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추천] 국내 퀴어물 세 편

1. 딸에 대하여 (넷플, 왓챠, 티빙, 웨이브 스트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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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에서는 나름 유명하고 호평받은 동명소설이 원작입니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요양병원 간병인으로 일하며 대학생 딸을 키운 중년 싱글맘이 주인공인데요. 특별히 애정을 많이 쏟고있는 담당환자 할머니가 최근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는데 가까운 직계가족이 없어서 거의 방치될 위기이고 독립해서 살던 딸은 사정이 어려워져서 다시 집으로 들어왔는데 동거하던 여자친구를 데리고 와서 가부장제 하에서 평생을 살아온 전형적인 한국 중년여성인 주인공을 더욱(?) 심란하고 속상하게 만듭니다. 결국 어머니가 이런 상황에서 멘탈을 부여잡고 딸을 이해해줄 수 있을지가 주된 내용입니다.


환자 할머니 관련된 스토리의 비중도 크기 때문에 보기 전에 예상했던만큼의 완전(?) 퀴어물은 아니고 반반 정도였어요. 그런데 또 둘이 완전 동떨어지게 진행되진 않습니다. 엄마가 그냥 돌보는 환자일뿐인 저 할머니에게 집착하게 되는 것도 자신 역시 비슷하게 독거노인으로 늙을 신세가 되서 그런 것도 있고 딸에게는 너 빨리 '정신 차리지' 않으면 너도 혼자서 외롭게 된다고 얘기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 말 자체에 모순이 있는 게 저 할머니도 본인도 이성애자로 가정을 꾸렸지만 결국 이렇게 됐는걸요. 심하게 꽉 막힌 인물로 그리진 않지만 따뜻하고 희망적으로 보이는 메인 포스터처럼 엄마가 순순히 마음의 문을 열어서 바람직한 대안가족이 됐으면 좋겠지만 거의 후반부까지 갈등이 이어지는데 서로 사랑하는 부모-자식 사이에서도 쉽게 허물 수 없는 벽이 있을 때 서로 입장을 이해한다는 게 얼마나 쉽지 않은지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경아의 딸'에 이어서 또 한 번 모녀관계를 다룬 독립영화에 출연한 하윤경과 '윤시내가 사라졌다'에서 소규모 작품을 이끌어갈 주연 역량을 증명한 오민애와 호평에 이끌려서 감상했는데 딸 역할로 나오는 임세미라는 이름도 알아가는 계기가 됐습니다.



2. 럭키, 아파트 (구글무비, 유튜브 2750원 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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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감상글을 올렸던 층간소음을 다룬 공포영화 '노이즈'에서 한국 아파트에서 생기는 일에 대한 장르물이 많다는 얘기를 나눴었는데 이 영화는 아파트에서 퍼지는 냄새를 소재로 다루고 있습니다. 작중 주무대인 아파트의 한 공간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악취가 계속 나는데 그 진원지를 찾았더니 결국 혼자 살던 노인여성이 시체로 발견됩니다. 해당 동대표와 입주인들은 당연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죄악인 '집값'이 내려갈 것을 우려하여 조용히 묻으려고 하는데 우리의 주인공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할머니에게 집착하며 계속해서 가족이라도 알아내려고 파헤치면서 주민들에게 찍히게 됩니다. 주인공이 '여자 둘'이 같이 살기 때문에 곱지않은 시선을 받는 레즈비언이기 때문에 문제가 더 복잡해지죠.


딸에 대하여와 비교해서 좀 더 정통 퀴어물이라 할 수 있는 영화이면서 죽은 할머니의 과거를 파헤치는 미스테리 장르물적인 요소가 섞여있습니다. 안그래도 여러가지 복합적인 문제로 껄끄러운 전형적인 한국형 공동주택에서 성소수자라는 약자성이 씌어져있을 때 얼마나 더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이 고달픈 것인지에 대해 대리체험해볼 수 있었어요. 주인공은 주변인들에게는 커밍아웃을 한 상태이지만 여자친구는 철저히 클로짓 게이인 것도 묘한 긴장감을 계속 자아내고 여기에 취직, 정규직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다룬 한국 사회에 대한 작품이기도 한데 난잡하게 들어가있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잘 엮어서 집중력을 잃지않고 나아가는 영화입니다. 후반부에 밝혀지는 진실과 엔딩에서 한국에서 세대를 연결하는 연대에 대한 희망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레즈비언 커플이 주인공이지만 사진에서 숏컷을 한 캐릭터가 주로 이끌어가는데 저는 처음보는 얼굴 같아서 찾아보니 예전에 아오이 유우 스타일을 카피해서 약간의 화제와 논란을 동시에 불러왔던 손수현씨였어요. 당시 인터넷에서 욕을 꽤 먹는 걸 봐서 저렇게 사라졌나보다 했는데 배우로 꾸준히 활동 중이셨다는 걸 뒤늦게 알아서 괜히 장하고 다행이다 싶었네요. 하하;;



3. 3670 (왓챠 11000원 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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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청년 철준이 주인공입니다. 남한에 자리잡은지 꽤 되서 능숙하게 알바도 하고 스마트폰 앱으로 여가생활도 즐기고 대학진학에 이은 취업도 착실히 준비하는 등 나름 적응이 된 모습이지만 같은 탈북자 친구들 외에 다른 사람, 특히 남한 친구들을 사귀는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인데 그건 철준이 동성애자이기 때문이죠. 그냥 그자체만으로도 자신을 드러내고 살기가 어려운데 탈북자라는 소수자로서 이중으로 겹치는 부분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그 한계를 뚫고 누군가를 만나보려고 한 청년 게이모임에 나갔다가 다행히 따뜻하게 다가온 영준을 만나게 되면서 새로운 세상으로 발을 들이게 됩니다.


탈북민은 독립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이지만 거기에 추가로 퀴어물이라는 건 거의 국내에서 처음 본 유일한 조합인 것 같은데요. 다행히 각본도 쓴 감독님이 탈북민들에 대한 오랜 진정성 있는 관심과 실제로 친한 친구들 등을 대상으로 취재를 한 끝에 완성된 작품인지라 사려깊고 꼼꼼하게 다룬 티가 팍팍 나는 작품입니다. 참 여러모로 순탄하게 살기 어려운 조건인데도 달콤한 경험도 하지만 때론 상처도 받으며 힘겹게 한발짝씩 앞으로 나아가는 주인공을 자연스레 응원하며 지켜보게 되고 엔딩에서 느끼는 감흥은 오늘 쓴 세 작품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고 할 수 있어요. 그냥 단순히 두 연인을 다룬 퀴어물이 아니라 한국 퀴어 커뮤니티 안에서 어떤 식으로 인간관계들이 형성되는지에 대해서도 꽤 디테일하게 다뤄놨기 때문에 더 흥미로웠습니다.


나름 한국 독립영화계의 스타인 영준 역의 김현목도 너무 자연스럽게 훌륭한 연기를 펼쳤지만 이 영화로 정식 데뷔를 한 철준 역의 신인 조유현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실제 탈북민 배우를 캐스팅 했나 싶을 정도로 리얼하게 다가오는 캐릭터를 잘 표현해냈고 작중 피지컬한 부분이 상당히 어필이 되야하는 역할인데 몸도 좋고 참 섹시하더군요. 주류쪽에서도 잘나갈 조건들이 충분해서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 다 진짜 좋은 영화들이죠 최근에 3670 봤는데 휘몰아치는 환희와 서러움이 대단했습니다 술을 안마시는 관계로 집에 와서 테크노 사운드트랙 틀고 맥콜 마셨네요 ㅋㅋ
      • 맞아요. 환희와 서러움이 섞여있다는 것이 딱이네요. 그 클럽에서 감정의 변화를 표현한 장면도 정말 좋았죠.

    • 1번과 2번 영화는 그나마 듀나님 리뷰로라도 접해서 알고 있던 영화들인데 '3670'은 아예 몰랐네요. 검색해 보니 2만명 넘게 관객 들었다는 걸 보면 잘 만들고 좋은 영화인 가운데 재미나 감동도 잘 잡았나 봅니다.




      직장에서 탈북민 학생들을 종종 만나게 되는데 뭐랄까... 아무래도 티도 잘 안 내려고 하고 집안 사정은 거의 다 안 좋고 그랬습니다. 중국인 학생들보다 더 적응 어려워하고 형편도 안 좋은 걸 보며 안타깝고 그랬죠. 나라에서 더 많은 지원을 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이제 국민 여론 조사에서 통일 반대가 찬성을 확실히 넘어섰다는 뉴스 같은 걸 보면 어렵겠죠.

      • 저도 전혀 몰랐던 작품인데 여기저기 올해의 독립영화급이라는 입소문이 들리더라구요. 거기다가 탈북민 퀴어물이라기에 궁금해서 최근 개봉작이라 비싼 가격이지만 질러서 봤는데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한민족인데 중국인 학생들보다 더 어려워하다니 안타까운 현실이네요. 뭐 저 어린시절만 해도 그래도 언젠가는 통일이 되긴 되겠지 했는데 지금은 평생 영원히 불가능이라고 생각해요.

    • 3. 포스터가 마음에 들어요


      표정이 좋은데  노이즈도 딱 이고 수평따위 맞추지 않은 사진이라니..

      • 네 이 영화 포스터들이 다 느낌이 좋은데 그중에서도 영화의 중심 관계를 가장 잘 포착한 것 같아서 골라봤습니다. 작품도 좋으니까 나중에 가격 좀 내려가면 감상도 해보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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