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고양이 잡담

  • tnaor
  •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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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동물을 적당히 좋아하는 편입니다.
절지동물을 제외하면 사람보다 솔직하고 착하고 귀여운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기를 생각은 없습니다.
주인장께서 가끔 올려주시는 창밖 고양이 가족 얘기를 흐뭇하게 듣는 정도라고 할까요.

학교에서 밤늦게 돌아오는 일이 많은데
얼마 전부터 저희 동 현관 앞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마중을 나와 있습니다.
아주 흔한 잿빛 얼룩 고양이인데, 배가 불룩한 것이 새끼를 가진 모양입니다.

요녀석이 어찌나 뻔뻔한지
사람이 불빛 환한 현관에 나타나도 놀란 기색조차 없이 문을 막고 앉아 있습니다.
카드 키를 그어야 현관문이 열리는데, 얘가 비켜줘야 문을 열고 들어가죠.
밤은 늦어 부모님께 혼날 테고 피곤해서 얼른 자고 싶은데 이러면 정말 난감합니다.

처음에는 추적추적 비오는 밤에 고요한 단지 한복판에서 너무 놀란 나머지
"얘, 비켜"만 연발했습니다. 녀석은 저를 쳐다도 안보고 문만 막고 앉았구요.

"얘가 왜이럴까? 너 혼난다!"
"냥"
"(발한번 쿵 굴러주고)"
"(갸웃 한 번)냥"
"먹을 거 없어, 가, 가, 가!"
"냥, 냥"

그러다 녀석이 귀찮다는 듯 슬쩍 비키면 감읍하면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아주 눈치가 없지는 않은지 문 안으로 따라오는 적은 없더군요.
아침에 현관에서 지린내 비슷한 악취도 떠돌고 해서
아파트 경비실에 말하려다가 귀찮기도 하고 비오는데 갈곳 없어 그랬으려니 하고 말았는데
사나흘간 족히 2, 3분은 실갱이를 하니 귀가길이 좀 무서웠습니다.

실험실 사람들이 먹을 거 갖고 가서 저 멀리 휙- 던져주면 간다고 말하기에
커피숍에서 각설탕 한 개-_-, 집앞 편의점에서 천하장사 한 개 사들고 우산 받치고 왔는데,
시간은 밤 열시 반, 녀석이 없네요.

벌써 해산을 한 것일까요?
다른 누가 신고를 해서 쫓겨난 걸까요?
저한테 싫증이 난 걸까요?
현관 앞이 비어서 안심할 때쯤이면 현관 옆 수풀에서 홱 튀어나와 문을 가로막던 녀석인데요.

소세지 쥐고 온 손이 좀 무색해서
토막낸 소세지와 각설탕을 문 앞에 놓고 후닥닥 들어와 버렸습니다.
날마다 현관 쓸고 닦으시는 청소 아주머니께 죄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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