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 투덜

  • ginger
  •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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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홍련'을 프랑스에서 개봉하나봐요? 아이구 부러워라...영국엔 왜 '쉬리'나 '친구'같은 영화만 들어오나 몰라요. 게다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기껏 수입하려는게 '태극기 휘날리며'라구요. 전혀 관심없는 영화인데...하긴 런던의 커존 소호 극장에서 '고양이를 부탁해'를 잠깐 개봉 했었죠.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보고 서점에서 생전 안 보던 뉴스위크를 뒤적여 보았습니다. 사진도 많이 실렸는데 장화 홍련 포스터도 나오고 스캔들 포스터와 배용준 전도연의 인터뷰 사진도 있더라구요. 스캔들은 영국에 안 들어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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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개와 리뷰 프로그램 중에 Film 2004란 게 있거든요. 조나단 로스란 사람이 진행하는데, 이 사람이 약간 혀가 짧은 lisp라서 r 발음이 w가 되는 사람이에요.그래서 Ross가 아니라 Woss라고 놀리기도 하죠 (몬티 파이슨의 Life of Brian을 보신 분들은 그 농담을 잘 아실 겁니다) 물론 본인도 잘 알고 있으면서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스스로 웃음거리로 삼기도 합니다.

이 인간이 독설이 재미있고 재치있긴 하지만 가끔 불편하게도 합니다. 줄리아 스타일스를 초대해 놓고 너는 대학생이 sex and drugs 실험은 안하냐고 물어보아서 스타일스가 눈쌀을 찌푸렸었죠. 베킨세일의 경우 언더월드를 홍보하러 나왔는데 영화가 별 볼일이 없다는 걸 슬쩍 인정하면서 자기가 입고 나오는 가죽옷에 대해 농담을 했었어요. '반짝이는 엉덩이'가 어쩌고 하면서요. 그러더니 그 말과 함께 영화에서 그 사람의 엉덩이가 나오는 부분을 한 5,6번씩 반복 편집해서 보여주는 짓을 하더군요... 나이 40 넘도록 꼭 사춘기 소년같은 짓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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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제가 쓴 수다...에 달린 한 코멘트를 보니, 문화적 보수성이 성차별같은 구체적인 억압이 되는 예를 내어 놓아라, 증명이 쉽지 않을 거다...란 게 있군요.


강제적 이성애에 기반한 전통적인 성역할과 그에 따른 노동의 분담을 보면 여자들은 종속적이고 보조적인 위치에서 무보수 돌봄 노동을 합니다. 요즘 여자들의 사회진출이 늘었다고 해도 대부분의 여자들은 밖에서도 보조적이고 부차적인 일을 하는 비규정직으로 저임금과 고용 불안정을 고스란히 감수하고, 안에서도 집안 일은 여자일이라고 굳게 믿는 남자들 덕에 가사 노동과 돌봄 노동까지 거의 혼자 다 하고 있지요. 사회적으로 해결이 안 되니까 집안의 다른 여자들 - 친정/시어머니- 한테 그 노동이 전가되기도 하죠. 같이 직업을 갖고 있는데 집에 오면 손가락 까딱 안하는 남편은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는게 아니고 집안 일은 여자일이란 오래된 관습에 편승해서 능동적으로 부인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는 거잖아요.  

정치적으론 과격하나 문화적으론 보수적인 백기완같은 사람은 이런 역할에 자기 어머니를 끌어들여 수상쩍은 찬사를 해대면서 페미니즘이 이런 역할을 우습게 안다고 투덜댑니다.  정작 우습게 아는 게 누군데. 여자들이 덜 사나워야 한다구요?  흠...할아버지가 아직 정말 사나운 여자들을 못보셨군요...서구 급진 페미니스들 보면 세상 망조 들었다고 하겠어요.


힘 쓰는 농경사회도 아닌데 아들 타령 때문에 태어나지도 못하고 낙태되는 태아들,  한국의 가부장적인 의식과 문화 때문이 아니라면 그럼 자본주의적 질곡 덕에 삶의 기회조차 박탈당한 건가요?  한국 여자들 삶의 매 순간 매초가 그런 남자 중심으로 짜인 제도와 문화의 보수성덕에 짜증나고 피곤하다는 것, 단지 심리적 위축만이 아니라 가부장적인 정서 때문에 질기게 폐지가 안되고 있는 호주제처럼 실질적인 불이익을 준다는 것, 성장과정에서 여자들 자신의 내밀한 의식에 속속들이 새긴 2등 인간이란 이데올로기 덕에 내면의 소외와 갈등을 겪는 다는 것, 남자 욕망 위주의 성규범 덕에 여자의 섹슈엘러티는 끊임없는 대상화와 통제의 대상이 된다는 것, 여자를 소유하고 훈육할 수 있다는 전통적인 관습덕에 여성에 대한 폭력이 정당화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여자들의 존재와 존엄이 흔들린다는 것,  무엇보다 주체가 아닌 객체, 종속물로 자리 매겨져 있다는 것 자체가 모욕적이며 억압적이라는 것.....이런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닐텐데도 '증명하라'.....누굴 위해 뭘 왜 증명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증명은 증명이 필요한 사람이 해야겠지요.


한가지만 덧붙이자면....김규항이 문제가 되는 건 그런 식의 공격이 여성주의 전반을 '먹고 살만한 나른한 여자들의 배부른 타령'으로 폄하해 버리는 효과를 내는 것에 더해서, 여성주의에다 자기가 생각하기에 올바른 울타리를 지워주려고 하는 시도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여자를 남자 기준으로 이 여자와 저 여자로 분류한 다음 마음에 안 드는 쪽은 낙인을 찍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통제 수법과 너무 닮았기 때문에 몸서리 나기도 하구요, 페미니즘이 종속적이었던 사람들의 주체되기 운동이라는 아주 기본적인 사실을 잊고 여전히 여자들을 훈계 대상으로 보는 태도가 그 사람 글에서 읽히기 때문이기도 하죠. 쓰는 글마다 성차별을 체화한 마쵸맨 냄새를 풀풀 풍기는 남자가 비슷한 남자 독자들이 드글거리는 한겨례에다 그런 식으로 완장을 차고 '여성주의가 글러먹었어...너네 부르조아 빨리 솎아내' 라고 하는게 도대체 무슨 건설적인 도움이 되겠어요..

하긴 그런 태도가 새로운 것도 아닙니다. 많은 서구 좌파 남자들도 한 30년전엔 페미니즘이 노동/계급운동의 하위에 놓여야 한다는 소릴 아무렇지도 않게했었고, 지금도 극소수 과격 좌파들은 페미니즘을 아주 싫어하는 부류들도 있더군요.  다행히 더이상 그런 인간들이 주류는 아닙니다만.

잘 모르면 비판을 하면 안된다라든가 페미니스트 활동가만이 페미니즘에 대해 언급할 수 있다는 게 아니죠. 그러잖아도 세상엔 모든 마땅찮은 사회변화와 부작용을 다 페미니스트(와 동성애자) 탓으로 돌리려는 초보수적인 사람들이 득시글 거려요. 저는 사실 김규항이든 누구든 페미니즘에 대해 얼마든지 발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대신 무슨 페미니즘 생각해주는 척 하거나 여자들이 적으로 간주했을 때 갑자기 충격받은 척 하진 말라는 거에요. 그냥 꿋꿋하고 일관성있게 마쵸맨 하시라구요...


서구 여성주의를 보면 소위 2세대라고 하는 70년대 대중적인 운동의 물결이 한바탕 일어나면서 자기 정치적 입장따라 여자들끼리 정말 치열하게 논쟁하고 싸웠더군요. 나중에 중산층 백인여자 중심이라고 흑인 여자들이 호되게 비판하니까 소위 주류 페미니스트들이 그걸 겸손하게 받아들인 것도 정말 인상적이었구요. 우리도 제발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이건 생존권 차원에서 헤매는 수준이잖아요. 좌파가 리버럴 법개정 운동인 호주제 폐지도 이야기 해야하고, 좌파정당이란 데서도 성폭력 뒤치닥거리나 하고 진을 빼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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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거리다 보니 전에 흑인 여자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다큐를 본 기억이 나네요. 자세히 언급하자면 너무 길어 질 것 같고, 한가지 인상에 남는 건 할리 베리가 아카데미상을 탔을 때 선배 흑인 여배우들이 '잘 했다, 하지만 앞으로 갈 길이 멀고 니 짐이 무겁다'고 했다는 인터뷰를 봤을 때였어요. 소수자란게 잘 드러날 때가 그런 때인 것 같더군요. 개인은 어디로 가고 갑자기 그 소수자 대표가 되어버리죠. 숀 펜이나 팀 로빈스가 아카데미상을 받으면서 백인 남자 배우 그룹을 위해 짐을 짊어진다고 생각하지도 않을 거고, 그렇게 '백인 남자 배우' 그룹으로 묶인 일도 없을 뿐더러, 그 그룹이 어떤 책임을 지울 일도 전혀 없죠. 자기 자신일 수 있다는 거, 그게 어렵건 쉽건, 경쟁에서 패배하건 이기건간에 선택하고 책임지는 주체라는 거, 얼마나 가볍고 자유로운 출발의 조건인지, 짐을 안 달아 본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요.

저도 그냥 독특한 개성을 가진 한 개인으로 저한테 지워진 각종 분류 딱지와 상관없고 싶거든요. 여자니 남자니, 성차별이니, 인종차별이니...그냥 다 귀찮을 때가 더 많아요. 근데 그렇게 온전한 한 개인으로 살려니 제한도 많고 자꾸 신경 긁는 일이 많아서 이렇게 투덜거리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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