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행진 후기 & 오랜만의 전장연 집회

요근래 민주당 박지현씨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함께 모일 일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다음에 만날 때 같이 하기로 한 게 기후정의행진이었습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책을 한권 읽고 그에 대한 감상을 나눈 뒤 이 기후정의행진을 하는 것이었는데요. 지적인 투쟁과 신체적 투쟁을 같이 하는 건 또 처음이라 뭔가 즐거웠습니다. 광화문 근처 잔디밭에서 돗자리 깔고 다 같이 싸온 음식을 먹으면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아마 제가 참여해본 가장 즐거운 책읽기 모임이 아닌가 합니다. 책의 제목은 지구의 절반을 넘어서 라는 책이었는데, 숙제처럼 끙끙대며 읽다가 의외로 책이 재미있고 급진적이어서 금새 빠져들었습니다. 그래서 다 같이 모였을 때 열정적인 수다를 나눴습니다. 후기는 따로 올려보겠습니다.
오랜만에 광화문 동십자각 쪽을 사람들과 걸으니 기분이 묘하더군요. 얼마전까지만 해도 윤석열 탄핵을 외치던 공간이었고 그 목적으로 가장 자주 찾았던 공간이라 다른 구호를 외치며 함께 걷는 게 다소 생경했습니다. 익숙한 기억 위로 새로운 기억을 덧칠하는 것 같았습니다. 현장은 여러 사람들이 모여있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기러기나 수달 같은 동물 모양 탈을 쓰고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투쟁 현장에서 익숙한 머리띠 같은 걸 메고 있었습니다. 제 생각보다 사람들이 훨씬 많아서 행진차에 따라 빠지는 속도가 더디더군요. 그래서 대기 시간까지 합해 행진을 거의 한시간 반을 한 것 같습니다.
거의 확신에 가까운 예상인데, 기후정의행진 자체는 앞으로 점점 커지고 참여인원들도 늘어날 것입니다. 저처럼 불안해하는 사람들은 더 늘면 늘었지 줄어들 일은 없을 것이고 급변하는 날씨와 대처불가한 기후재앙은 여기저기서 계속 터질테니까요. 특히나 자본주의를 일종의 중도사상으로 여기고 그걸 도저히 건드리지 못하는 정부와 여당의 분위기 때문에도 기후위기는 더 극심해질 것입니다. 저는 기후위기가 계급을 떠나 모두에게 적용될 수 밖에 없는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이 위기감을 중산층 지인들에게 나누긴 너무 어렵더군요. 어쩌면 에어컨의 혜택을 받는 사무직들이 많아서 그런 것일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 위기감을 함께 나눌 동지들을 만나 행진을 할 수 있어서 스트레스가 많이 풀렸습니다. 뭐라도 할 수 있겠죠.

트위터에서 한참 이동권 논쟁이 있길래 간만에 전장연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추석 연휴동안 신나게 놀고 아침 일찍 참여하려니까 영 뻘쭘하더군요. 시위 현장에서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부질없는 감상주의라 그런 상념에 젖는 제 자신을 무시해버렸습니다. "특정 장애인 단체"라고 구분짓는 방송을 하는 서울교통공사 측이 참 교활하단 생각을 했습니다. 역으로 따지면 현재 전장연이 요구하는 엘리베이터와 다른 이동권 수단들은 일반시민들이 더 많이 쓰면 쓰고 있을텐데 말입니다. 이 문제는 그렇게 특정하지 않습니다. 저만해도 종종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철 출구를 드나드니까요ㅣ.
온라인에서 어떤 정치인을 욕하고 이러는 게 이제는 간편한 자기기만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장연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장애인권리 예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특정 정치인의 비인간성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위치에서 권력이 정확하게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일 것입니다. 전장연은 정치인의 품성을 논하려고 시위를 하는 게 아니겠지요. 현재 대통령의 자리에서, 여당의 자리에서 이재명과 민주당이 어떤 차별점을 보여줄 수 있을지 정책적 결정으로 답하게 될 것입니다. 그 답은 빠르면 빠를 수록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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