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완전히 제대로 본 건 처음이네요. '잊지 못할 사랑' 잡담입니다
- 1957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54분. 스포일러는 신경 안 쓰고 막 적어요. 설마 이 영화 줄거리 모르시는 분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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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스코프!!! 라고 해도 뭐 전 집구석에서 봤으니까요...)
- 연애 소식이 라디오 뉴스가 될 정도로 유명한 바람둥이, 닉키 페란테씨의 결혼 소식을 알리며 시작합니다. 유럽 어딘가에서 뉴욕으로 돌아가는 호화 유람선에 타고선 자길 기다리는 백만장자 약혼녀를 향해 달리고 있죠. 이토록 유명하다 보니 배의 승객들도 모두 이 사람을 알고 연예인 보듯 해요. 그러다 이 양반이 흘리고 간 담배 상자를 주운 죄로 역시 갑부 연인을 두고 있는 가수 지망생 테리 맥케이가 엮이게 되구요. 둘은 순식간에 참된 사랑(...)에 빠지지만 각자의 공식 연인들도 문제이고. 또 일생에 단 한 순간도 스스로 돈벌이를 해 본 적이 없는 닉키 페란테씨의 생활력도 문제입니다. 그래서 닉키는 스스로 '6개월 동안 자립하도록 노력한 후에 청혼하겠다'고 선언하구요. 그 6개월이 흐른 후에 만날 약속의 장소는... 뭐 다들 아시잖아요? 하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102층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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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저기. 저기서 보자구요.)
- 대충 유명한, 공식 작품들만 세 편이 있는 영화죠. 1939년에 나온 게 오리지널인데 제목은 그냥 '러브어페어'이고 런닝 타임은 1시간 27분 밖에 안 되니 이 영화보다 30분이 짧아요. 그리고 두 번째가 제가 이번에 본 첫 번째 리메이크작인데... 이제야 알았는데 같은 감독님이셨네요. 대표작이 '러브어페어'와 '언 어페어 투 리멤버'인 분 되시겠습니다. ㅋㅋ 마지막으로 세 번째 역시 모르는 사람이 없을 1994년작, 워렌 비티와 아네트 베닝이 나왔지만 엔니오 모리꼬네가 가장 중요한 그 영화구요.
제가 가장 먼저 본 것은 당연히도(?) 1994년 버전인데요. 셋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버전은 이번에 제대로 본 1957년판이라고 하고... 사실 1994년 버전을 보기 전에 요 버전의 몇몇 장면들과 대사들은 알고 있었죠. '시애틀에 잠 못 이루는 밤' 덕분에요. ㅋㅋㅋ 암튼 제대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렇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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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외로 귀여운 영화였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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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씬도 이렇게 귀엽게 나오더라는 거!!)
- 생각보다 웃깁니다. 그리고 되게 귀여워요 영화가. 옛날 영화 특유의 나이브함 때문에 귀엽기도 한데 그냥 만든 사람이 귀엽고 웃기라고 만든 영화라서 그렇기도 하더라구요. 특히 런닝 타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초반 유람선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계속 피식피식 쿡쿡 웃음이 나옵니다. 사실 그토록 유명한 바람둥이 남자가 이렇게 순진할 리가 있겠습니까. 절대 당신에게 넘어가지 않을 거라고 반복 선언하면서도 계속 닉키에게 들이대다시피 하는 테리는 어떻구요. 하지만 이 둘의 철부지 10대 같은 행동들이 두 스타 배우님들 덕에 그냥 다 귀엽고 매력적이고 그렇습니다. 중간중간 적절하게 이 둘 사이에 끼어들어서 소소한 웃음을 주는 승객들도 하나 같이 참 귀엽구요. 아아 이것이 바로 로맨틱 코미디라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즐겁게 봤고 이 쪽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난 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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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순히 이별해주지 않는 연인을 제거하기로 마음 먹는 팜므-파탈 데보라 카!!!)
- 뉴욕에 도착한 후로는 사실 이야기가 좀 쳐지는 편입니다. 왜냐면 현실 따위 집어 던지고 마냥 로맨틱와 귀여움으로 달리던 분위기를 계속 유지할 수가 없으니까요.
두 주인공은 일단 원래 연인들과 작별을 해야 하는데, 이 원래 연인님들이 문제입니다. 다 좋은 사람이에요? ㅋㅋㅋ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사는 갑부집 상속 딸래미도, 술집에서 노래하던 가수 지망생에게 들이대서 용돈 팡팡 퍼주며 연애 중인 사업가 아저씨도 참말로 매너 좋은 사람들이고 주인공들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이러다 보니 이야기 전개가 복잡하고 좀 난감해질 수밖에 없죠. 삐딱하게 말하자면 주인공 둘 다 갑부 파트너 만나서 그 사람들 경제력으로 호의호식하던 인간들인데 갑자기 진실한 사랑 파워! 를 외치면서 그동안 고마웠어요 아디오스... 이러는 것이니 참 면목이 없고 마냥 응원해주기도 난감하고 그렇거든요. 허허.
그리고 닉키의 홀로서기와 장애인이 된 테리의 새로운 삶 적응기는... 나쁘진 않은데 역시 전반부에 비하면 덜 재밌구요. 결정적으로 좀 필요 이상으로 깁니다. 그 초딩들의 합창은 한 번은 좋았는데 굳이 두 곡을 풀 버전으로 들었어야 했나 싶었고. 또 자기 처지를 죽어도 비밀로 해야겠다는 테리의 고집이 별로 납득이 안 되어서 갑갑하기도 하고. 그 와중에 원래 연인은 계속 너무나도 상냥하게 '다 줄 거야' 모드라서 보기 불편하고... 그냥 각자 일편단심 원래 연인들에게 돌아가서 행복하게 살아도 되는 게 아니겠니? 라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되더라구요. 뭐 캐리 그랜트와 데보라 카의 형상을 하고 있는 커플이니 납득을 못할 건 아니지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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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님의 피아노 연주와 테리의 허밍 장면이야 보기 좋게 듣기 좋게 딱 적절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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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가 가수로 성공한 걸 보여주는 건 좋은데 왜 두 곡을 부르는 것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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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초딩들도 왜 굳이 두 곡이나... ㅋㅋㅋ 좀 투머치였네요. 감독님이 뮤지컬이라도 하고 싶으셨던 것인지.)
- 그래도 그런 부분들 사이사이에도 계속해서 들어가는 가벼운 농담, 유머들. 두 스타 배우의 매력 발산 같은 요소들 때문에 마지막까지 즐겁게 잘 봤습니다.
특히 엔딩을 장식하는 테리의 집에서의 재회 장면은 참 대사를 잘 썼어요. 닉키가 '미안. 내가 그날 약속 장소에 안 나가서 많이 화났지?' 라고 뻥을 치며 둘이 모두 거짓말을 하면서 그걸 통해 자기 속마음을 드러내는 부분 같은 건 장면 센스도 좋고 두 배우님들 연기도 참 좋아서 감탄하면서 봤네요. 이게 무슨 완성도로 걸작 소리 들을 영환 아니어도 오래오래 사랑 받는 고전으로 남을만한 이유는 충분하구나... 라고 생각했구요. 딱 하나 옥의 티라면, 둘이 대화를 마치면서 키스하고, 그대로 엔딩으로 이어지는 구성인데요. 이런 식이라면 그 마지막 대사가 되게 로맨틱하고 멋져서 기억에 남을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근데 그 대사가 좀 깹니다. ㅋㅋ '니가 화가도 하는데 내가 걸을 수도 있는 거 아니겠니? 뭐든 가능하잖아?' 라니 이게 로맨스 영화의 마무리 맞나... 싶어서 괜히 웃었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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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색하고 따지자면 이 또한 말도 안 되는 장면이지만 로맨스잖아요. 로맨틱하니까 따지면 안 되는 겁니다. ㅋㅋㅋ)
- 뭐 워낙 유명한 이야기라서 결론 같은 게 필요 있겠나 싶구요.
막연히 진지 심각 멜로물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가 의외의 개그 센스들 & 스타 배우님들의 매력과 호연 덕에 아주 즐겁게 봤습니다.
이 정도면 멕 라이언과 친구가 그렇게 열심히 반복 감상하며 대사를 외워대는 것도 이상하지 않겠다... 싶었구요. ㅋㅋ
시즌도 시즌이고 하니 심심한데 볼 것 없으신 분은 한 번 다시 틀어보셔도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미국인들의 명절 영화에 가깝긴 하지만 그래도 '멋진 인생' 보단 한국 관객들에게도 꽤 인기 많은 영화이기도 하고, 또 OTT에선 1994년 버전을 찾아볼 길도 없으니 말입니다. 하하. 그랬습니다. 잘 봤어요.
+ 화면비가 좀 이상합니다. 정확히는 화면비는 문제가 아닌데, 화면에 꽉 안 차고 상하좌우에 모두 여백이 생기는 괴상한 상태로 올라와 있어요. 왓챠야...
++ 생각해보면 로맨스물에서 주인공 커플이 둘 중 하나의 친척, 특히 할머니나 할아버지 같은 사람을 찾아가 대화를 나누면서 상대의 진면목(?)을 알고 사랑을 키우게 되는 옛날 클리셰의 원조가 이 영화였던 것인가... 싶기도 하네요. 원작도 내용은 거의 같다 하니 1939년작에도 같은 설정이 나왔다면 그보다 이전의 로맨스 영화에서 비슷한 설정이 또 나왔을 것 같진 않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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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닉키가 새 여친을 데려올 때마다 비슷한 멘트로 손주의 연애를 돕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해 보았습니다.)
+++ 캐리 그랜트가 1904년생이니 이 영화를 찍을 때 나이가 이미 53세. 데보라 카는 1921년생이니 나이 차이가 열 일곱살입니다. 캐리 그랜트가 나이 먹어서까지 계속 잘나가는 바람에 상대 여배우들이 고생이 많았... (쿨럭;)
++++ 캐리 그랜트는 히치콕의 '의혹'에서도 태어나서 한 번도 멀쩡한 직업을 가져본 적 없는 천하제일 바람둥이 역할을 한 적 있었죠. 그 캐릭터가 늙어서 드디어 진실한 사랑을 만난 것인가!! 라는 뻘생각을 하며 또 혼자 웃었... 다고 적으니 뭔가 되게 이상한 사람 같지만, 암튼 그랬습니다.
간혹 데보라 카를 최애 고전 여배우 몇 위에 올려야 하나 고민할 때가 있어요 영화마다 보이는 게 좀 편차가 있다고나 할까...캐리 그랜트는 아예 007 집필 당시의 모델이었고 영화 주연도 넘봤습니다만 역시 나이가 ㅎㅎㅎ
데보라 카는 그 시절 스타들 중에 유명세에 비해 평가는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은 느낌이 있죠. ㅋㅋ 사실 이 영화에서도 그냥 그 시절 스타일로 참 곱고 매력적이구나! 라는 느낌 정도였습니다만. 스타 배우에겐 스타로서의 역할이 있는 법이고 이 영화에선 그 정도면 충분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