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펠을 읽으면서 작가가 따뜻하면서도 꽤 날카로운 지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었어요. 그리고 여자 인물들이 독립적이고 강했구요.
배경이 12세기 슈롭셔 수도원이라 제한될 수밖에 없었겠지만, 아가사 크리스티가 20세기 초중반 잘 먹고 잘 사는, 그야말로 문화자본을 가진 인간들의 풍속도를 그렸다면(중상류층외의 인물들은 그냥 배경/그림자에 불과하잖아요) 엘리스 피터스는 노동하는 사람들의 삶과 자존심에 의식적으로 초점을 많이 맞추고 있었어요. 당연한 듯이 보수적이었던 크리스티보다 훨씬 정치적으로 깨어있었다고 볼 수도 있을 거에요.
오른쪽의 할머니가 Edith Pargeter 1992
여기 가시면 제가 옮겨온 사진과 함께 보다 자세한 내용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여기를 클릭 하시면 파지터에 대한 프로그램을 들으실 수 있고요.
이 프로그램을 들으니 파지터는 크리스티와는 달리 노동계급 출신이고, 혼자 자기 길을 개척한 사람이었더군요. 강한 여성이고 계급의식도 뚜렸했구요.
재미있는 건, 이 분이 제가 짐작한 대로 늘 노동당을 지지했었고, 좌파적 성향을 보여주었지만 마가렛 대처가 등장하자 강한 의지를 가진 '여성'이란 이유로 대처를 지지했답니다. 보수당 지지로 돌아선 건 아니고, 최소한 매기 대처가 남자만 득시글거리는 높은 자리까지 가기 위해 보여준 놀라운 의지를 존경한 것 같더군요. 그래서 주변의 (넓고 느슨한 의미에서) 좌파 친구들을 놀라게 한 것 같아요.
지넷 윈터슨도 전에 티비에 나와서 대처가 여성이었기 때문에 지지했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 '박근혜' 논란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제가 아는 좌파 남자애가 윈터슨이 대처를 지지했다니까 펄펄 뛰면서 '대처가 여성복지의 모든 성과를 거꾸로 돌리고 얼마나 반여성적이었는데...작가가 정치적으로 나이브 하다'고 하더군요. 그 남자애는 꽤 실천하는 프로 페미니스트인데도 그부분은 전혀 이해가 안가나보더라구요. 그걸보니 페미니즘에는 성별 경험에 따른 epistemology의 문제가 있긴 있나보단 생각도 들었어요. 물론 영국 페미니스트들은 대처에 대해서 매우 격렬하게 엇갈리는 견해를 보여주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