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마자 추천] '로스트 버스' 역시 사람은 제일 잘하는 걸 해야

얼마 전 애플티비+ 오리지널 영화로 공개된 폴 그린그래스 감독 신작입니다. 역대 최악의 산불 사태로 꼽히는 2018년 Camp Fire(캘리포니아 캠프 산불)이 소재입니다. 올해 초에 그렇게 난리났던 캘리포아 남부 산불도 피해규모로 따지면 캠프 파이어보다는 못했다고 할 정도로 엄청 심각했다네요.
나중에 따로 찾아봐야겠지만 어떻게 찍었나 촬영비화가 궁금할 정도로 정말 실감나게 찍었습니다. 일단 비주얼상으로 CG티는 거의 나지 않네요. 초반에 기본적인 주인공과 배경 소개 간단히 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퍼지는 산불 속도마냥 달리기 시작하는데 2시간 10분에 가까운 러닝타임이 훅 지나갔습니다.
매튜 맥커니히, 아메리카 페라라가 연기하는 두 주인공 포함해서 아주 깊이 있게 쓰여진 캐릭터들은 아닌데 그런게 필요한 장르도 스토리도 아니라서 전혀 문제되지 않았구요. 그냥 둘 다 구해야하는 어린이들과 버스에 갇혀서 러닝타임 내내 애들 달래고 본인들도 무서워하고 용기내서 살 길을 뚫고 하는 것이 연기의 다인데 그럴수록 배우들 기본기가 참 중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대사들도 다 클리셰인데 보면서 감정이입 팍팍되게 두 주연이 하드캐리 하셨어요. 조연들도 각자 급작스레 닥친 극한의 재난상황에 자기 자리에서 나름 최선을 다하는 옳게 된 기능적인 캐릭터들로 잘 쓰여졌고 연기해주셨습니다. 중간에 주인공들에게 위협이 되는 다른 피난민들마저 상황을 고려하면 전혀 트롤러는 아니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보게 되더군요.
매튜 맥커니히는 2010년대 초반 짧고 굵었던 전성기 이후 아쉬운 작품 선구안으로 커리어가 많이 주저 앉았는데 지난 몇년 간 공백기를 가지며 절치부심하고 난 뒤의 첫 복귀작인데 이번엔 오랜만에 잘 고른 것 같습니다. 곧바로 다시 정상궤도로 올라설만한 역할은 아니지만 커리어 리빌딩의 좋은 첫걸음은 될 것 같아요.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최근에 '7월 22일', '뉴스 오브 더 월드' 등에서 자기가 다른 스타일로도 꽤 잘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해냈지만 역시 이렇게 '플라이트 93', '캡틴 필립스' 처럼 관객들을 실화 상황 한가운데에 던져놓는 듯한 작품에서 여지없이 진가가 발휘됩니다. 사람은 가장 잘하는 걸 아예 놓으면 안되죠. 하하
유일한 아쉬움은 이걸 집에서 봤다는 겁니다. 극장 대형 스크린에서 산불사태를 구현하는 화면이 정말 압도적일텐데 국내는 최근 부국제 말고는 기회가 없는 것 같네요. 북미에서도 와이드 릴리즈는 안해주는 것 같습니다. 'F1'처럼 대중적으로 먹힐 가능성이 낮다고 봤던 거겠죠. 이런 작품일수록 더 극장 개봉을 널리 하도록 푸쉬를 해줘야하는데 안타까워요.
특유의 텍사스 마초남 캐릭터가 좀 질린다는 의견이 없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스펙트럼이 아주 좁은 케이스는 아닌데 필모를 다시 검색해보니 '인터스텔라'를 이후 정말 망작들 많이 찍었더라구요. 평가가 별로거나 흥행이 안되거나 둘 다이거나... 그나마 괜찮았던 게 목소리 연기한 애니메이션 '싱'이었구요.
페라라 여기서도 아주 야무지면서도 현실적으로 공감가는 캐릭터를 아주 매력적으로 연기 해주셨습니다. 애플이 작년까지 대대적으로 극장 상영을 밀어준 '나폴레옹', '플라워 킬링 문' 등이 성적이 시원찮아서 앞으로 몸을 사린다는 소식이 있었던 것 같아요. F1은 매버릭의 조셉 코신스키 감독에 브래드 피트 조합이라 워너랑 손잡아서 성공한 케이스 같구요.
로맨틱 코미디 많이 찍던 시절에 나름 흥행은 되고 인기스타이긴 했지만 작품, 배역이 워낙 구리다보니 연기력까지 저평가 받았었죠. 상의 탈의한 씬을 꼭 넣는 걸로 유명해서 그걸로 놀림도 좀 받았었고...
아무래도 맥커니히 같은 연기 스타일은 뭔가 좀 오버할 수 있는 가능성이 항상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트루 디텍티브 시즌 1은 참 흥미진진하게 봤었고 에미 남우주연상 유력한 후보이기도 했는데 만약 받았으면 같은 해에 오스카, 에미 수상한 첫 배우였나 그런 케이스가 될 뻔했던 걸로 기억해요.
솔직히 저는 그 매튜 맥커너히 전성기 시절에 '아니 이 분은 왜 잘 나가는 거람??' 이란 얘길 사방에 하고 다녔던 사람입니다... ㅋㅋㅋ 아니 연기력 좋고 마스크도 괜찮은데 뭔가 대중 오락 영화에서 원탑 주연을 계속 맡는 인기 배우로 활동하기엔 좀 애매해 보인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래도 영화는 글 적어주신 걸 보니 매우 재미있어 보이지만 애플티비!!! 라서 그냥 기억만 해두겠습니다. 계정이 아예 삭제 돼서 찜도 못해요... 하하;
뭐 마크 윌버그처럼 모든 능력치가 어중간한 배우도 주류 탑급 스타 중 하나였던 시기가 있었으니 맥커니히 정도면 괜찮죠? 하하; 그래도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머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인터스텔라' 등을 찍던 짧았던 리즈시절 만큼은 나름 세계 최고 스타배우였다고 해도 될 것 같아요.
슬로우 호시스 새 시즌도 나왔는데 슬슬 다시 살려보시죠? ㅋㅋ 애플이 오리지널 컨텐츠 타율만큼은 최고 같습니다.
진짜 뻔한 재난물인데 카메라 앞뒤에서 장인들이 만나 너무 잘 만들어 놓으니 불평할 게 거의 없더군요. 재구독하시면 꼭 챙겨보세요.
이 감독님 영화는 뭔가 긴장감을 쫄깃하게 유지하는데 일가견이 있다고 해야 하나 ㅎ 본 시리즈를 비롯해서 일단 재미를 보장하시는 분이라 예전에 이어서 여러 편 챙겨 봤었습니다..
매튜 매커너히는 '라스트 오브 어스'에 페드로 파스칼 이전에 제의를 받았는데 쉰다고 하지 않았다고 해요. '인터스텔라'에서도 딸 사랑하는 아버지로 나왔고 선 굵은 연기도 잘 하고, 파스칼 못지 않게 잘 했을 거 같긴 해요. 시리즈 방영 되고 거절한 걸 후회했을까요. 지금은 페드로 파스칼 아닌 조엘은 상상이 안 되니...
소개하신 위 영화는 무척 보고 싶네요. 으, 애플 한 달 보고 나왔는데 다시 구독해야 하나 고민되네요.
단순히 실화소재라서가 아니라 그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게 만드는 듯한 연출력 만큼은 역대에서 손꼽힐만하다고 생각해요.
'라오어' 제의를 받았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습니다. 제법 잘 어울렸겠지만 저도 페드로 파스칼이 너무 강한 인장을 찍어놔서 상상이 안되네요. 어제 쉬면서 조금 찾아봤더니 맥커니히가 지난 5년간 목소리 연기 제외하고 카메라 앞에 서는 연기는 쭉 휴식기였다고 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