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 R. 썬스타인의 [동조하기]를 읽기 앞서

닷페이스를 만들고 운영했던 조소담씨가 박지현씨의 포럼에서 강연을 하면서 이 책을 잠깐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다수의 사람에 맞서 온라인 세계의 투쟁을 직접 해본 조소담씨가 추천하는 책이라 흥미로웠는데요. 이런 강연의 좋은 점은 단순히 강연이라는 컨텐츠가 아니라 그 컨텐츠가 인용하고 있는 또 다른 좋은 컨텐츠들을 소개받을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몇가지 질문을 먼저 던져놓는다면 이 책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거나 혹은 제 질문보다 더 넓고 깊은 문답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사회는 인류의 동조화에 대한 투쟁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나와 너는 같다, 그렇게 같은 사람들이 우리다, 우리가 아닌 너는 인정할 수 없다... 이런 집단적 의식은 일상에서 쉽게 관측되는데요. 외국인이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에서 종종 엠씨의 반응이나 편집자의 자막이 달리곤 합니다. "한국사람 다 됐네~" 프로그램은 엠씨의 입을 빌어 한국의 무엇이 좋고 한국인과 얼마나 비슷한지를 캐묻습니다. 떡볶이를 좋아하고 몇년생 무슨 띠를 따져물으며 위계서열을 가리는 모습을 꽁트처럼 감상하기도 하고요. 이들은 준-한국인이며 미-한국인이지 비-한국인은 절대 아닌 것입니다. 한국인이 되어야하는, 한국 사회 속으로 들어와야하는 존재로만 비춰지죠.

작가는 책의 서문에서 동조의 압력이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살펴본다고 말합니다. 동조는 그냥 현상이 아니라 더 큰 쪽에서 작은 쪽에게 행하는 힘의 행사이고 이 힘은 절대 작지 않으며 때로는 아주 파괴적인 결과를 야기하기도 하다는 점에서 좀 무섭기도 합니다. 동조는 하거나 하지 않을 수 있는 선택인가. 동조를 거부할 때 그 압력은 어떻게 맞설 수 있는가. 가장 가까이에서 그 답을 찾자면 현재 윤석열 퇴진 집회에서 계속 튀어나오는 '탄핵 의제만 말하라'는 동조의 압력들, 혹은 거기에 반하면서 퀴어, 여성, 비한국인 부모를 둔 사람들, 장애인들이 직접 본인들의 '다른' 의제를 꺼내고 탄핵 의제와 연결하고 있습니다. 동조는 큰 범위안에서만 이뤄지며 더 작은 범위에서는 계속 개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인데 큰 테두리에서 안으로는 동조화를, 그 안에서 밖으로는 개별화를 하며 서로 긴장상태를 만들어가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무심결에 '개별화'란 단어를 썼는데 이것은 동조라는 단어에 정확히 조응하는 반의어는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왜 이 단어가 튀어나왔는지 생각해보니 동조는 과정으로서의 현상이며 그것은 필연적으로 집단을 향한다는 전제에서 도출된 생각 같습니다. 그렇다면 온라인 시스템은 이 동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만큼 필연적 실패로 귀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떠오릅니다. '좋아요'와 '공유'가 거의 모든 커뮤니티의 근간이 되는데 그렇게 한 커뮤니티나 한 이용자에 동조하는 집단이 생겨나고 그 안에서 동조하지 않는 의견들은 불순물로 취급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동조에 대항하기 위한 개별화는 무엇인지도 궁금해집니다. 집단에서 개별적 존재의 독립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요. 그것은 아마 더 소규모의 동조를 통해 사회 속 사회를 이루는 것일수도 있겠고 사회에서 추방되거나 자발적으로 나와서 또 다른 사회를 만드는 것일수도 있을 것입니다. 동조에는 다른 방향으로의 동조만이 유일한 방법인지도 궁금해지네요.

동조라는 단어는 하나의 물결처럼 느껴집니다. 그 흐름 속에서 개개인은 과연 독립적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 가능할지요. 일단 여기까지 혼자 물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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