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아트시네마 개관기념전에서 다시 봤습니다. 91년 개봉당시 연소자라서 극장에서 못 보았기 때문에 필름으로 본 것은 처음입니다. DVD가 아직 출시되지 않았고 비디오판에서도 몇몇 삭제장면이 있어서 '완전판'으로 본 것도 처음이고요.
이 영화는 말하자면 제가 처음 본 유럽 아트하우스 영화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유럽 영화는 재미없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첫눈에 빠져 들었는데요. 아무래도 이렌느 야곱이 연기한 베로니카/베로니크의 얼굴 때문이었던 것같습니다. 아니면 유명한 영화음악 때문이거나요.
한때 TV 더빙판 영화를 녹화해서 대사를 외울 정도로 열심히 보았기 때문에 생뚱맞은 자막(자막이 뚝뚝 끊기는 것도 그렇지만 왜 알렉상드르는 반말을 하는데 베로니크는 존대말을 하는 겁니까!)에 상관없이 볼 수 있었고요. 다시 보니 폴란드어 대사를 더빙했다는 것이 티가 나더군요.
이렌느 야곱이 칸느 여우주연상 받을 때 베로니카와 베로니크를 어떻게 차별화해서 연기할지 몰라 당황했다고 했는데 전 꼭 집어 말할 수 없지만 두 사람이 틀려 보인다고 생각했답니다. 아마 연기하기는 폴란드어 더빙에 노래 더빙까지 한 베로니카가 훨씬 어렵지 않았을까 싶네요.
혹시 저처럼 이 영화보면서 이렌느 야곱의 얼굴이 주변 물체에 반사되는 이미지를 찾아 본 분 있나요? 거울은 물론이고 유리창이나 금속표면 등등에 비춰서 이중이미지로 나타나는 장면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볼 때마다 참 신기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와 같은 감독인 키에슬롭스키의 세가지색 삼부작의 마지막 편만 빼면 이렌느 야곱의 영화는 별로 기억나는게 없군요. 레드 DVD에 나온 인터뷰를 보니 이제는 몸이 좀 불어서 넉넉한 얼굴이 되었던데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나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