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바낭] 원작 소설을 읽을 걸 그랬죠. '페드로 파라모' 잡담입니다
- 2024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2시간 10분. 스포일러는 포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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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이미지가 맘에 들어서 재생했습니다만. 이런 이야기(?)일 줄은... ㅋㅋㅋㅋㅋ)
- 때는 1950년대. 멕시코의 황야를 한 남자가 걸어갑니다. 본인 나레이션에 따르면 어머니께서 돌아가셨고, 마지막 말로 자기가 옛날에 살던 오래된 마을로 돌아가서 니 아빠를 만나 보라고 당부했다네요. 아버지와의 기억이 전혀 없는 듯한 이 남자는 귀찮고 당황스럽습니다만 어쨌든 엄마 유언이니까... 하고 가는데. 그러다 길잡이를 만나 대화를 나누다가 황당한 소리를 들어요. '우리 아빠 아세요?' 라고 물었더니 응 니 아빠 인간 쓰레기. 라는 답이 돌아오고. 당황스럽지만 어떻게 잘 아냐? 고 물었더니 응 나도 이 아빠 아들이야. 라는 답이 옵니다. ㅋㅋㅋㅋ
암튼 그래서 마을에 도착은 했는데 황무지 한 가운데 떡하니 자리 잡은 그 마을은 사람들이 다 떠나 버린 유령 마을이고. 혼자서 길을 헤매는데 갑자기 튀어나온 아줌마가 반갑게 맞이하며 '니 엄마에게 니가 올 거란 얘기 들었다' 래요. 그래서 언제요? 라고 물었더니 오늘 들었다네요. 우리 엄마 며칠 전에 죽었는데요? 라고 했더니 응 그래서 목소리가 작게 들렸구나~ 하고... 음...;;
그 뒤부터는 그냥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이승인지 지옥인지 알 수 없는 일들의 연속입니다. 요약 정리가 불가능한 수준인데 확실한 것 하나는 현재 시점에서 아들이 마을을 떠도는 유령들을 만나며 대화를 나누고. 그 와중에 이 남자의 아버지 '페드로 파라모'의 인생 역정이 조각조각 흩어진 상태로 펼쳐진다는 것. 그 정도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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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된 텅 빈 마을에 자꾸만 주민이 하나씩 나타나 말을 거니 그 정체야 빤히 짐작 가지만, 그러다 갑자기 그들이 주인공에게 하는 말이...)
- 동명의 원작 소설이 있습니다. 멕시코의 국민 소설(?)이자 전설의 명작으로 회자된다는데요. 일생 동안 책 두 권 밖에 안 남겼다는 작가님의 마지막 작품이자 대표작이래요. 근데 원작부터 이해 난이도로 유명하더라구요. ㅋㅋㅋ 꿈, 현실, 삶, 죽음, 과거, 현재, 과거 중에서도 어느 시절과 어느 시절... 등등이 전혀 구분되지 않으면서 150 페이지 동안 펼쳐지는 이야기라고. 그래서 짧지만 난해하고, 이해가 불가능한 건 아닌데 한 번 읽어서는 제대로 파악이 어렵고... 등등의 평가가 온라인에 널려 있었습니다. 국내에도 출간되어서 팔리는 책이어서 후기들은 많았어요. 그래서 마음의 위안을 얻었습니다. 나만 벙 찐 게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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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 개차반이야 영화, 드라마 속에 흔하디 흔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 정도로 특별하고 압도적으로 느껴지는 개차반은 얼마 없었습니다. 배우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주인공이셨던 분이더군요.)
- 대충 큰 틀에서 무슨 이야기인 줄은 알겠습니다. '현재'는 1950년대지만 현재보단 과거, 그러니까 주인공이 찾아간 아버지의 젊은 시절 이야기가 본체를 이루고요. 그 때가 대략 멕시코가 혁명으로 세상 난리법석이었던 시절이죠. 그래서 그 난세의 비극들을 그리는 이야기이고. 그 와중에 실질적 주인공인 페드로 파라모는 비정하고 교활한 지주 계층을 대표하는 일종의 '화신'처럼 그려져요. 그런데 이걸 심플하게 주인공 하나 잡아서 그 일생을 보여주는 식... 이 아니라 조각조각을 내서 이 인간이 저지르는 다양한 악행과 그로 인해 피 흘리고 떠나가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들로 보여주는 겁니다. 이 에피소드들은 현재 시점의 아들 이야기와 교차되는 식으로 묶이구요. 그렇게 과거의 사람들은 다 죽어서 귀신이 되어 아들에게 나타나고. 하는 식으로 역사적 의미도 부여하고 다크하게 환상적인 분위기도 잡아내고... 뭐 그런 건데요.
문제는 이게 정말 엄청나게 불친절하다는 겁니다. ㅋㅋㅋ 30분쯤 보고 있을 때는 '아 이거 포기하는 게 맞나?' 라는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전체적으로 흐름이란 게 있긴 한데 그게 쉽게 잡히질 않아요. 거의 한 시간은 봐야 아 갸가 갸고 얘는 얘고 서로 관계가 그렇게 되는구나... 하면서 따라가지던. 소설 읽은 사람들 후기도 최소 두 번 읽기 필수에 이야기 정리가 가능하려면 세 번 이상은 읽어야 한단 얘기들이 있던데 영화도 마찬가지였어요. 다 보고 나면 '아 대충 이런 이야기구나'라고 감은 잡히는데 디테일들은 거의 놓쳐 버린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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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속 '희생자'들 중에는 유독 여성 캐릭터들이 많습니다. 그게 이야기상 자연스럽긴 한데, 이게 원작 그대로라면 70년 전에 원작을 써낸 작가님이 참 대단하셨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 그래서 대충 대하 사극 같은 분위기의 이야기인데. 톤은 사실적이라기 보단 많이 우화적입니다. 주인공 페드로 파라모씨부터 캐릭터가 아주 초현실적이거든요. 동네 처자 아무나 골라 잡으면 영광이라며 넙죽 엎드리는 마성의 매력남에다가, 나쁜 짓을 할 때 정말 0.1도 주저가 없고 인간다운 감정이란 게 전혀 없는 냉혈한인데 그게 참 모든 방면으로 과장이 되어 있어서 위에서 말한 대로 '화신'. 그러니까 어떤 상징물처럼 보일 뿐 사람 느낌이 별로 안 들구요.
짧게 짧게 분절되어 있는 이야기들도 그런 느낌을 강화합니다. 에피소드 하나 하나가 시간은 짧은데 초고속 전개로 휙휙 일이 벌어지고 마무리되고 해서 역시나 무슨 옛날 이야기 한 토막씩 듣는 기분이 들어요. 그리고 이렇게 상징성은 확실하지만 비현실적인 캐릭터와 이야기가 현재 파트의 산 자와 죽은 자가 어지럽게 교차되는 분위기와 어우러져서 그 유명한... '마술적 리얼리즘' 이란 표현을 떠올리게 만들죠. 실제로 원작자님도 바로 이 영화의 원작 소설로 이쪽 바닥에서 아주 굳건하게 한 자리 차지하고 계셨던 분이라고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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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수십 년에 걸친 애달픈 사랑 이야기도 나오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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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당연히 그리 순수하고 아름답게 끝이 나진 않아요.)
- 암튼 뭐라 해야 하나...
분위기는 정말로 근사합니다. 두 시간 십 분 내내 황량하게 아름다운 멕시코의 풍광을 배경으로 어둠의 다크 속에서 바람의 윈드를 맞아내는 느낌.
비극적 운명 속에서 몸부림치는 평범한 사람들은 충분히 안타깝고, 그리고 이들과 함께하는 악인들은 참 비현실적이지만 동시에 컬러풀한 느낌이라 구경하는 재미가 있구요. 이들에게 자비심 없이 들이닥치는 환장의 대 막장 드라마도 참 드라마틱하고 좋아요.
다만 계속 강조하듯이... 참 불친절해서 이야기와 캐릭터 따라가는 난이도가 상당히 높구요. 또 멕시코 역사나 문화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기반 지식이 있어야 수월하게 볼 수 있는 이야기라서 이래저래 장벽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고로 이런 소재에 관심과 지식이 어느 정도 있으신 분들. 혹은 원작을 이미 읽어보신 분들... 정도에게만 소심하게 추천해 봅니다. 솔직히 저는 영화가 담고 있는 내용의 반도 못 알아 들은 듯 한데, 그러고도 그럭저럭 재밌게 봤거든요. ㅋㅋㅋ 그러니 잘 아는 분들은 훨씬 재밌게 보실 수도 있겠죠. 뭐 그러합니다.
+ 페드로는 돌. 파라모는 황야라는 뜻이라는군요. 생각해 보면 참 말도 안 되는 작명이지만 (누가 자식 이름을! ㅋㅋ) 이 이야기와 캐릭터에는 참 잘 어울립니다. 계속 말하지만 애초에 현실적이라고 만들어 놓은 캐릭터가 아니니까요. ㅋㅋㅋ
++ 짤 검색을 하는데 멕시코 영화라 그런지 별로 쓸만한 짤이 없어서 아쉬웠고... 그 와중에 '이 영화가 촬영지에 미친 경제적 효과' 같은 현지 기사가 나오더라구요. 멕시코의 현재 상황을 생각하면 국민들에겐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현재와 그렇게 다르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번 보시죠! 재밌습니다!!! 이대로, 혼자 죽을 순 없다
본문에도 적었듯이 멕시코 역사와 문화에 지식이 많으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해당 되지 않으면 보지 마시라는 건 아닌데, 뭐... 그렇습니다. ㅋㅋㅋ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는 전혀 아니었어요. ㅋㅋ
원작은 전혀 들어보지도 못했고 멕시코의 이미지는 대부분 그렇겠지만 저에게도 영화, 드라마에서 주로 다뤄지는 마약 카르텔이 지배하는 생지옥인데 그래도 써주신 느낌이라면 굉장히 관심이 많이 가네요. 신작이라고 올라왔을때는 아 그냥 멕시코 영화구나 하고 지나쳤는데 덕분에 챙겨볼 작품이 생겼네요. 글 감사합니다. ㅋㅋ
넷플릭스에서 대략 분기마다 한 두 편씩 내놓는 '이번엔 작품성 위주로 신경 써봤어요' 영화...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ㅋㅋ 스토리 이해 난이도가 높지만 분위기가 취향에 맞으신다면 맘에 드실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보아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