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3인에게 바치는 글 '인생상담'
「인생상담」
고민. ID : 인질 (어딘가 있는 어떤 나라에서 올림)
안녕하세요 선생님...
우리는 얼마전에 어떤 나라에 다녔왔습니다. 거기서 열화 우라늄탄이라는 것이 얼마나 극심한 피해를 주고 있는지 조사도 하고, 버려진 부랑아들을 돌보거나 '오폭'으로 사람들이 자꾸만 죽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 들어갈 생각이었습니다. 주위의 사람들도 그건 잘하는 일이라고 칭찬해주었지만, 어느날 갑자기 우리는 유괴되어 인질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무서웠어요.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죠. 그런데 극적으로 풀려났습니다. 그래서, 어디선가 들이닥친 마이크에 대고 '앞으로도 이런 활동을 계속 해나가고 싶습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했을 뿐인데, 난데없이 우리나라의 정부와 언론으로 부터 '반성해라!', '국민 앞에 사죄해라!', '폐나 끼치지 마라!', '지금 장난쳐~?'같은 말들을 듣고 있습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거죠? 우리가 잘못하고 있는건가요? (잠시익명)
상담자. 타카하시 겐이치로(작가)
'잠시익명'씨에게.
딱하군요... 당신의 나라에서는 얼마나 좋은 일을 하느냐보다, 다른 사람에게 (혹은 윗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민폐를 끼치지 않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군요. 집에 드러누워서 '전쟁이야...? 아이고 힘들겠네...'라고 하면서 콧털이나 뽑는 사람이 제일 훌륭한 사람인가봐요. 그런데 사실은, 우리나라에서도 그와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답니다. 그 얘기를 잠시 해보죠. 혹시 당신들에게도 도움이 될지 모르니까요.
그전에 미리 하나 말해두자면, 전 극히 온건한 생활을 하는 보수주의자입니다. 전 우리나라의 정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능한 거짓말쟁이 집단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서서 바꿔보려고도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뭐.. 너무 귀찮기도 하고. 힘도 들고요. 그 뿐만 아니라, 저는 법률로 규정된 '국민의 의무'를 잘 지키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저는 '밤낮없이' 일해서 번 돈으로, 매년 엄청난 금액의 국세를 불평 한마디 없이 정부에 갖다바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낸 그 돈으로 정부의 공무원이나 정치가들을 '고용'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 의무를 완벽하게 완수했습니다. 그 이상의 의무같은 건 없어요. 나머지는, 정부의 공무원이나 정치가들이 자신들의 의무를 완수해 주는 것 뿐입니다. 즉, 그들은 뭔가를 반드시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놀랍게도 저희 나라의 정부 공무원이나 정치가들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어요. 아니, 할 생각도 없어보이지 뭡니까...
실은, 우리 나라에서도 '이라크'라고 하는 나라에서 자원 봉사 활동을 하고 있던 사람과 져널리스트가 유괴되어 인질이 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겨우 풀려났어요. 정말 다행이지 않을수 없었죠! 그런데, 그 후에 정부의 좀 모자라보이는 사람이 '밤낮없이' 구출 활동을 한사람 입장을 좀 생각해봐! 라고 떠들어대기 시작했습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가 따로 없어요. 왜냐하면 '국민의 보호'는 그들이 가장 먼저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니까요. 너무나 당연하지 않나요? 혹시 정부는 '인질 구출'을 '야근수당 없는 잔업'같은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사실은 하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는 일 같은 것 말이에요. 도무지 법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민폐를 끼쳤다'라고 화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웃기는 군요. 그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수로 자기들한테 폐를 끼칠수가 있었다는 말입니까? 이라크에 가 있었는데? 알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저한테는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들의 행동을 민폐라고 한다면 자꾸 자꾸 민폐를 끼쳐주기를 바랍니다. 저의 피같은 세금을 그런 곳에 쓰고 싶거든요. 대환영이에요. 그리고 '그들로 부터 구조비를 받아야 한다, 돈 문제가 걸려있으니까 받을 건 받아야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 전에 환전 차액으로 몇조엔이나 국고에 피해를 준 사람이나, 아무도 가지않는 호텔같은 것을 연금으로 세운 사람들에게 먼저 청구서를 올리세요! ....라고 하면 결국 우리들한테 그 돈을 걷어 갈 테니까 그건 싫은가 보죠?
그 세명은 좋은 일을 하려고 일부러 그 곳에 간 겁니다. 그랬는데 불가항력에 의해 납치를 당한거에요. 이것들 봐요, 그럴 때를 위해서 우리는 정부와 공무원을 '고용'하고 있는 겁니다. '해외 위험 보험'을 우리가 낸 세금으로 사왔다고, 보디가드 같은 거라고 해놓고, 이제와서 '보험 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라니... 완전히 우리는 사기를 당한거로군요.
미군은 이라크에서 마구잡이로 여자도 죽이고 노인도 죽이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물론 보고도 못 본 척이고요. 그런 나라의 군대가 어슬렁 어슬렁 대다가 이라크 사람들의 반감을 사서, 일본을 테러 공격에 놓이게 한 것을, 민간의 자원 봉사자가(정부의 뜻과 반대로) 이라크 국민들을 위해 봉사한 것으로 그 위험을 줄여 주었습니다. 그들은 일본인의 명예를 높여준거에요.(그 결과, 일본의 안전도 지킨거고요) 부시의 비위를 맞추는 것에만 온통 정신이 팔려있는 고이즈미같은 사람만 있는게 아니라, 좋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이라크 국민들에게 알려준거에요. 변변치 못한 정부가 범한 실수를 그들이 갚아준거에요. 10만명 군대를 보내는 것보다 그들이 한 행동이 훨씬 더 대단했습니다. 그런데 정부나 언론은 그들에게 감사패를 주지는 못할 망정, 뭡니까 이 비난의 폭풍은. 전 우리나라의 그 인질 3인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 이런 배은망덕한 나라의 망발은 그만 잊어주세요 ! ! !"
이상은 작가 '타카하시 겐이치로'가 4월 19일자 아사히 신문에 개재한 '인생상담'이라는 타이틀의 가상인터뷰입니다. 타카하시 겐이치로는 소설가입니다만, 소설 보다는 평론이나 에세이가 더 유명해요. 스포츠 프로그램 '스포츠 우루구스'에서 에가와 타카시와 함께 경마 예상 같은 것도하고... 제1회 미시마 유키오 상 수상작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라는 책은 한국에도 소개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혹시 읽어보신 분 있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