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아라한

  • 대너리스
  •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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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성은 ‘아라한’이라 불리지 않았는가”는 엘리슨(Ellison Banks Findly)의 논문 〈Women and the Arahant Issue in Early Pali Literature〉(Journal of Feminist Studies in Religion 15, 1999)을 완역한 것이다. 논문의 핵심 주제를 살리는 의미에서 위와 같이 제목을 변경하였다. 원제는 나타난 바와 같이 “초기 팔리문헌에 나타난 여성과 아라한 문제”이다. 논문의 구조와 내용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에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논문의 핵심을 소개하고자 한다.

초기불교 문헌 속에는 많은 여성 아라한(arahant, arahat, arhat)들이 등장한다. 이것은 여러 학자들에 의해서도 인정되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아라한이 된 비구들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당연히 아라한이 된 비구니들에게도 ‘아라한’이라는 호칭이 수여되었을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즉 남성 아라한과 마찬가지로 여성 아라한도 ‘아라한 아무개’라고 불렸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그런데 엘리슨의 조사에 의하면 초기 팔리문헌에서 여성 아라한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경우는 한 번도 없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그렇다면 어떤 연유에서일까? 이 논문에서 엘리슨이 탐구하고 있는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초기 팔리문헌에서 아라한이 된 여성 출가자들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는 왜 ‘아라한’이라는 경칭이 부여되지 않았느냐’라는 문제에 대한 답변을 그녀는 베다 시대부터 지속되어 온 사회적 관습에서 찾고 있다.

즉 브라흐만의 제의식 전통에서 여성은 여성 고유의 신체적 속성으로 인하여 불경한 존재로 간주되는 측면이 있었는데 이러한 전통이 초기불교 전통에서도 거부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엘리슨은 구체적으로 이렇게 설명한다. 여성의 신체적 속성으로 인하여 여성을 불경한 존재로 보는 브라흐만적 사회문화적 상황 속에서 불교도들은 비구니들에게 보시하는 것보다도 비구들에게 보시하는 것이 보다 큰 공덕을 가져온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이들은 보시하는 데 있어서 당연히 비구승가를 더 나은 복전(福田)으로 생각하여 비구들에 대한 보시를 더 선호하였다. 불교 승가는 이러한 사회분위기에 도전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불교도들의 이러한 비구(승가) 선호를 수용하였다. 비록 경전은 비구니가 보시 받는 과정에서 차별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교설로 명시하고 있지는 않으면서도 보시 받는 순서를 정하는 데 있어서 “비구를 우선하라.”고 말하고 있다. 엘리슨에 의하면 깨달음을 성취한 여성 아라한들에게 ‘아라한’이라는 칭호가 부여되지 않는 것은 이상과 같은 사회분위기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아라한’이라는 말이 불교의 모든 교설을 관통하는 포괄적인 용어로서 여성에게도 열려 있는 용어였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여성 아라한들이 존재했음에도 사회적 분위기 내지는 기준 때문에 여성에게는 ‘아라한’이라는 칭호가 부여되지 않은 것이다. 환언하면 팔리문헌은 원칙적으로 여성이 아라한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현실에서 여성 아라한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지만 ‘아라한’이라는 말의 사용에 있어서는 사회적으로 규정된 전통에 의해서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이다. ‘아라한’이라는 말은 남녀 모두에게 열려 있는 ‘해탈학적(soteriological)’ 용어이지만 동시에 그 구체적 적용에 있어서는 사회적으로 제한을 받은 ‘사회적(social)’ 용어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아라한’이라는 경칭은 정신 상태의 인정을 위해 주어진 말이 아니라 주어진 사회 환경의 역학과 관계된 말이다. 이상과 같은 논지를 전개해 나가는 데 있어서 엘리슨은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검토하고 있다. 즉 ‘아라한’이라는 말의 의미와 어원, 아라한 상태의 특징, 깨달음의 상태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비구와 비구니의 차이 및 그 이유, 깨달음의 핵심적인 내용을 경험하는데 있어서 비구와 비구니의 일치성, ‘테라(thera, 장로)’와 ‘테리(ther沖, 장로니)’라는 말의 의미와 사용례, ‘아라한’이라는 말의 브라흐만적 전통에서의 용례와 의미, 그리고 ‘보시(da?a)’와 ‘아라한’이라는 말의 관계 및 이에 근거한 ‘보시하는 자’와 ‘보시 받는 자’의 역학관계 등이다. (안옥선)

  
글쓴이 : 엘리슨 핀들리(Ellison Bank Findly)  
트리니티 대학(Trinity Colleage) 종교 아시아학과 교수. 저서로 《Nur Jahan : Empress of Mugal India》 《Women, Religion, and Social Change》 《Women’s Buddhism, Buddhism’s Women》 등이 있다.  
옮긴이 : 안옥선

전남대 심리학과 및 동국대학교 대학원 인도철학과 졸업. 미국 하와이대학교 철학과 졸업. 철학박사. 현재 전남대 강사. 저서로 《Compassion and Benevolence》, 논문으로 〈초기불교 윤리의 한 이해〉 〈초기불교 윤리의 프라이버시 지양성과 公私 구분 거분성〉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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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한을 검색하다가 발견했습니다. 깨달음의 사회적 제한이라니 억울한 생각마저 드는군요. ;;
칼리의 깨달음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면 그런 시각뿐인건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제가 베다신화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라 그저 갸우뚱 할 뿐입니다.



전혀 다른 이야기 : 원작이 있는 영화의 경우, 원작을 한번 읽어보거나 하지 않는걸까요? 아는 애들하고 (진짜 어린 애들, 18, 20 그 나이대) 트로이와 일리아드 이야기를 하니 스포일러라고 화내더군요. 이런, 언제부터 아킬레스와 아가멤논의 이야기가 스포일러가 되버린 걸까. ㅡ.ㅡ;; 그리스 로마신화 만화책도 안본건지. 그거 볼 나이는 지났긴 하지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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