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28년 후] 관람 후기 - 2

  •  스파이크 부자 옆으로 굉음을 내며 사슴떼가 지나간다. 이후 영화에서 '숲 속에 숨어있는 감염자들'의 적외선 촬영 영상이 계속 나온다. 이들은 자기들끼리 이상한 소리를 내며 사슴 한마리를 게걸스럽게 뜯어먹는다. 이 부자에게 사슴은 공생할 수 있는 자연의 일부이지만 감염자들은 그렇지 않다. 감염자들은 영화의 이미지로는 위험하고 물리쳐야 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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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들은 어떤 집을 수색한다. 쓸만한 가재도구가 없나 살피던 제이미는 프리스비를 발견하고 좋아한다. 어느 방의 문을 열고 이들은 거꾸로 매달린 남자를 발견한다. 그 남자의 몸에는 JIMMY라는 이름이 새겨져있다. 그 남자는 이미 감염이 되어서 꿈틀거리고 있다. 제이미는 이 감염자는 더 이상 '이성이 없다'고 하며 죽이라고 한다. 스파이크는 망설인다. 영화는 다시 질문한다. 인간에게만 이성이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은 존재들은 인간이 생명을 앗아도 되는 것일까.

 

  •  영화가 던지는 두번째 질문이다. 스파이크는 첫번째 감염자, 슬로우 로우는 그래도 죽일 수 있었다. 그들은 문명인의 외양을 갖추지 않고 땅을 기어다니며 짐승에 더 가까웠다. 그러나 매달린 이 감염자는 '사람이었다가' 감염된 존재이다. 즉 옷을 입은 채로 명백하게 사회인의 외양을 하고 있다. 천장에 매달려있어서 이 부자를 습격하지도 않았다. 사나워보이지만, 이 '사람'을 스파이크는 아직 죽이고 싶지 않다. 제이미는 스파이크에게 계속 죽이라고 한다. 이제 이 것은 더 이상 야생동물을 향한 사냥조차 아니다. 거꾸로 매달려있는 사람을 죽이는 것을 인간사회에서는 '사형'으로 구분한다. 제이미는 지금 스파이크에게 계속 사형을 집행하라고 하고 있다. 영화는 인간으로서 인간을 죽이는 이 행위를 교육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여기서 주저없이 죽일 수 있어야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면, 그렇게 망설임을 버릴 때 함께 버리는 것은 무엇일까?

 

  •   매달린 감염자는 계속 꿈틀대고 그가 매달려있던 천장 부분은 낡아서 무너진다. 달려드는 감염자를 제이미가 쏴 죽인다. 그들은 집을 나선다. 이들은 숲 속에서 죽어있는 사슴의 시체를 본다. 이 사슴의 시체에서 악취가 나고 구더기가 들끓고 있다. 이 장면은 스파이크가 보거나 경험한 게 아닌, 환상 속 적외선 장면의 감염자들과 연결된다. 그들은 정말로 사슴을 그렇게 게걸스럽게 먹었을 것이고 알파는 사슴의 척추를 뽑았을 것이다. 스파이크 부자가 보는 숲 속에서 관객은 계속해서 누가 다른 존재를 '살해한' 흔적들을 본다. 나무에 걸려있는 사슴의 척추를 보고 제이미는 알파의 존재를 언급하며 불안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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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이미와 스파이크는 숲속에서 벗어나려 한다. 그들은 멀리 있는 동산에서 감염자 무리들이 하나 둘 나타나는 걸 확인한다. 제이미는 상황을 파악하고 스파이크와 함께 도망친다. 이것은 얼핏 보면 이 부자가 마침내 맹수와 조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계속 작동하는 하나의 순서가 있다. 비감염자가 감염자를 죽이고, 그 다음에 감염자들이 죽인 비감염자를 쫓는다. 동족의 죽음에 분노한 감염자 무리가 살인자를 쫓는 것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스파이크는 숲 속에서 감염자들에게 정확히 활을 쏘지 못하고 이들은 폐허를 하나 찾아 간신히 도망친다.

 

  •  스파이크 부자는 다락방에 숨어서 일단 밤을 보낸다. 스파이크는 활을 제대로 쏘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지만 제이미는 활을 제대로 쏘지도 못하는 어른들도 있다며 스파이크를 칭찬한다. 어차피 목적은 '첫 사냥'이었으니 잘 했다고 한다. 스파이크는 어느 곳에서 불을 발견하지만 제이미는 위험한 곳일 거라고 대답한다. 이후 스파이크는 잠에 든다. 그는 꿈 속에서 화살을 맞은 가면을 쓴 아이와, 물 한 가운데에 있는 어머니를 본다. 그리고 사슴떼가 집 바로 바깥을 뛰어다니는 광경을 본다. 집이 무너지기 직전 두 부자는 탈출한다. 이것은 단순한 피난처의 파괴일 수도 있지만, 집으로 대표되는 home이 무너진 시각적 은유는 아닐까. 아버지의 질서 아래에 세워진 home이 이제 더는 버티지 못한다는 신호라면 스파이크는 다른 선택을 해야할 것이다.

 

  •  화살이 떨어진 부자는 숲 속에서 해변으로 향한다. 첫 출정에서 죽여도 보고, 쫓겨도 봤다면서 제이미는 아들을 대견해한다. 그들은 부츠를 목에 걸고 섬으로 돌아간다. 이 때 영화는 알파를 비추고 그의 주위에는 수많은 새떼가 날아다닌다. 스파이크 부자가 섬으로 향하는 유일한 육로를 따라 걷고 있을 때 그들의 머리 위로 새떼가 날아간다. 그리고 등장한 알파가 이 부자를 쫓기 시작한다. 알파는 동물을 조종하거나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처럼 암시된다. 어쩌면 이 영화 속의 자연이란 감염자들을 포함한 그 자체가 자연이 아닐까. 그 자연 속에서 비감염자가 이성의 유무를 가리고 죽여도 되는 존재를 추려내는 것은 어떤 오만이 아닐까. 스파이크 부자는 필사적으로 뛰기 시작한다. 

 

  •  영화는 계속해서 마을의 파티 장면과 이 부자가 쫓기는 장면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준다. 스파이크 부자가 겪는 상황과 축제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의 상태는 전혀 조응하지 않는다. 이 부조리한 편집 속에서 영화는 묻는다. 감염자를 죽이고 귀환하면 그것은 축하할 일인가? 죽고 죽이는 행위를 겪는 사람들을 맞이하며 떠들썩하게 신을 내는 게 정확한 반응일까? 혹은 죽음이라는 사건의 무게를 일부러 모른 척 하며 한 공동체가 계속 죽이는 행위를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

 

  • 알파가 이 부자를 거의 따라잡았을 때 마을의 경비대는 화살을 쏘고 강한 쇠궁을 적중시켜 알파를 물리친다. 제이미는 계속해서 문을 열라고 하지만 마을은 원칙에 따라 이들에게 바로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이들은 감염되지 않은 상태를 확인받고 결국 입성한다. 그렇게 이 부자의 첫 본토 원정은 일단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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