 않고 기습적으로 발표를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이런 깜짝효과를 누리면서 순식간에 맥케인의 지지율이 오바마랑 비비는 수준까지 갔었고 이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 페일린을 더욱 미디어에 전면적으로 노출시키는 전략으로 가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대재앙의 시작이었으니...



webp?url=http%3A%2F%2Fs3-origin-images.p

우리 오바마 이길 수 있을까요? "Yes We Can!"



이후로는 뭐 우리가 당시 뉴스나 SNL을 통해서 접했던 페일린의 수많은 망신살 뻗치는 망언들을 줄리안 무어 대배우님이 필요이상(?)의 열연으로 재연하는 모습을 재밌게 감상하면 됩니다. 사라 페일린 패러디 하면 영원히 티나 페이가 기억되겠지만 그래도 정극적인 톤에서 현실세계에 발 붙인 인물로 적당히 뉘앙스를 넣어가면서도 그래서 민망한 발언들을 할 때는 더욱 민망하게 느껴지고 그런 효과들이 적절하게 다가와서 아주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08 대선 당시에도 페일린이 하도 화려하게 매체에 도배되다보니 대통령 후보임에도 관심사에서 완전히 밀려버렸던 맥케인은 여기서도 그냥 비중있는 카메오 정도로만 그려집니다. 그래도 무려 에드 해리스옹이 크게 티는 나지 않으면서도 훌륭한 싱크로율로 무게감 있게 연기해주고 계십니다. 실질적인 서브 주연은 우디 해럴슨이고 역시 언제나처럼 믿음직하고 캐릭터가 맥케인-페일린 사이를 오가며 자기가 저질러버린 최악의 결정을 어떻게든 수습해보려는 모습이 애잔합니다.



MV5BNDZiZTM0MzgtYTFhMi00NTg0LThhNjEtNGJh

사라 폴슨님도 나오십니다. 아직 인지도를 높여가던 시기여서인지 비중은 그냥 조연 정도



막 엄청 날카로운 시각이나 그런 걸 제공하는 수준의 작품까지는 아니고 그냥 당시 공화당 선거캠프의 해프닝을 자연스럽게 나열하면서 얼마나 한심하고 우스꽝스러운 상황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정도가 야심인데 그래서 더 효과적이기도 한 웰메이드 풍자극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당시에 오바마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물론이고 반대쪽 사람들 조차도 '진짜 저런 수준의 후보가 부통령되면 어쩌지? 맥케인 나이도 많은데 설마 임기 도중 사망하면???' 이런 걱정들을 했었다고 하는데 진짜 나라의 지도자를 잘못 뽑은 매운맛이 어떤 것인지를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차라리 이 때의 걱정은 별 거 아니었다는 식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에 써놨듯이 쿠팡플레이에서 보실 수 있어요.

    • 남의 나라 정치는 한국 정치보다도 더 모르지만 사라 페일린의 그 주옥 같은 어록들이 하도 강력해서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네요.


      확실히 코미디로 풀어내기 좋은 캐릭터이긴 한데... 생각해 보면 역시 미국이 선진국답게 막말, 폭주 정치 세력들이 미국, 아시아, 유럽 할 것 없이 전세계를 주름 잡는 작금의 정치 상황을 앞서서 보여준 게 아니었나 싶어서 안 웃기기도 하구요. orz 영화는 재밌어 보이지만 이거 보고 있으면 한국의 수많은 사라 페일린들이 떠올라 혈압 오를 것 같아서 못 보겠습니다. ㅋㅋㅋ 글은 잘 읽었구요!

      • 그래도 지금 보니까 이 시절이 그래도 양호하긴 했구나 싶어요. 최소한 일반적인 보수, 미국 전통적인 공화당스러운 가치를 지향하는 유권자들이 뽑을만한 후보였는데 이젠 극우 파시스트들이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그런 유형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 걸 생각하면;;;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29532 고추냉이 꽃게랑/야구장 고양이 115 08-17
129531 최근에 다시 본 영화들 2 326 08-17
129530 이런저런 일상... 241 08-17
129529 애플 오리지널 - Your Friends & Neighbors 간단 잡담 3 203 08-16
129528 머티리얼리스트를 보고(스포있음, 사랑이 고픈 사람과 결혼이 필요한 사람의 차이) 2 270 08-16
129527 [듀나의 배우스케치] 링크 4 307 08-16
129526 신임 국중박 관장이 추천한 꼭 가봐야할 문화유산답하지 12곳 253 08-16
129525 김건희 소재로 드라마 시즌3 까지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 6 386 08-16
129524 [쿠플] ‘실리콘밸리’, ‘배리’ 4 166 08-16
129523 [왓챠바낭] 존 스타인벡 & 히치콕. '구명 보트' 잡담입니다 2 176 08-16
129522 (쿠플) 웡카 2 129 08-15
열람 '게임 체인지' - 줄리안 무어의 사라 페일린 코스프레 2 227 08-15
129520 2년 전 광복절/보그 코리아의 광복절 기념 화보 5 287 08-15
129519 이강인 슈퍼컵 골 1 116 08-15
129518 [왓챠바낭] 이건 매우 재밌습니다! '의혹의 그림자' 잡담 8 370 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