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비언 눈으로 세상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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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즈비언 눈으로 세상을 비판”


레즈비언인권연구소 차린 박김수진씨

서울 마포구 좁다란 한 골목길, 1평 남짓한 전셋방.


연구소는 2004년 5월 한국, 그들의 모습 같았다.


12일 '레즈비언인권연구소'를 찾았을 때, 160㎝ 남짓한 키에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박김수진(30) 대표가 맞았다. 그는 깜찍하게 짖어대는 '똥개'와 같이 살았다. 한 페미니즘 여성지는 "한국사회가 레즈비언에 대해 이제 호기심의 차원을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기자는 아직 호기심에서 그를 찾았다. 연구소(lesbian.or.kr)는 지난 3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기자는 "레즈비언에 대해 거의 모릅니다. 저 같은 사람을 이해시키는 것도 연구소의 한 역할이겠죠"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대표는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해왔죠?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에서 지난 4년간 활동했어요. 94학번이고, 여성단체에서 3년 정도 일하다가, 지난 2000년 5월부터 '끼리끼리'에서 활동했어요. 대학에서 사회학, 대학원에서 시민사회단체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연구소 활동가 3명 가운데 제가 '인터뷰용' 대표를 맡았죠.




-'레즈비언의 역사복원', '레즈비언이 설계하고 창조할 수 있는 세계'…. 홈페이지의 글들이 어렵고 추상적이네요. 무엇을 하려고 연구소까지 차리셨죠?


=어렵나요? 새로운 세계에 대한 고민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레즈비언 운동전략 등을 좀더 새롭고, 레즈비언의 시각에서 주체적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끼리끼리' 안에서 할 수 있지만, 운동은 동시다발적으로 굴러야 에너지가 생겨요. 한곳에서 모든 여성의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이슈화하지 못해요.




△ 동성애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


또 10여 년간 축적해 온 레즈비언 관련 자료들과 성과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이론화하는 연구 활동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연구소 활동을 시작한 거죠. 소수자는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어요. 레즈비언이기 때문에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세상, 새로운 세계를 보는거죠. 레즈비언의 시각에서 지금의 체제를 비판하고 통일문제와 계급, 빈곤을 얘기할 수 있는거죠.




그는 레즈비언 운동이 동성애 운동 안에서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뷰 제의를 망설이며, "전화로 인터뷰 하면 안될까요"라고 하던 때와는 달랐다.




=(지난 93년 11월 결성된 한국 최초의 동성애자 인권모임) '초동회'가 만들어졌다가 몇달 뒤에 바로 해체됐어요. '게이'(남성 동성애자)는 나와서 '친구사이'를,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은 '끼리끼리'를 만들었죠.


그런데, 게이도 한국사회 남성이라는 한계가 있었고, 한국 남자는 10명이면 10명 모두 가부장적이잖아요. 회의 과정에서 목소리가 크고 봐야 이기고…. 당시 게이 바는 많았고 활동비가 들어왔는데, 레즈비언 바는 없었어요. 이때문에 (게이 중심으로) 활동과제를 선정하면서 문제가 있었죠. '친구사이'는 돈 많은 게이들이 94년 1월에, 쥐뿔도 없는 레즈비언들이 같은 해 11월에 '끼리끼리'를 만들었죠. 초동회 분리시점이 많은 것을 시사해요. 최고 부자가 게이 커플이고, 여성·남성 이성애자 커플이 다음이에요. 지지리궁상은 레즈비언 커플일 수밖에 없죠.




그는 레즈비언 운동이 인정받지 못한 구체적인 예를 들었다.




=동성애에 관한 이론을 연구한 이론가들만 봐도 그래요. 레즈비언 이론가는 학계에서 성장한 게이 이론가와 비교해 보면 큰 차이가 나요(그만큼 성장하지 못했어요). 둘 다 대표 선두주자인데,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고 봐요. 사회적 시스템과 분위기가 남성적 성장을 도운거죠.




그는 여성운동권에 대해서도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 97년에 한국여성단체연합에 회원단체로 가입할 수 있는지 간접적으로 물었을 때 거절당했어요. 지난 2002년 한국여성재단에 지원신청을 했는데, 한푼도 안줬어요. 그들이 레즈비언을 여성의제화하지 않는거죠. 한국사회는 페미니즘 안에서 레즈비언을 다뤄요. 그 이론은 한국사회의 레즈비언의 현실을 설명하지 못하고, 너무 아름답고 행복하게 다뤄요. '여성해방을 위해 레즈비언이 필요하다' 등의 이론이 넘쳐나고 발표회를 열지만, 한국사회의 레즈비언은 이론 안에서만 고민하죠. 그런 이론은 우리에게 필요 없어요. 레즈비언이 보고 정리하고 만드는 이론을 생산할 때에요. 페미니즘의 레즈비언 이론은 수입된 탁상공론일 뿐이고, 소외감을 느껴요. 화가 난다니까요.






△ 레즈비언 미술가 김포김의 작품 〈레즈필즈〉(왼쪽)와 〈퀴어리언〉



기자는 대표이기 이전에 한명의 레즈비언인 그에 대해 물었다.




-가족은 박김수진씨가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아나요?


=아세요. 대학원에 입학한 뒤에 아웃팅(성 소수자의 성정체성이 본인 뜻과 상관없이 드러나는 것)을 당했어요.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최후까지 몰랐으면 하는 게 부모님이에요. 26살까지 친구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는데, 문제가 생겨 부모님이 알게 됐어요. 최후의 보루인 부모님까지 알게 되면서, '끼리끼리'에 가입해서 활동에 나섰죠.




-본인의 성정체성은 언제 발견했죠?


=중학교 2학년 때에요. 청소년은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없다고들 하는데 때려주고 싶어요.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중·고등학교 때, 성생활 그런 게 어딨나? 지금은 '사랑'도 웃기는 개념인데, '사랑'만큼 사람 잡아먹는 개념이 없어요. 친구가 좋은데 그냥 좋은 게 아니라 너무 좋은 거에요.


손붙잡고 매점가고 떡볶이 먹으면 되는데…, 그게 아니라 너무 좋은 거예요. 그 친구가 집을 나가서 제가 재워주고 도와준 게 계기가 되서 친해지다가, 마음이 이상하게 동하는 거예요. 가슴이 쿵쿵거리고, 천장에 얼굴 100개가 보이고…. 어이없는 증상들을 겪으면서 동성애자나 동성'연애'자 보다는 '여자가 여자를 이렇게 좋아하는 것은 변태인데…'라며 정말 심각하게 생각했어요. 중 2때부터 고 2때까지 4년동안 둘이 운 기억밖에 없어요. '우리는 정신병자다'며 둘이 손잡고 정신병원에 가기도 했어요. 아무짓도 안했는데, 어처구니 없는 감정 때문에 그렇게 손을 잡고 돌아다녔어요. '변태'라고 하면서. 완벽하게 숨기고 살다가, 고 2때 같은반 애가 '너 레즈비언이냐'고 물었어요. 처음 들었고 충격이었어요. 그때 (만나던 친구와) 헤어졌죠.




그의 목소리는 떨리는 것 같았다.




-당시 기분이 어땠나요?


=너무 너무 살기 싫었어요. 자살시도를 3번이나 했어요. 세상에 나만 그런 것 같았죠. 저는 애많은 집에서 엄마, 아빠한테 칭찬받고 성실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것(내가 레즈비언이라는 사실) 하나가 나라는 사람 전체를 비정상적인 범주로 넣고 헤매게 만들었어요. 19살 동성애자 한명이 동성애자인권연대 사무실에서 목을 매고 자살한 적이 있는데, '얼마나 힘들면 갔을까' 이해가 가요.




-무엇이 그토록 힘들게 만들죠?


=추상적인데, 나라는 사람이 존재의 일상을 살고 있는데, 내가 온전하지 않고 굉장히 타락하고, 그야말로 변태성욕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자신을 내면화 하는거에요. 자기를 부정하게 되는거죠.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없게 만들고. 뽀뽀를 하지 않았어도, 동성애에 대한 편견 때문에 치료받아야 되고, 정신병자여서 알려지면 안되고…. 끝임없이 자기를 부정하는 게 살아갈 이유를 잃게 만들기도 해요. 내가 아무리 온전해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커밍아웃하는 순간 확장해서 생각하게 되고, 인생의 희망이나 꿈이나 계획이 다 꺾이는거죠. 소소하게는,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고, 상의하고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상황들이 힘들었어요.




그는 자신의 쓰라린 경험을 토해냈다.




-당시 레즈비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어땠죠?


=단 한번도 동성애자에 대해 좋게 얘기하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어요. 동성'연애'자라고 하면서 이상하고 징그러워하고 비하하는 말들을 매스컴에서 보도했어요. 게이들이 섹스파트너를 찾느니 어쩌니 하면서…. 어두컴컴하고 부정적으로 그려졌어요. 여성지 안에 레즈비언에 관한 기사가 있었는데, 가학적인 섹스를 하는 사람으로 그려졌어요. '레즈비언은 저렇게 섹스에 열광하고 때리면서 뽀뽀하는 사람인가 보다', '검정색 가죽자켓을 입고, 쇠사슬을 하는…'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것을 보면 내 모습이 아니었어요. 여자를 좋아하는 나를 설명하지 못했고, 혼란스러웠죠. 동성애에 관한 기사 등은 당시에도 끊임없이 생산됐지만, 청소년들한테 도움이 안되는 것들이었어요.




-그 당시 '내가 동성애자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았나요?


=했지만, 내가 되서는 안된다, 변태가 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중2~고2 때 만났던) 친구와 안만나고, 암묵적 합의하에 이성애자가 되자며 헤어졌어요. 대학교 1학년 때 남자 2명을 만났는데, '머리를 자르지 말라'는 둥, 이러쿵 저러쿵해서 헤어졌어요. 전혀 두근거리지도 않는 상태에서, 여자로서 기대하는 바를 요구하는 거에요. 그때는 내 짝이 아니어서 그런가보다 했고, 이성애자가 되었다고 기뻐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새로운 여자가 나타났어요. 그 친구를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면서 나는 '동성애자인가보다', '어떻게 그렇게 힘들게 부정하고 헤어졌는데 다시 여자를 좋아하게 됐나' 싶었죠. 당시 PC 통신에 '또 하나의 사랑'이라는 모임이 있었는데, 내 정보가 누출될까바 글도 못 남기고, 사람과 책과 기사를 읽고 또 읽고 굉장히 열심히 알아봤어요. 그때가 대학교 1학년 말이었어요.




동성애에 대해 잘 모르는 이성애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물었다.




-대학교 때 남자와 뽀뽀를 하고서 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나요?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아무 느낌이 없었겠죠. 그냥 이성애자가 돼야하는 현실에서 만나려는 시도를 했고, 그래서 손도 잡았던 거에요.




-성관계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하는데?


=그 질문 자체가 편견이고 우문이에요. 성기 결합만이 진정한 성관계라고 보는 것이 문제죠. 단순한 포옹부터 키스까지 다양하게 가능해요. 그런 질문 자체가 굉장한 잘못이죠. 꼭 성관계를 갖고 키스를 해서 동성애자가 아니에요. 그런 욕구를 갖는 사람이 있고, 즐길 필요가 없는 사람이 있어요. 지금까지는 동성애 문제를 성욕의 문제로만 본 거죠.


섹스는 커플들이 나누는 스킨십의 하나에요. 성관계가 여성들에게 만족을 줄까요? 불행한 일이에요. 50대 아주머니들과 활동한 적이 있는데, 밤마다 조국을 생각한다고 하더라구요.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고, 할인매장에 가서 뭘 살까를 생각한다는 거에요(남편과의 성관계 때 엉뚱한 생각을 한다는 것). 성관계에서 전혀 서로를 배려하고 대화하며 서로 만족하는 것에 대한 얘기를 나누지 않는 거죠. 남성들의 관점이고, 여자들이 어떻게 느끼든 그것이 정상적인 관계라고 보는 것이죠.




-레즈비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뭐죠?


=동성애자는 태어날 때부터 그렇다고 여기고, 성정체성 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거에요. 유전인자가 이상하다 등의 생각도 마찬가지예요. 또 아버지가 가부장적일수록 그럴 가능성이 크다거나 등도 그렇고. 아빠가 가부장적인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성폭력 피해를 입으면 레즈비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는데, 서울시내 지하철을 타면서 성추행을 안당한 사람이 어디있나요? 또 여자 역할과 남자 역할을 나눈다는 것도 엄청난 편견이에요. 이성애자들이 나누고 사는거죠.


자신이 이성애자라고 생각한 목사가 있었는데, 동성애에 관한 연구를 하다가 게이를 만나면서 '성 정체성이 변하나 보다'라는 경험을 했어요. '썩 괜찮은 남자를 만났는데 성욕구가 생기더라'는 거에요. 이것은 여자와 남자의 문제가 아니에요. 좋아하는 사람을 만지고 싶은데, 그 사람이 여자인 거에요.




-레즈비언이라는 게 당당하다면서, 커밍아웃은 왜 하지 않는지 궁금한데요?


=개인적으로 커밍아웃(자신이 동성애자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한 뒤 활동하다가 강간당하고 돌을 맞는 것에 대한 무서움은 없어요. 다만 부모님이 알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게, 나의 활동에 의해 부모와 동생의 일상에 피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커밍아웃하지 않는 거예요. 부모님은 그 분 나름대로 인생이 있어요. 욕심 같아서는 내가 좀더 과감하고 나쁜 딸 소리를 듣더라도 커밍아웃을 하고 싶지만…. 스트레스가 많아요. 내가 일상에서 싸워야 되는데, 활동을 온전히 하지 못하는 게 …. 가족주의가 절 망친 셈이죠. 가족주의의 문제 알지만 어려운 문제예요. 많은 동성애자들이 느끼는 문제죠. 내가 당당한 것과 내가 당당해지기 위해 감수해야 할 것이, 내가 아니라 타인들이고 그들이 감수하고 피해를 입어야 하니까….




레즈비언으로 그가 보는 한국은 어떨까?




-한국사회에서 레즈비언의 현실은 어떻죠?


=마치 이해의 폭이 넓어진듯 하지만, 실제 동성애자 개개인이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여전히 벽장에 갇혔고, 창살 없는 감옥에 살고 있어요. 미래를 계획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계가 많은 게 현실이고, 이때문에 죽는 청소년들까지 있어요. 동성애자에 대한 담론이 확산됐다고 하지만 담론 안에만, 연구 안에만 머물러요. 동성애에 관한 연구는 여성이자 이중억압을 겪고 있는 레즈비언이 아니라, 게이를 대표하는 동성애자의 문제담론인거죠. 동성애에 관한 30여개의 국내 석·박사 논문 가운데, 2개를 빼고 모두 게이중심의 동성애 연구에요.




그가 내놓은 자료는 피부로 다가왔다. 그가 지난 4월 서울과 부산지역 20~30대 레즈비언 561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비하발언을 들은 적이 있다' 31.3%, '두려움이나 공포를 느낀 적이 있다' 23%, '자해욕구가 있거나 시도했다' 12.3%, '자살욕구가 있었다' 10.8%, '물리적 위협을 받았다' 4.9%, '자살 시도를 했다' 4.5%, '따돌림이나 왕따를 당했다'4.3%, , 기타 8.9% 등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는 무엇을 의미하죠?


=동성애자 문제가 나아졌다고 하지만, 많은 레즈비언의 현실은 자기를 부정하고 혐오하고 두려움에 떨어 자살을 꿈꿔야하는 거예요. 자살에 성공한 청소년도 많다고 생각해요. 청소년은 자살하면 '성적비관'으로 보도되지만, 그것을 믿지 않아요. 증거를 주위에 남기지 않는 거에요.




-레즈비언은 한국에 몇명이나 되나요?


=두 가지 얘기를 할께요. 우선 레즈비언과 게이의 인구를 묻는 게 우문이죠. 드러내지 않으니까 조사가 불가능하니까. 둘째, 성 정체성은 선택할 수 있고 변하는 것예요. 특정범주로 정하는 게 바보같은 시도고, 인구를 알 수 없죠. 다만 양적자료가 필요한데, 레즈비언 업소, 친목모임 등에서 한달동안 만났는데 500여명을 만났어요.




-급진적 운동을 펴겠다고 했는데?


=얌전하게 하지않고, 과격하게 운동을 할 거에요. 분리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남자들 눈치보고 잘 나가는 여성학자와 여성단체, 게이학자들 눈치보면서 이론을 연구하지 않을 거에요. 동성애자 인권운동단체 여성운동판에서 눈치보지 않고 과감하게 할 말을 하면서, 독창적인 이론을 만들거에요.




-한국사회에 하고 싶은 말은?


=주위 친구나 가족 가운데 (동성애자)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모두 침묵하고 사니까 같이 숨쉬고 밥먹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뿐이예요. 결코 동성애자 문제가 남의 문제가 아니고, 내 딸, 내 가족의 문제라고 봐야해요.


한국사회는 이성애가 권장되는 사회라고 생각해요. 특히 레즈비언이 억압받는 이유는 가부장적인 남성권력 일반이라고 한다면, 피지배세력이 여성이라고 생각해요. 이 사회의 불필요하고 없어야 할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타락하고 변태라고 하지만, 이것은 선택이 가능한 문제고, 성정체성은 변화가 가능하고, 바로 옆에 있을 수 있어요.




-끝으로?


=인권연구소에서 평생을 운동하겠다고, 돈도 안되고 인정도 못받는 것을 하겠다고 나선 셈이에요. 결심을 하게 된 이유가 궁극적으로 자기존재를 부인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들이예요. 나의 10여년 전 삶을 살고 있을 청소년들의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지 않고, 그것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요.


지금은 이론 안에 레즈비언이 있어요. 이론은 연장통에 든 연장일 뿐이예요. 그 연장을 사용할 사람, 실천이 있어야 하는거죠. 지금은 탁상공론이자 이론의 향연일뿐. 이론은 반드시 실천을 전제로 해서, 실천하면서 풀어낼 때 가치가 있어요. 실천이론이 필요하고, 레즈비언 얘기는 우리 레즈비언이 할 겁니다.




그는 '레즈비언인권연구소'라는 이름으로 후원계좌를 열었다. 그리고 후회했고, 계좌이체된 곳의 이름이 통장에 찍히는 것을 꺼려하는 이들을 위해 '김ㅇㅇ'이라는 계좌를 다시 만들었다. 그는 연구소의 구체적 위치도 밝히지 말아달라고 했다. 동네 사람들이 몰려와 쫓겨날지 모른다고 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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