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헬싱 (mild spoiler)

  • ginger
  •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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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헬싱을 봤습니다.

여전히 3명의 신부를(근데 왜 늘 3명인지 몰라요. 4명도 아니고 11명도 아닌) 그루피처럼 거느린 동유럽 록 스타 드라큘라는 힘들고 폼 안 나는 구질구질한 일은 전부 여자들 시키면서 아무도 400년이나 못 찾아내는 외로운 성에서 혼자 지루했던지 일 안되면 화내고 떼쓰기, 소리 지르기, 이리 저리 모습 변신하기 등을 하는데도 여전히 심심해 보이네요. 아참 화내고 발 구르면 전전긍긍하며 달래주는 맘도 넓은 신부들과 그룹 섹스하기도 있겠네요. 물론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라 그런 건 암시만 되고 이사람들의 놀라운 생식력의 결과물만 보여주지만 말이죠.

X2에서 19세기로 시간여행온 울버린은 여전히 여러모로 울버린스럽습니다. 덜 우스꽝스런 헤어 스타일이지만 만만찮게 우스꽝스런 모자를 쓰고 여전히 기억이 가물가물한 채로 갖은 폼 다 재면서, 자기 본업에 충실한 소수자 그룹을 여럿 죽이고 다닙니다. 휴 잭맨이 남성스러운 좋은 체격과 얼굴을 하고 있긴 한데 별로 현실적으로 만져지는 인물이 아닌 역을 맡아서 그런지 존재감이 종이 한장같더군요.

케이트 베킨세일은 언더월드의 몸에 꽉 끼는 검은 가죽옷과 단발머리 대신, 콜셋같은 웃옷에 딱 붙는 바지와 굽높은 긴 부츠를 신고 집시인 척 하는 검은 긴 곱슬 머리 모양을 하고는 영화 내내 이리저리 뛰다 공중에서 던져지고.. 게다 밧줄타기와 공중잽이들을 (와이어에 달려 있겠지만) 휘리릭...저같으면 그렇게 허릴 조이고 그렇게 높은 구두를 신고는 1분만 뛰어도 사망할 것 같던데요. 발목은 부러진 채 호흡곤란으로...

반지의 제왕에서 산 채로 불 태워 질 뻔 했던 파라미르가 tonsure도 없는 땡중, 아니 땡수도승으로 나와 007의 Q + 셰익스피어의 광대 + 라라 크로프트의 기크 테크니션을 합친 사이드킥 노릇을 하면서 썰렁 개그를 한 줄씩 연발...프랑켄슈타인도 가끔 나오는데 짧은 스크린 타임마다 소리를 고래 고래 지르고..나 귀 안 먹었어...

그리고 시작하면 헐크스러운 몸매와 침팬지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매우 컴퓨터 그래픽스러운 하이드씨도 잠시 등장합니다...


3명의 신부들이나 드라큘라나 웬 시간을 그리 낭비하고 주인공들에게 반격할 시간을 주는지..보다 나중엔 '아아 고만 지껄이고 빨리 죽여라' 하고 조그맣게 중얼거리고야 말았어요. 그러자마자 케이트 베킨세일이 똑같은 대사를 하더군요.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생각해도 너무 민망했나봐요.

무엇보다..주인공들이 모두 너무나 정신없는 액션신 중간 중간 단말마의 비명을 질러대거나 아니면 너무 속 보여서 닭살 돋는 감상적이고 감정 깊이가 0.00008 센티미터 쯤 되어 보이는 장면들을 연출해대는 통에 정상적인 대화가 거의 없었거든요. 근데 그마나 보통 대사가 나올 땐 가짜 액센트가 거의 고문이었어요.

교황청 추기경의 엄청난 가짜 이탈리언 액센트는 잠깐이기나 했지...트란실베니아 주민들인 척 하면서 넣는 그 액센트...집시와 드라큘라가 영어를 쓰는, 관객도 자기들도 다 아는 뻔한 거짓말을 하면서 살살 적당히 들 좀 하지. 발가락이 오그라들 지경이었죠.


흠 여기까지 써놓고 보니 쳇 쯧쯧 하면서도 제가 이 영화를 재밌게 봤다는게 안 믿어지는군요.모든 게 O.T.T.라 재밌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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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헬싱 보러가서 본 예고편 하나.

성룡이 '알란 파트리지' 스티브 쿠건과 함께 새로운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찍었더군요. 영국사람이 아니면 포그역을 맡은 스티브 쿠건이 얼마나 웃기는 코미디언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게 별로 중요하진 않겠죠.

예고편만 보고 무슨 얘길 하겠습니까만 디즈니 영화답게 꿈과 희망을 주는 명랑 발랄 영화같단 느낌이 들었어요. 성룡이 파스팔투에 해당하는 역인 것 같은데 21세기 리메이크답게 오만하고 제국주의적인 영국'신사'대신 어벙하고 어수선한 빅토리안 발명가와, 자기 위치를 잘 아는 하인 대신에 자기 목적이 분명한 중국 피난민이 가담해 벌이는 조인트 벤처인 것 같더군요.

아놀드 캘리포니아 주지사께서도 잠시 등장하는데 엄청난 파마 머리 가발을 쓰고 나오더라구요. 이사람이 보수 정치인 노릇과 성추행에 바쁘셔서 저도 잊고 있었는데 능청스런 코믹 연기를 꽤 잘하는 배우란 걸 일깨워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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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둘.

해리포터의 새 예고편을 보니 그동안 나왔던 3편 예고편보다 더 어둡고 침침한 버전을 보내주더군요. 디멘터와 시리어스 블랙을 더 많이 보여주고요. 제 개인적인 취향으론 알폰소 쿠아론으로 감독이 바뀌니까 훨씬 나은 것 같아요.

해리가 누굽니까 조실부모하고 눈치밥 먹다가 자기가 속한 소수자 그룹에서 정체성을 찾았는데 이 세계에서도 저 세계에서도 스포츠 좋아하는 이 평범한 남자애를 자꾸 극단으로 미는 바람에 늘 조금은 슬프고 성격도 어두운 편인 애잖아요....오죽하면 애가 학교를 좋아하겠어요.

크리스 콜럼버스는 원작에서 하나도 자유롭지 않으면서도 웬만하면 디즈니류 명랑 발랄 어린이 영화로 끝내려 기를 써서 절 지루하게 했는데 이 멕시코 출신 감독이 분위기 어둡고 위험한 사춘기 세계로 해리를 인도하신 것 같아요. 기대됩니다. Something wicked this way c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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