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메이드 공익영화 '연소일기'
오랜만에 국내에 개봉했던 '최신' 홍콩영화입니다. 여기 많은 탑골갬성 회원분들이 그렇듯이 저도 8~90년대 홍콩영화를 가장 즐겁게 봤었고 이후 침체기에 빠진 업계를 다시 부활시켰다는 '무간도' 삼부작을 마지막으로는 어떤 영화가 나왔었는지 전혀 생각도 안나고 관심을 끊었었기에 나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감상한 작품입니다.
영화는 초등학생 소년과 교사로 일하고 있는 성인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전개됩니다.
소년은 전형적인 아시아의 학벌제일주의에 엄하게 훈육하고 필요하면 체벌도 거침없이 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 권위적인 가부장 아버지 밑에서 자라고 있는데 공부를 못합니다;;; 그냥 못한다 이런 게 아니라 일반적인 학문교육에 전혀 자질도 없고 관심도 없는 타입이죠.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하필 얘는 또 공부를 엄청 잘하고 다른 특기활동도 뛰어나서 맨날 비교되면서 더 비참하구요. 어머니는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하지만 당장 본인도 남편에게 억눌려 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뭔가를 하지는 못합니다.
또 한 명의 주인공 교사는 그냥저냥 평범하게 조금은 무기력하게 교직생활을 하고 있는데 한 고3 교실에서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자살충동을 암시하는 내용이 적힌 글이 발견되면서 자신의 어린시절의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며 무언가 결심을 하게 됩니다.
딱 요정도 시놉시스에 가까운 정보만 알고 보시는 게 좋은 작품입니다. 사실 내용 자체는 이런 드라마 장르에서 수없이 봐온 뻔한 종류이긴 한데 두 주인공 사이를 넘나들며 약간 여기저기 꼬아놓은 장치들로 나름의 비장의 무기(?)같은 효과를 노리고 있거든요.
한 중간쯤 보다보면 이건 감독이 관객들에게 뭔가 공익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서 만든 영화라는 게 자연스레 느껴집니다. 특히 학창시절 받았던 여러가지 스트레스와 환경적 요인으로 생긴 우울증, 이걸 제 때 도움을 청하거나 주변에서 도와주지 않고 외면하여 깊은 트라우마로 남으면 어떻게 될지 등을 얘기하는데 그래서 공익영화를 보는 그런 느낌은 들어도 그 메시지를 다소 도식적인 캐릭터들이지만 제 역할에 맞게 충실히 연기한 출연진과 뻣뻣하지 않고 간절하게 진심으로 와닿게 만드는 사려깊은 연출이 합쳐져서 그냥 웰메이드 사회 비판, 캐릭터 드라마 영화를 봤다는 기분이 듭니다. 무슨 대단한 씨네마적인 야심이 있는 흔히 말하는 '명작' 스타일은 아닌데도 홍콩 자국은 물론이고 여러 영화제에서 많은 수상을 한 것도 그런 면에서 높이 평가받은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위에 썼듯이 '다소 도식적'인 캐릭터들, 특히 전형적인 악역 가부장 아버지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사람에 따라 너무 짜칠 수도 있으니 미리 각오(?)해두시면 좋구요. 도저히 그런 거 못견디겠다 싶으신 정도가 아니면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어린 학생들의 학교성적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 이로인한 여러가지 부작용과 후폭풍은 어째 우리 학창시절에서 수십년이 흘렀어도 그대로구나 싶어서 더 안타깝고 그랬습니다. 러닝타임은 한시간 반 정도이고 VOD 구매 아니면 티빙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성인 교사 파트에서 나름의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 러브 스토리가 들어갔는데요. 이게 이 파트 자체는 나름 훈훈하고 갬성 괜찮은데 영화 전체의 내용을 생각하면 좀 쌩뚱맞은 느낌도 있습니다. 그냥 이 러브 스토리만 들어내서 따로 영화를 만들엇으면 그게 더 괜찮았을 것 같다는 느낌? 뭐 그래도 상대역을 맡은 배우님들이 너무 화사하셔서 자칫 너무 어둡고 무거워질 수 있는 작품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걸로는 좋았습니다.

웬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 생각나서(내용과 주제는 전혀 다릅니다.) 훈훈하면서도 안타깝게 만들었던 형제를 연기한 아역들
안 그래도 티빙에다가 찜 해뒀던 영화였는데. 이렇게 소감을 올려주시니 되게 감사하고 반갑네요. ㅋㅋㅋ
공익 영화 풍이라지만 설명을 읽어보니 이런 공익이라면 저도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꼭 볼 겁니다!! (믿어주세요!! ㅋㅋ)
오! 찜을 해두셨군요. 아무래도 배티님은 같은 교사이시기도 하니까 좋은 감상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교사인 주인공이 하고자 하는 것도 많이 뻔한데 그 뻔한 메시지가 필요한 세상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