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프랑켄슈타인'

쏘맥 님, moviedick 님 후기가 두 편 올라온 김에 '프랑켄슈타인' 글이 세 개 연속으로 보이는 것도 좋네 싶어서 댓글로 대신하려다가 올려 봅니다.

생각보다 순한 맛이었고, 그것은 감독님의 의지였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비교적 최근에 책을 읽었기 때문에 비교해서 보면 더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여러 가지 변형이 있습니다만 주제와 관련해서 제일 크게 눈에 들어온 두 인물을 먼저 얘기합니다. 


빅터가 많이 재수없는 캐릭터로 표현됩니다. 이기적이고 편협하고 뭔가 쇼맨쉽까지 가진 인물이 되었습니다. 원작에도 그런 요소가 있으나 원작에서의 빅터는 우유부단함과 무책임함이 두드러지고 눈앞에 몰두해서 전체를 보지 못하는 좁은 시야의 인물이라는 것이 크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주인공을 오스카 아이작에게 맡긴 데서도 느껴집니다만 영화의 빅터는 상당히 과도한 아드레날린의 지배를 받으며 원작의 성격을 갖고는 있지만 그게 묻힐 정도로 충동적으로 움직입니다. 

피조물은 그에 반해 모든 게 순화되어 있어요. 외모부터 그렇습니다. 햇빛 아래 마주앉아 보면 그런대로 인간적인 대화를 할 수 있겠는데, 수준입니다. 원작의 설정인 마주보기 힘든 끔찍한 외모가 아닙니다. 게다가 갓 태어난 순수함이 있어요. 시신의 일부들을 갖고 만들었는데 뇌는 누가 쓰던 것 아니었는지, 라는 생각도 들긴 했습니다만 새것같이 설정 되어 있어요. 이것은 원작도 마찬가지였는데 아마도 새로 조합되며 기억 처리에 문제가 있어서 과거는 모두 잊어버렸나...라고 이해해 봅니다. 그리고 원작의 괴물은 인간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게 된 후 죄없는 인간을 여럿 죽입니다만 이 영화에서는 자신이 위기에 처할 때를 빼고 이유없는 살인은 하지 않습니다. 괴물이 사악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아요. 

두 인물을 이렇게 표현한 것은 다른 작품에서도 누가 진짜 괴물인가를 탐구해온, 괴물 형상 존재에 대한 감독님의 기본적인 애정이 바탕에 있고, 그것을 이번 영화에서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델 토로 감독님 영화에서 빅터가 피조물에게 보이는 태도는 빅터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취했던 태도와 완전히 같습니다. 자기 기준만이 중요하고 그것을 향해 가혹한 양육을 하면서 타인을 이해하지 않는 아버지입니다. 그런 아버지의 부정적인 면을 드러내고 빅터를 통해 구현하려면 그를 너그럽게 표현할 수 없고 피조물의 입장에 서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원작의 아버지와 빅터 가족은 너무나 너그럽고 원만하였으니, 이 영화의 빅터 아버지는 영화의 주제를 위해 가장 크게 변형이 일어났다고 할 수 있겠네요. 

악이 어떻게 자라는지에 대한 탐구 부분은 이 영화에서 찾기 힘듭니다. 대신 자신의 희망과 상관없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매맞고 죽을 위험에 쫒기고 소외되어 가는, 안타까운 상황 속의 외로운 인물, 이해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 인간의 고통을 이야기하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권력을 쥔 '아버지'라는 인물에서 비롯되고 전쟁의 잔해에서 태어난 피조물은 계속 그 영향아래 고통받는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듯해요. 마지막에 눈물을 흘리는 피조물에 좀 이입했습니다. 고통이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바람에요.


세 글을 쪼로록 보이게 하려고 급히 줄여 봅니다.






    • 다들 어젯밤에 이거 보셨구나 싶어서 괜히 흐뭇(?)합니다. 저도 봤거든요. ㅋㅋ 이게 델 토로 감독님의 위엄인건가요!




      이번에 델 토로 감독님이 각색한 방향의 핵심을 잘 표현하신 것 같아요. 오스카 아이작의 빅터는 10여년 전에 그가 연기했던 '엑스 마키나'에서의 재수없고 오만한 테크회사 CEO가 생각나더군요. 그걸 노리고 캐스팅 했을지도?




      엘리자베스를 동생의 약혼녀로 바꾸고 나름 피조물과 애틋한 교감을 보여주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아무래도 빅터-피조물 관계에 비해 좀 급하게 감정선을 진행시킨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어요. 이미 2시간 반인데 더 넣기도 어려웠을 것 같고 미아 고스의 표현력으로 각본의 빈 곳을 많이 떼운 것 같아요. 감독님 전작 '피노키오'에서 제페토를 연기했던 데이빗 브래들리가 맡은 맹인 노인과의 교감쪽이 훨씬 더 애틋했어요.




      이렇게 보니까 결국 피노키오, 셰이프 오브 워터 같은 최근작들의 요소들이 다 있네요. 주인공의 어긋난 부자관계는 나이트메어 엘리에서도 약간 그런 요소가 있었죠.

      • 그러네요. '엑스 마키나' 느낌이 있어요.


        엘리자베트의 피조물에 대한 감정 이입이 급하다고 느낀 건 보신 분들 다 비슷하네요. 피조물은 그냥 어린애 같은 심성에 처음 받는 애정어린 관심이라 바로 빠져들 수 있지만, 엘리자베트는 좀 기이한 공감 능력과 통찰력이 있다고 봤는데 그게 좀더 조명되어야 하지 않았나 싶어요. 


        아무래도 부자관계는 감독님의 큰 관심사인가 봐요. 

    • thoma님 덕분에 토요일 아침 '프랑켄슈타인 섹션'이 만들어 졌네요. ^^ 역시 원전을 읽으신 통찰이 묻어납니다.  저는 피조물의 '비 인간성'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선의의) 인간성'만이 강조되어서, 동화같은 느낌이 들었고,  저 정도 심성이면, 어벤져스의 작은 헐크와 뭐가 다를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다 파괴적이고 기계적으로 무심하고 잔혹한 시체에서 태어닌 차가운 (원전에 가까운?) '괴물'을 기대했었는데.... 따뜻한 봄빛 괴물이라서... 조금... 

      • 위에도 썼지만 말씀하신 피조물의 비인간성이나 사악함에 초점 맞추기는 감독님 관심사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원작도 피조물이 괴력을 지닌 존재이긴 해도 시간 갈수록 인간의 지력과 더불어 인간성을 갖게 됩니다. 버려져서 사악해지지만요. 이 작품은 그냥 인간 이야기인 것 같아요..

    • 글 잘 읽었어요. 누가 진짜 괴물인가.는 기감독님의 오랜 주제죠. 그리고 예전보단 많이 순해진 표현이라 이번 영화가 더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구요.

      좋은 배우들이 왕창 나와서 그들의 연기가 다 참 좋았지만 그런 연기 뒤에는 감독의 세심한 디렉팅이 있었을거라 생각하면(오스카 아이작한테는 그냥 하고 싶은대로 해. 라고 했을거 같은ㅋㅋㅋ) 크리쳐의 이야기가 참 슬프고 안쓰러웠습니다(머리 쓰다듬는 장면 울컥했어요)


      글이 짧아서 아쉬워요!!!
      • 감독님의 인터뷰를 보니 이 영화를 오래 마음에 담아 두었다 합니다. 예전부터 원작과는 다르게 만들어진 영화들을 보면서 자신이 만들겠다고 결심했다고 해요. 이 영화에 그간의 관심이 응축되었나 생각했습니다. 오스카 아이작 하고 싶은 대로.. ㅎㅎ 

      • 영향받은 감독님들 면면을 보니 작품들 중에 좋아하는 영화도 있으나 어렵거나 익숙하지 못하거나 못 봤거나가 더 많습니다. 분명한 것은 구태의연함과는 거리가 먼 분들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 이 감독님의 영화는 괴물이 나오고 색채 등의 미술상 표현의 독특함은 있지만 내용이 어렵진 않아서 접근이 힘든 분은 아니었어요. 이번 영화는 특히 서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 AI 시대에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가여운 것들", 


      기예르모 델 토로는 "제페토"와 "프랑켄슈타인"으로 K드라마를 많이 보는 것 아닌가 싶게 요즘 너무 신파를 쌓아서 보여주고 있네요.


      19c 낭만주의 시대작품으로 AI 를 바라보면 정서적으로 좀 더 와 닿기는 한데... 거기에 신파까지


      중간에 원작자의 남편 시까지 집어 넣고 바이런의 시로 마무리 하는 것 보면 감독이 정서적으로 고양되고 눈물이 한참 많을 나이인가 싶어요. 

      • 남편인 퍼시 비시 셸리의 시는 원작에도 두 군데인가 인용되어 있습니다. 바이런의 시도 중간에 인용되지만 영화 마지막에 저렇게 중요하게 쓰이진 않았고요. 


        배에서의 마무리가 원작과 너무 거리가 멀기도 하고, 저도 그냥 모른체 패스하고 싶더군요. 건너뛰어도 혼자 남겨진 피조물에 이입은 문제가 없었습니다.

      • 대단합니다. (돈 쓰는 것만 생각해 봐도)감독이라는 직업은 막중한 자리네요. 잘 봤습니다.

    • 이 시국에 정직하고 비튼 거 없는 원작 베이스 프랑켄슈타인이라고 하니 원작에 많이 충실할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었나 봐요. 그렇담 1995년작이 지금껏 나온 중 가장 충실한 프랑켄슈타인이 되려나요.




      사실 고전 인기 호러 캐릭터들에 큰 애정이 없는 편이지만 그래도 델 토로 아저씨니까 보긴 해야지... 라는 맘으로 살짝 미루고 있습니다만. 듀게에 같은 영화 글 3연타라니 이게 대체 몇 년만의 사건(?)인가 싶어서 즐겁습니다. ㅋㅋ 과장 아니고 최소 10여년 이상은 될 것 같네요. 저도 진작에 봐서 4연타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ㅜㅠ

      • 원작에 충실한 줄 알았는데 꽤 다른 부분이 많았어요. 괴물 비주얼이나 괴물성을 기대한 분들은 실망할 수도 있을 거예요. 액션, 호러 부분도요.


        제 경우에는 영화의 내용면에서는 의아한 부분이 조금 있었지만 피조물은 무척 마음이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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