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극장에서 영화 볼 때 웬만해선 주변 관객들 때문에 영향 받는 편은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상 깊었던 관객들이 몇 명 있습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볼 때 극장과 집 소파를 구분하지 못한 여자분.
전주 영화제에서 내 앞 자리 의자에 발 올리던 여자분.
스타 트렉 볼 때 신나게 추임새 넣던 남자분.
레볼루셔너리 로드 볼 때 옆에서 시종일관 문자질 하다가 갑자기 화장을 하던 여자분.
킹콩 볼 때 정신없던 액션 시퀀스 이후 마지막 킹콩과 나오미 왓츠의 아이 컨택 장면.
사운드도 전부 꺼지고 모든 관객이 숨죽이고 지켜보는 와중에 비닐 봉다리 정신없이 부스럭 거렸던 어딘가에 앉아있었을 관객분.
그리고 그저께 로빈 후드 보면서 아주 훌륭한 매너를 가진 관객들을 만났습니다.
이 관객들이 아주 훌륭한 매너짓을 한 것은 영화의 크레딧 올라갈 때 였습니다.
아시다시피 로빈 후드의 엔딩 크레딧은 아주 멋지구리한 애니매이션으로 만들어진 장면이고,
로빈 후드를 재미없게 본 사람들도 이 엔딩 크레딧은 멋지다고들 하더군요.
저는 이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본 터라 기분 좋은 마음으로 크레딧을 즐기려는데,
앞자리 네 명의 사이좋아 보이는 관객들이 일어나서 시야를 막더군요.
일단 첫 번째로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굳이 돈 써가며 크레딧을 그렇게 만들어 놨으면 당연히 보라고 만들어 놓은 거 아닙니까?
극장에 불도 안 켜진 상태였고, 한 마디로 불 켜질 때까지 크레딧도 영화 본편처럼 즐기세염 하고 나오는 것인데 그걸 안 보고 나갈거면 대체 뭐하러 극장에 돈 주고 들어오는 겁니까.
뭐 그래도 여기까지는 화가 나지는 않았습니다. 보기 싫어서 나가는 거 본인들 자유니까요.
그런데 이 관객들이 정말로 사람 짜증나게 하는게, 일어났으면 빨리 복도로 나가야죠.
대체 왜 안 나가고 거기 서서 기지개켜고 옷 입고 얼쩡거리고 있는 건지.
본인들이 보기 싫은 건 이해하는데 왜 뒷 사람까지 못 보게 하는 건가요.
옆으로 비키라고 말하려고 하니까 그제서야 슬금슬금 나가더군요.
대략 리들리 스콧 이름에서 러셀 크로우 이름 뜰 때까지 못 본 것 같네요.
정말 오랜만에 극장에서 관객 때문에 화났는데, 저런 관객들 극장에 안 왔으면 좋겠습니다.

에이미가 니들을 응징할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