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이글스 야구단이란

프로야구 시작 개막전을 가족들과 함께 봤습니다.

그런데 거기까지였지요. 그 당시에 야구는 참으로 비싼 운동이라,

방망이나 장갑은 커녕, 제대로 된 야구 공도 동네에서 보기 힘든 시절이었으니까요.

겨우 어떻게 해서 아무 로고나 가져다 박은, 그런 짝퉁 야구 모자를 샀던 기억은 납니다.

그냥 뭐 행크 아론이니, 놀런 라이언이니, 베이브 루스니...그런 이름이나 주워 섬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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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아 뭐 굳이 야구를 해야 맛인가, 프로야구 경기를 보면서 즐기면 되지...이럴 때 이글스가 창단됩니다.

그리고 참 감수성이 예민할 때라, 어떤 식으로 그런 스토리가 머리에 박힌건지 --또 공교롭게 외인구단 만화가 인기던 시절이라...

이글스는 외인구단, 이글스는 어려운 팀, 여기 저기서 버린 선수들이 모인 팀 ---그러면 응원 안 할 수가 없잖아요?

연고지가 뭔 상관이랍니까. 나처럼 학교에서 공부 못하는 애들도 꿈을 가지라고, 희망을 가지라고 어깨를 툭툭 쳐 주는데..

그렇게 프로야구 시작은 놓쳤지만, 진짜 프로야구 원년이 나에게는 시작이 된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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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는 고향 삼성에 못 갔다는 한이 있다는 이정훈이 있고요

연습생으로 사정사정해서 들어간 한용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아....네, 소년 장종훈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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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스 구단을 찾았다가 결국 약속이 어긋나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장종훈 아버지는 맥주 한 모금을 마시다 기어코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형편이 어려워 대학도 보내지 못했던 막내 아들의 꿈을 살려보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를 보고 장종훈은..."


92년 40개 홈런을 치고 나왔던 신문 기사를 기억을 더듬어 한 번 써봤습니다.

참, 그때는 나도 뭐든 노력하면 다 될 줄 알았었는데요 ㅎㅎㅎ

이승엽 류현진 뭐뭐뭐를 다 때려 박아도 글쎄요, 머릿속에는 오직 야구 선수라 하면 장종훈 한 사람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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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 와서 왜 이글스가 인기 구단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뭐 밈 같기도 하고...

연예인들이 좋아해서 그럴까요

어쨌든 김성근 감독 나가고 중계조차 보는 일도 뜸해졌지만, 선수들 얼굴조차 구분이 안 가지만

아마 죽을 때까지 프로 야구라 그러면 이글스만 보다가 그렇게 가겠지요

다들 좋은 밤 되십시요

    • 술과 시계 갖고 오랜 세월 동안 놀림받아 온 팀 팬으로 개개인이 팀에 가진 서사가 쌓이고 쌓여 팀의 역사가 되고 브랜드가 되고 빈티지가 된다는 걸 경험해 봤죠. 삼성도 돈만 먹는 하마란 인식에서 탈피해 젊은 층 유입할 수단으로 생각을 다르게 한다는 기사가 오늘 나왔네요.


      야구의 나라라는 책에서 00년 대 중반에 좋은 야구소설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가 3,40대 작가들이 야구를 보고 자란 세대라서라는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하더군요

      그래서 야구는 무슨 재미로 보냐?자신은 이야기꾼이라 관심가져야 한다는 모 작가 트윗이 웃겼습니다.자신은 전두환3s정책에 감동받지 않았다던가요. 관련글 써서 밥벌이하는 영화는 3s 들어가지 않는 건가요?
      • 삼미슈퍼스타즈 마지막 팬클럽...이 책 표절 문제는 진짜 감동을 바사삭 작살내는 최악의 사건이었습니다....

        • 원재료 쓴 사람이 이야기꾼이었죠. 그 정도 쓰려면 어릴 때 보고 자란 게 쌓이긴 했어야 하죠.

          요새처럼 나무위키보고 자료 검색 쫌 하고 쓴 건 티가 확 남
    • 기념품 혹은 요새 유행하는 굿즈삼아 내일 스포츠 신문 사시죠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는 프로야구 원년 1호 홈런 이만수 영상이 나오는데 사셔서 보존하시면 후대의 사료가 될지도요

      • 뭔 의미가 있나 해서 다 버리곤 하지요 ㅎㅎ장종훈 스크랩도 버렸네요. 91년 LG우승하고 뭐 팬들 모아서 청백전-운동회 같은 거 했거든요 그거 화보집도 있었는데 안 버렸으면 좋은 기념이었겠네요. 프로야구 원년에 삼성이 뿌렸던 어린이 팬클럽 용 다이어리? 뭐 그런 것도 있었는데 ㅎㅎ 

    • 담백하지만 절절한 애정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아마 죽을 때까지 프로 야구라 그러면 이글스만 보다가 그렇게 가겠지요- 이게 야구팬들의 마음 아니것습니까.

      류현진 공 던지는 것도 보고 싶고, 홈경기에서 시구 누가 할지도 궁금하고 암튼 여러모 로 재미있는 경기가 될거 같습니다.

      한국시리즈 진출 축하드리며 우승 응원하겠습니다!!
      • 같은 잠실 한지붕 두이웃의 정은 없나여!!!!!
      • 선수들 심정은 애가 타겠지만.....멀리서 보는 팬은 그냥 뭐 ㅎㅎㅎㅎ 무기력하게 나자빠지지 않고 꾸준하게만 해줘도 좋습니다

    • 월시에서는 토론토가 11점 냈네요.토론토도 조류죠. 한화도 조류.한미 조류동맹
    • 저는 야구팬이 아니라서 경기를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지만 어느날 한 야구팀에 대한 신문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한화팬, 급기야 '1인 시위'까지.. "김성근 감독 원한다""
      아니 프로야구는 무슨 1인 시위한다고 재벌 회장이 야구 감독을 픽하고 그러는 곳인가, 이러고 말았는데 진짜 그렇게 되더군요; 
      그 후로 몇 번 눈 깜박인 것 같은데 어느새 감독 물러나라는 시위를 한다고 하더니 또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 와중에 팀이 아닌 팀팬을 다룬 기사를 자주 접하면서 팬이 아닌 저에게는 재미있기만한 '보살팬', '최강한화', '나는 행복합니다' 문화에 익숙해지고 그러다 친숙해졌습니다.
      팬들의 한결같은 열정적인 응원에 앵커와 해설자들이 (팀이 죽쑤고 있는데도) 저분들은 정말 이글스를 사랑하는 분들이에요-하는 감탄도 몇 번 들으니 기억에 맴돌게 되고요.
      한화 이글스의 팬분들이 품고 있는, 팀에 대한 따뜻하고 단단한 애정을 김전일님의 글로 확인하게 되어 저도 덩달아 기쁩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ㅎㅎㅎ같이 올린 영상 보시면 저 여성이 왜 저렇게 우는가 싶지요 가끔 보면 어린 애들도 울고

    • Epl에서는 올해 승격한 선더랜드 ㅡ 죽어도 선더랜드ㅡ가 첼시 이기고 2위를 하네요. 한화의 기운과 비슷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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