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장화, 홍련]드디어 그 병명이 밝혀진다 (스포일러 주의)
* 이 글은 Joycine 영화관련 기획특집 기사중에 한정수( Js_han@cultizen.co.kr) 님이 올린
글을, 일본 Innolife.net 이라는 웹진이 일본어로 번역해 올린 글입니다. 그것도 모르고 제가
한국어로 또 재번역해서 올렸네요 아이고. 가능하면 원래 쓰신 한정수님의 글을 읽어주세요.
원문 http://www.joycine.com/service/special_project/different/different.asp?id=5703
[장화, 홍련]드디어 그 병명이 밝혀진다
(한국정보발신기지 Innolife.net 웹진)
조용하고 넓은 저수지를 따라 고풍스러운 목조의 단독주택이 서 있다. 병원에서 요양을 마친
수미와 수연 자매를 아버지가 데리고 돌아온다. 새엄마 은주는 과장한 소리로 아이들을 환영
하지만, 실은 은주와 아이들은 서로를 증오 하고 있다. 은주는 병든 생모를 자살로 몰고 간
장본인으로, 은주에게 있어 아이들은 사사건건 걸리적 거리는 의붓 자식들이다. 다음날 아침,
수미는 어린 수연을 위해 은주의 침실에 몰래 들어가 그녀의 생리대를 가지고 나오다가, 잠이
깬 은주로 부터 생리날짜가 같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잠시 후, 수미도 생리날짜가 같다는 걸
깨닫고 당황한다. 생리. 집에 들아온 첫날 밤에, 수미,수연 자매는 그토록 증오하는 은주와
같은 날에 생리가 시작된다. [장화, 홍련]에는 교활한 매거핀(Maguffin)은 없다.
그렇다면, 세 여자의 생리는 무엇을 말하는가. 이 영화의 메인 포스터를 보자. 아이들의 다리
사이로 흘러 내리는 피는 도대체 무엇인가. 세 여자는 함께 말한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뭔줄 알아? 잊으려고 노력해도 잊을 수 없고, 생각을 멈추려고 해도 멈출 수가 없어서, 평생
유령처럼 따라다니는 기억이야'. 포스터 속의 핏빛 가족 사진은, 세 여자의 끔찍한 기억이 한
집에서 뒤엉켜, 앞으로 일어나게 될 비극과 공포를 암시한다.
그녀들의 다리 사이로 흐르는 피는, 상처 입은 모성과 불길한 죄의식과 지독한 증오가 얽힌 것
이다. 그녀들의 몸에 깊게 새겨진 '유령'과도 같은 기억의 상처들이다. 깔끔하게 처리하고 싶지
만 넘쳐흘러 버리는 생리혈이다. 아버지는 젊은 여자를 집으로 끌어들이고, 병든 생모는 딸의
옷장안에서 스스로 목을 맨다. 수연은 엄마의 시체가 든 옷장에 깔려 죽어버린다. 그러므로,
아버지는 어머니와 수연을 죽인 간접 살인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스티븐 시갈처럼
시종일관 코피 한방울 흘리지 않는다. 희생이 되는 것은 언제나 여자들이다. 아버지는 그져 바라
보고만 있고, 링 위에 올라서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버지의 그 '고뇌하는 백치미'는 이 영화의 대전제다. 그건 멍청해서도 비겁해서도
아니고, 수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디테일한 갈등의 서사를 짐작조차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수미는 일종의 다중인경성장애(Multiple Personality Disorder)를 앓고 있다. 3명의 여자가 하나
의 몸에 살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한 것은 그 3명의 인격이 교대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시간안에서 서로 만나고, 상호작용을 한다는 점이다. '프리미얼 피어'의 아론이 아니라,'파이트
클럽'의 '타일러 잭'에 가까운 '동시 해리성 증후'인 것이다. 그렇다면 '평생 유령처럼 따라다니
는 기억'조차 그 진위를 알 수 없게 되버린다. 은주는 어쩌면 계모가 아닐지도 모르고, 아버지는
정말로 딸을 걱정하는 가슴 따뜻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수미는 죽어 가던 어머니와 수연을 도와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의식에 사로 잡혀, 가상의 계모를
만들고 혼자서 증오와 파국의 롤플레잉 게임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모두는 그녀 한사람
이 만든 것으로 그녀만이 알고 있고, 그녀 만이 끝낼 수가 있다. [장화, 홍련]에 끊임없이 등장하
는 피가 모두 '여자만의 것'이라는 이유가, 모두가 같은 날에 생리가 시작된 이유가 이런 식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렇게 놓고 보면 그녀'들'의 생리혈은 '모성-상처-죄의식-증오'의 합일체로서
매우 훌륭한 아이콘이 된다. 그러므로 포스터에 등장하는 것이다. 아기와 '합체'한 채 다리 사이
에서 피를 흘렸던 그 침대귀신도 같은 의미. 그러나 이렇게 까지 해석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뒤얽힌 채, 완전히 풀려질 수 없는 [장화, 홍련]의 스토리는 대부분 모순되어 있다.
예를 들어, 논리상 매우 중요한 인물인 수미의 외삼촌 부부가, 은주의 남동생 부부인지 친엄마의
남동생 부부인지 모른다. 이것은 둘 중 어느 쪽이냐에 따라 완전히 이야기가 달라져 버린다.
은주는 정말로 계모일까? 아니면 그냥 단순한 아버지의 동료? 어쩌면 그냥 애인일지도 모른다.
계모라면 왜 그 집에 살고 있지 않은걸까. 계모라가 아니라면 마지막 수연의 방 장면은 뭘까.
이것 역시 어느쪽이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지금까지의 끔찍한 모든 사건들이
수미 혼자만의 모노드라마라고 설명해놓고, 수미의 숙모가 발작을 일으켰을 때 싱크대 아래에서 본
아이는 누구란 말인가. 드라마에 필요했던 그 엄청난 양의 피를 수미 혼자서 어떻게 조달했는지,
마지막에 계모(혹은 아닐지도 모르는) 은주를 덮치는 이불 귀신은 또 누구일까. 확실히 극적인 반전
이 존재하지만, 그 반전으로 설명 되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링]의 장르적 비주얼, [디 아더스]의
고딕 미쟝센, [파이트 클럽]과 [식스센스]가 이리저리 뒤섞여 있을 뿐이다. 영화 전편에 걸쳐 발견
되는 수많은 상징과 복선은 끝까지 애매한 상징과 복선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위에
끔찍하게 엉켜 싸우는 캣 파이팅 (cat fighting). 피로 물든 링 위에서 펼쳐지고 있다.
여자들이 구경거리가 된다. 지금까지의 공포는 그냥 '동물적인 납량'이 되고, 비명을 지르던 관객들은
슬슬 본전 생각이 나게 된다. 그녀들의 피와 비명과 히스테리들은 어느 순간 익숙해져 시시하게 된다.
김지운의 지병은 김기덕이 오랫동안 앓고 있는 것과 증세가 같다. 견강부회성(牽強附会性), 선천성 불순
증후군. 여기저기에 포진한 세련된 상징들을 읽지 않으면 안되건만. 포스터의 암시를 읽어주어야만.
그래야 치밀한 서사를 이해할 수가 있는데, 그래야 가공할 공포가 완성되는데. 아무튼 이 아이들의
다리 사이에서 흐르는 피는 뭐란 말인가. 왜 끊임없이 다리 사이에 피를 발라 놓는거야. 여자들의 생리
는 여전히 불길한거군요. 무서워하지말고 go, go...
번역 리뷰 (일어 ) http://contents.innolife.net/liste.php?ac_id=20&ai_id=3482
일본 사이트에서 읽다가 시점이 너무나 독특해서 퍼왔습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군요.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