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추천] 정상성 그까짓 게 뭔데 '보통의 카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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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제는 '주근깨'라는 뜻인데 발음이 주인공 이름과 비슷하다고도 하네요. 영어 제목은 'I Am What I Am', 다 보고나니 한국 번역제가 가장 적절한 것 같기도



주인공 카스미는 일본 20대 여성이고 직장친구와 함께 2대2 소개팅을 하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다행히(?) 남녀 한 쌍씩 통한 것 같고 카스미도 상대와 서로 그럭저럭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데 남성이 다음엔 단둘이 만나자고 대쉬하자 갑자기 난색을 표하며 어떻게든 상대가 기분을 상하지 않도록 애써 말을 돌려가며 거절합니다.


알고 봤더니 카스미는 타인과의 연애감정, 성욕을 느끼지 않는 무성애자였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진짜 연애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살면 주변에서 이상하게 보니까 이렇게 억지로 소개팅을 나간다거나 연애/결혼 안하냐고 닥달하는 엄마 등쌀에 맞선도 보러 나가서 어떻게든 핑계를 대고 거절하는 게 일상인 거죠. 상대적으로 그나마 훨씬 친숙한(?) 성소수자인 동성/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도 아직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차별받는 현대 사회에서 더욱 이해받기 힘든 무성애자 카스미가 어떻게 세상을 살아나가는지 지켜보는 내용입니다.



다행히 작중 카스미가 관계를 맺는 가족, 친구 등의 조연 캐릭터들 중에서 엄청나게 편협한 마인드를 갖고 있다거나 하는 악역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후반부에 어떤 상황에서 전개상 필요한 단역이 그런 포지션으로 나올 뿐이구요. 물론 이건 카스미가 자신의 성향에 대해 주변에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별히 착하거나 나쁘지도 않은 평범한 주변 인물들이 카스미 같이 살고있는 지인이 있다면 딱 저렇게 대할 것 같이 현실적으로 잘 그려놓은 부분이 큽니다. 이 조연들이 뭐랄까 너무 다양하게 각 유형별로 케이스 스터디를 하듯이 카스미 주변에 존재하는 것이 오히려 좀 비현실적이고 도식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일본 특유의 현실적인 웰메이드 성장영화 톤이기 때문에 그럴듯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카스미가 그렇게 딱히 편협하지 않은 주변인들 속에서 살아가는 제법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사회가 정해놓은 '정상성'이라는 것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을 숨기고 살아가야 하고 기껏 맘이 좀 통하는 사람을 만나서 털어놓고 싶어도 설명하기 어렵고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공허함, 결핍 등을 견뎌내야 한다는 점이 참 힘들겠다고 와닿는 면도 큽니다.


그렇다고 우울감에 빠져서 무기력하게만 사는 모습으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나름 자기가 좋아하고 즐기고 잘하는 일이 있으며 결국 조금씩 이런 자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힘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성장하는 내용의 성장영화입니다. 소수자들을 다룬 영상화 작품들이 조금씩 늘어나고는 있다지만 그래도 흔치않은 무성애자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하면서 조심스럽게 정성껏 일상을 다루고 그래도 희망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작품이라서 배우는 것도 많았고 기분좋게 감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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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웠던 얼굴로 바로 '썸머필름을 타고!'의 맨발 감독님 이토 마리카가 여동생 역할로 등장하는데 무려 임산부(!) 역할입니다. 배우 실제나이가 20대 후반이라 이상할 건 없는데 아무래도 워낙 동안에 전작에서 완전 10대스럽게 나왔었기 때문에 처음에 눈을 의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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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조연이라고 할 수 있는 동창 역할로 일본의 그 유명한 초대형 아이돌 그룹 AKB48 출신 중에 가장 배우로 성공했다는 마에다 아츠코가 나옵니다. 그런데 작중 설정이 같은 그룹 출신 중 안좋은 쪽으로 유명한(...) 다른 멤버랑 거의 비슷해서 일부러 노린 캐스팅인지, 배우 본인은 제안 받았을 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지 궁금하더군요.



'드라이브 마이 카'로 이름을 알린 주연배우 미우라 토코는 가수로도 활동중인데 영화 엔딩곡도 직접 불렀습니다. 연기할 때의 목소리 톤과 확 다른 맑은 음색이 상당히 매력적이에요. '날씨의 아이' OST도 불렀었죠.



왓챠에서 봤는데 티빙, 웨이브 등에도 올라와 있습니다. 간만에 공짜(?) 스트리밍에 올라온 작품 추천! ㅋ

    • 배우나 스토리나 다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드네요 일본은 확실히 성소수자 관련해서는 한국보다 더 나은 시선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길이도 1시간 40분 정도니 부담없이 한 번 봐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예능에서 네타소재로 쓰이는 정도가 대부분이라고 알고 있지만 그래도 마츠코 디럭스인가 하는 개그맨이 오래 잘 활동한다는 것만 봐도 한국보단 낫겠죠. 비교기준이 너무 낮지만요 하하;;

    • 일본 작품 좋아하는지라 또 찜했습니다ㅎㅎ포스터랑 스틸컷 느낌이 너무 좋으네요.

      제목에 쓰신 것처럼 ‘정상성’ 그게 뭐라고, 아니 뭐가 정상인지 누가 정하는 건데!!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추천글 감사해요!!
      • 포스터에 카스미가 담배 피우는 모습이 작품의 분위기를 잘 반영하고 있어요. ㅋㅋ 




        뭐 원래도 많이 그래왔지만 요즘 권력을 잡는 자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자들은 그 자기들만의 정상성을 엄청 공격적으로 밀어 붙이고 있어서 더 이 작품이 소중했어요.

    • 저도 보고 싶네요. 살고 싶은 대로 마음 편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생 짧아요.ㅎ 

      • 그렇게 되어야 진짜 정상적인 세상일텐데요. 하지만 카스미 같은 사람들에게는 두배, 세배로 힘든 게 현실이니 ㅠ

    •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처음 본 배우... 라고 생각하며 살다가 이 글 읽고 출연작들을 검색해 보고 살짝 놀랐네요. 그 영화 보기 전에 이미 이 분 출연작을 다섯 개 봤다는 걸 이제사 알고... ㅋㅋ 조만간 여섯 개로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그런데 임신한 맨발이라니. 그건 정말 적응이 쉽진 않겠는데요. ㅋㅋㅋ

      • 찾아보니 십대 때부터 꾸준히 활동해서 은근히 영화, 드라마 출연작들이 많은데 저는 드마카하고 총 두 편 밖에 보지 못했네요. 무려 다섯 개라니 각각 뭐였는지 궁금합니다. ㅋㅋ 




        처음엔 사고친 십대 임산부 뭐 그런 설정인가 했습니다. 그런데 그냥 조금 일찍 결혼한 것 뿐이었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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