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살인 타이어의 공격!!! '루버' 잡담입니다

 - 2010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25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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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영화에 단골로 나오는 황야 & 도로. 한 아저씨가 길에다가 의자를 어지럽게 배치해 놓고 있어요. 잠시 후 경찰차가 다가와서... 굳이 그 어지러운 의자들을 툭툭 치며 다 쓰러뜨리고 다가와 멈춰 섭니다. 그러더니 쌩뚱맞게 트렁크가 열리고 경찰 아저씨가 내려서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연설을 합니다. 이티가 왜 갈색이게? 이유 없어.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주인공은 왜 그 실력 갖고 이상한 데서 피아노 치고 있게? 이유 없어. 이런 식으로 한참을 떠들더니 위대한 영화에는 늘 아무 이유 없는 장면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왜냐? 우리 인생에서 벌어지는 일이란 게 대부분 다 이유가 없으니까. 그래서 관객 여러분? 지금부터 니들이 보게 될 건 이런 위대한 인생의 진리, '아무 이유 없음'에 대한 오마주이다. 즐겁게 보거라. 라고 말하더니 다시 트렁크에 타서 사라져요.

 그러고나면 애초에 혼자 서 있던 아저씨가 쌍안경 한 무더기를 길바닥에 서 있던 관객들(!)에게 나눠주더니 재밌게 보라고 하고는 사라지구요. 그 '관객들'은 쌍안경을 눈에 대고 모두 한 방향을 바라보며 이야기합니다. 뭐 보여? 안 보이는데? 응? 잘못된 거 아냐? 쉿. 저쪽이야. 침묵. 모두 함께 바라보는 가운데 오프닝 크레딧이 올라가구요...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에 보이던 별 무의미한 황야의 풍경들... 이 드디어 이 영화의 주인공, 땅에 반쯤 파묻혀 있던 타이어를 비춥니다. 매우 느릿느릿, 몸을 부르르 떨며 모래 속에서 튀어 나온 우리의 타이어군은 일단 굴러갑니다. 타이어니까요. 그러다 빈 병을 발견하면 밟아 보고. 지나가던 벌레도 밟아서 죽여 보고. 그러다... 토끼를 마주쳐요. 또 굴러가려나? 했더니 멈춰 서서는 한참 동안 몸을 부르르 떨고... 잠시 후 토끼가 폭발합니다. 살인 타이어니까요. 아마도 염동력 같은 능력을 지닌 타이어인가 보죠. 그래서 이 타이어가 계속 정처 없이 굴러가다가... 섹시한 미녀가 혼자 타고 달리는 오픈카를 발견하고는 따라가요. 그러다 과속 질주하는 다른 차에 치입니다. 타이어는 열 받았는지 열심히 따라가서는 주유소에서 기름 넣던 그 과속 차량의 운전자 앞에서 부르르... 운전자는 죽겠죠. 


 이 타이어는 계속 이렇게 아까 놓친 미녀를 쫓고, 그 앞길을 방해하고 자신을 멸시하는 사람들을 열심히 팡팡 터뜨리고 다닙니다. 그리고 맨 처음에 나왔던 '관객들'은 그냥 이걸 멀리서 구경하며 즐거워하고 있어요. 뭐 이런 이야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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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타이어와 경찰차의 일촉즉발!!!)



 - 저는 정말로 이게 그냥 '연쇄 살인 타이어의 공격에서 살아남기' 같은 영화일 줄 알고 재생을 눌렀죠. 대충 옛날 옛적 트로마 영화나 기타 Z급 엉망진창 호러 무비... 이런 작품일 거라 생각하며 또 얼마나 작정하고 괴상하게 만들었나 확인하며 가볍게 낄낄 즐겨 볼까! 하고 틀었는데요. 음. 윗 부분을 읽으셨다면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불행히도 이건 그런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말하자면 고독한 작가주의 혼에 불타오르는 감독님이 매우 진지하고 숭고한 마음으로 만든 아-트 무비라고나 할까요. 그런 거였어요. 흑흑. 속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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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웃이 만들어내는 어처구니 없고 자극적인 무쓸모 영상물들!!!)



 - 이야기는 대략 두 개의 공간, 두 개의 축으로 나뉘어서 전개됩니다. 하나는 저 영문을 알 수 없는 염동력 살인 타이어가 설쳐대는 Z급 호러 영화... 의 패러디 같은 이야기구요. 다른 하나는 그 타이어의 활약을 멀리에서 쌍안경으로 관찰하는 관객들이 나오는 부조리극 같은 이야기죠. 타이어의 활약 좀 보여주고, 그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 좀 보여주고. 이렇게 오가다가 양쪽에서 일이 꼬이면서 마지막엔 두 이야기가 하나로 연결이 되는 식. 그렇구요.


 전자는 뭐... 보는 내내 대체 정확한 의도가 뭔지 고민했습니다만. 다 보고 나서 정리해 보면 그런 호러 영화에 대한 오마주 같은 게 아니라 그냥 놀려대는 쪽에 가까운 의도였다. 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cg도 안 쓰고 혼자 굴러 다니는 타이어의 모습을 찍어낸 노력이라든가, 팡팡 터져 나가는 시체들의 디테일이라든가... 이런 쪽에 참 힘을 많이 쓴 게 보여서 헷갈렸습니다만. 영화의 마지막을 보면 아무래도 이 장르를 좋아해서 이런 이야기를 풀어낸 건 아닌 것 같아서 말이죠. 그리고 덧붙여서 이게... 아이디어가 부족합니다. '초능력 살인 타이어'란 게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건 아니지만, 딱 저거 하나만 던져 놓을 뿐 이후로 영화적 상상력 같은 걸 발휘하는 부분이 아예 없어요. 그래서 이건 재밌으라고 만든 아이디어가 아니라 '자극적이기만한 엉터리 영화들'을 풍자하고 비꼬기 위해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맞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구요.


 후자의 경우엔 뭐 은유라고 하기도 뭐할 정도로 노골적인 '생각 없이 자극에만 집착하는 관객들'에 대한 풍자인 거죠. 그래서 남녀 노소도 참 다양하게 모아 놓은 이 관객들은 그냥 내내 각자의 캐릭터도, 드라마도 없이 한 무리로 움직이며 바보 같은 짓만 하다가 퇴장합니다. 뭐 이 사람들이 당하는 일들을 보면 나름 괴상하고 충격적이랄까... 그런 부분이 없지 않지만 시작부터 너무 의도가 노골적인 파트이다 보니 아무 감흥이 안 생겨요. 그냥 감독님 참 영화판 돌아가는 꼴에 불만 많으시구나... 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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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그런 상품들에 빠져드는 우매한 대중들!!!!!)



 - 그러니까 이 영화를 재밌게 즐기려면 가장 중요한 게 뭐냐면요, '자극만 좇아 철저하게 말도 안 되고 아무 의미도 없는 영화들을 소비하는 생각 없는 관객들과 그들을 위한 서비스를 계속해서 제공하는 영화판에 대한 환멸' 같은 걸 아주 강력하게 장착한 관객님이셔야 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의도한 '시원한 일갈'에 적극 공감할 수 있는 분이라면 재밌게 볼 수도 있고 호평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별다른 재미나 매력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왜냐면 이게 별로 '재미있는 영화'가 아니어서요. 앞서 적었듯이 타이어가 활약하는 호러 파트는 아무 아이디어가 없어서 싱겁고 늘어져서 80분 밖에 안 되는 런닝 타임 중 절반인 40여분도 지탱 못하고 지루해지게 만들구요. 대놓고 직설적으로 메시지를 날려 대는 관람객 파트는 지나치게 단순해서 풍자의 묘미 같은 걸 느끼기도 어렵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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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타이어들의 레볼루시옹!!!!!!)



 - 차라리 단편으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히 웃기는 장면, 참신하다 싶은 아이디어, 나름 강렬한 순간들이 없지는 않았거든요.

 10여분에서 길어야 20여분 정도로 압축해서 만들었다면 살인 타이어라는 아이디어도 더 강렬하게 살아났을 거고, 단순하며 직설적인 풍자 파트도 그냥 단편 분량상 어쩔 수 없었겠거니... 하고 대충 납득하고 넘어갔겠죠. 그래서 전체적인 인상이 훨씬 좋았을 것 같지만 지금의 결과물은 제대로 된 호러 영화 만들 능력도 안 되시면서 괜한 객기를 부리며 놀려대기에만 전념하는 자뻑 아트 무비랄까. 뭐 이런 생각 밖에 안 들었네요. 아쉬웠습니다. 끄읕...




 + 대충 스포일러 정리입니다.


 타이어의 살인 행각 파트는 사실 줄거리랄 게 없습니다. 처음에 적었듯이 굴러가다 자기 무시하던 사람 하나 죽이고. 또 굴러가서 미녀 스토킹하다가 자길 방에서 쫓아내는 모텔 직원 하나 죽이고. 살인 사건이 발생했으니 출동해서 수사하는 경찰도 좀 죽이고 모텔방에 처박혀 농성을 해요. 


 관객들은 이 행각을 멀리서 지켜보며 키득거리고 감탄하며 즐깁니다만. 음식을 하나도 안 챙겨와서 다음 날 배고파 난리를 치다가 처음에 등장한 그 안내원(?)이 갖다 준 칠면조 고기를 배터지게 먹는데, 여기에 독이 들어 있어서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다 죽습니다. 다만 이때 딱 한 명의 관객만 자긴 음식 따윈 필요 없다면서 쌍안경 들고 타이어만 바라본 덕에 살아 남구요. 다시 안내원이 출동해서 디저트를 갖다 주지만 하나도 입에 안 대고 계속 구경을 해요.


 경찰들은 살인 용의자가 타이어라는 걸 특정하고 타이어가 농성하고 있는 모텔방을 열심히 공략하는데... 이때 리더님이 안내원에게서 '관객들 다 죽였다'는 연락을 받고는 부하들에게 아 이제 됐으니까 집에 가. 다 끝났어. 라고 말하는데요, 부하들은 여기 시체가 있고 저기 범인이 있는데 어떻게 다 된 거냐며 의아해 하죠. 리더는 갑갑해하며 '야 관객이 사라졌으면 다 끝난 거야. 사실 이거 다 가짜라고!!' 라면서 부하에게 자신을 총으로 쏴 보라고 하고 총에 맞지만 가짜 피만 흘리고 안 죽어요. 이래도 모르겠냐고 윽박지르는데... 안내원에게 다시 연락이 옵니다. 한 놈이 고기를 안 먹어서 안 죽었어요. 아직 안 끝났어요!!


 당황한 반장은 지금껏 한 말 다 잊으라며 다시 타이어 체포 작전을 시작하고. 이래도 저래도 잘 안 풀리니 마지막엔 샷건을 들고 방안으로 뛰어들어가서 타이어를 터뜨려 버린 후 내다 버립니다. 그러고 돌아가는데... 마지막으로 혼자 살아 남은 관객이 와서 이러쿵 저러쿵 불평을 하다가 타이어가 농성하던 방에서 나오는 아무도 안 탄 세 발 자전거를 발견해요. 타이어가 죽고 이걸로 부활을 한 건데... 이 놈이 자길 째려보며(사실 눈이 없으니 째려 본 건 아니지만요) 몸을 부르르 떨자 야 야 하지 마. 난 관객이야. 난 이야기 속 등장 인물이 아니라고!! 라고 외치다가 펑! 하고 터져서 죽어요.


 홀로 남은 세 발 자전거는 도로 위에 올라 어디론가 달리기 시작하고. 가는 길 주변에 널부러져 있던 폐타이어들이 하나씩 일어나서 자전거의 뒤를 따릅니다. 그래서 제법 폼나는 편대 질주를 시전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다 카메라가 위를 향하면... 저 멀리 헐리우드 간판이 보이고. 이들이 향하는 행선지가 그 곳이라는 걸 암시하네요. 엔딩입니다.

    • 별 희한한 영화도 참 많습니다.  다 리뷰하시는 배티님, 고생 많으십니다. ^^

      • 제가 이런 희한한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찾아 보는 거라 고생스럽지는 않습니다. ㅋㅋㅋ 다만 굳이 이런 걸 골랐으면 정말 신선하게 재밌거나 아님 너무 조악해서 웃기거나 둘 중 하나는 해주기를 기대하는데 이 영화는 둘 다 아니었어요... 흑흑.

    • 낄낄거릴수 있는 망작인줄 알았는데!!! 영화보단 로이님 글이 더 재미있을거 같단 느낌이 팍팍듭니다.

      그리고 이건 또 뻘소린데…제가 거의 폰으로 글을 보거든요. 근데 포스터의 아래 글씨들이 있는 부분이 입체적으로 보여요!! 이게 제 눈때문인지, 폰으로 봐서인지 여러번 오르락 내리락 해보았습니다(살인 타이어들의

      저주인가!!)
      • 혹시 핸드폰 화면을 오래 보셔서 눈에 피로가 쌓인 게 아닐까요!! 인공 눈물을 넣으시고 폰을 멀리하시며 수시로 야외로 나가서 먼 산을 바라봐 주시고... 하하; 농담입니다만 동시에 체험담이기도 하네요. 제가 노안 오기 시작할 때 비슷했습니... (쿨럭;) 쏘맥님은 아직 아니시길 빌구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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