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4월 1일 윤석열 탄핵 집회 다녀왔습니다

집회 나간 당일에 바로 글을 올릴 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게 여건상 안되네요. 하루만 지나도 너무 많은 것들이 바뀌어서 그 날 그 날의 감상들이 바로 휘발되거나 퇴색됩니다.

일단 밀린 이틀치 집회 글들을 바삐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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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집회에 나가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3월 마지막 날까지도 헌재는 파면 선고 일자를 예고하지 않았고 정말로 헌법재판관 두명이 퇴임할 때까지 작정하고 시간을 끄는 게 아닌지 의심이 커졌거든요. 더 정확히 말하면 의심보다는 불안이라고 해야할 것입니다. 이 날 하필 일하는 게 너무 바빠서 정신적으로 녹초가 된 채 집회에 갔습니다. 평소와 다를 건 없었고 민주당의 동작 을 후보였던 류삼영씨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아직 뱃지를 못달고 있는 분들 중 이 분은 꼭 달아주기를 바라는 분들 중 한명이 류삼영씨인데 실제로 보니까 반가웠습니다. 아마 나경원이 정당해산으로 나가리가 되면 그 때 그 빈자리를 훌륭히 메꿔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집회 현장에서 중년의 민주당 지지자들이 계속 말도 걸고 사진도 찍어가시더군요. 


행진이 평소보다 더 일찍 시작되었습니다. 이 날은 국립현대미술관 쪽으로 해서 행진 방향이 살짝 바뀌었습니다. 그렇게 행진을 하는데 사실 신나는 기분이 나지 않더군요. 구호를 외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주 가끔씩만 구호에 호응하고, 그냥 묵묵히 걸어갔습니다. 이번 윤석열 탄핵 집회를 참여하면서는 박근혜 탄핵 집회와 다르게, 이런 게 바로 전쟁터에서 사기가 오르거나 떨어진다는 현상이라는 걸 상상했습니다. 전쟁이 하염없이 길어지면 병사들이 지치고 늘어지면서 도발에 쉽게 응하게 된다는 걸 삼국지에서 본 것 같은데, 정말 제가 딱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기다려야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시원한 전면전 이후 모든 게 다 끝나버렸으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뭐가 됐든, 꾸준히 하는 힘이라는 건 엄청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파면 선고를 저렇게까지 안하는 헌재를 두고 긍정을 유지하는 다른 시민들이 참 대단했고, 또 한편으로는 쓸데없이 예민해서 집회 현장에서도 우울에 가라앉은 제가 우습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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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 밤의 집회를 늦게 갔습니다. 파면선고예정 뉴스를 보니까 긴장이 조금 풀린 것도 있고 집에 들러서 빨래도 돌리고 밥도 해놓느라 좀 꾸물댔습니다. 행진에 참여하고 싶었는데 가보니 거의 9시가 다 되었더군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어서 놀랐습니다. 행진이 끝나면 인파가 어느 정도 빠지게 마련인데 그 인원이 그대로 안국역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사회자분의 목소리는 여전히 쩌렁쩌렁했고 자원봉사하는 분들도 분주했습니다. 


이제 봄이라 오후에는 더운 것 같지만 밤이 된 야외는 여전히 추웠습니다. 어느 건물의 대리석에 앉았는데 냉기가 엉덩이를 찔러서 금새 일어났습니다. 피곤하기도 하고 어느 돌바닥이 덜 차가운지 어슬렁거리다가 앉고는 금방 또 일어났습니다. 롱패딩을 입고 오지 않은 걸 후회했습니다. 앉을 데가 없어서 입고 있는 맨투맨을 벗고 접어서 방석으로 썼습니다. 겨울용 숏패딩을 입고 있어서 춥지는 않았습니다.


장혜영 (전)의원의 연설도 듣고 진보당 정혜경 의원의 연설도 들었습니다. 옆에서는 어떤 할아버지가 윤석열 얼굴을 붙여놓은 샌드백을 끌고 다니며 한대씩 쳐보라고 하고 있었습니다. 감자튀김을 나눠주기 시작했지만 줄 서는게 귀찮아서 그냥 포기했습니다. 점점 추워지는 가운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시민들을 뒤로 하고 11시쯤에 지하철 역으로 내려갔습니다. 제 체력으로 날을 새는 건 아직 무리한 일이었습니다. 안국역 안쪽에는 통제 스티커와 함께 현수막이 하나 걸려있었습니다. "집회 장소로 가는 길 없음"





    • 정말 어려운 시기에 열린 집회에 가셨군요. 저는 탄핵 선고일이 지정되자 순간 너무 마음이 가벼워져서 그동안 얼마나 이 상황이 마음에 짐이 되었는지 다시 깨달았습니다. 결과에 대해서는 추호의 의심도 없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힘든 일들이 많겠지만 기약없는 기다림은 이제 지났습니다.    

      • 저도 선고일 지정되자마자 마음이 정말 가벼워져서 신기하더군요...이제 작은 불안과 큰 희망을 안고 집회에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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