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가지

  • ginger
  • 05-17
  • 2,657 회
  • 0 건
토요일에 도서관에서 take a girl like you를 빌려왔는데 노느라고 바빠서 못보았답니다. 일주일 대출이니까 시간은 있죠. 티비에서 해 줄 때 Kingsley Amis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안 봤는데, 그땐 루퍼트 그레이브스가 나오는 줄도 모르고 그런 배짱을 부렸네요...

------------------------------------------
지난 토요일에 결국은 그린 커리를 만들었습니다. 손님 중에 채식주의자가 끼어있어서 생선을 빼고 콩, 작은 호박, 청경채와 코리앤더(미국에선 실란트로라고 하데요)를 넣고 태국산 자스민 라이스로 밥해서 먹었어요...

저도 고기는 안 먹는데, 생선은 먹습니다. 채식주의자가 아니라 편식이죠. 생선을 자주 먹는 건 아니고 2주에 한 번 정도 먹게 됩니다...그러고보니 그것만 끊으면 거의 채식주의자가 되는군요. 달걀도 안 먹고 원래 우유대신 두유를 마시는데, 거기다 요구르트와 치즈 등만 끊으면 vegan의 경지에 도달하겠어요....그러고보니 주변에 동물권리보호운동하는 사람들과 불교신자들이 좀 있었군요. 이 사람들은 정치적인 이유에서 채식을 하죠. 생각해보니 채식하는 친구들이 한 1/3은 되네요.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온 애들은 북유럽에 채식주의자가 많은 이유가 원래 그동네 음식이 너무 맛이 없어서 포기하기 쉬워서 그럴거라고 농담을 하던데, 채식요리책을 보면 자기네 음식에서 고기를 빼면 먹을 게 없다보니...인도 아니면 중국 일본 태국에서 빌려다 응용한 게 많더라구요.

영국은 유난히 동물하고 친한 사람들이 많아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물론 동물 학대도 제법 있고, 여우사냥 인구도 꽤 되지만 말이죠. 네덜란드 출신 교수가 매년 박사과정에 동물권리의 철학적 정당성을 연구하겠노란 학생들이 적어도 1명은 들어온다면서 '매우 영국적인 현상'이라고 웃으면서 말하던 게 기억나는군요. 모든 NGO중에 제일 돈이 많은 데가 동물학대방지단체인 RSPCA라는 설이 있으니까요. 돈 많은 노인네들이 전재산을 기부하고 가시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있다네요. About a boy를 보면 백수 휴 그란트가 보는 프로그램 중에 pet rescue란 것도 있었죠...


아무튼 식당마다 채식 메뉴가 있어서 별로 나가서 사먹는데 어려움은 거의 없습니다. 외려 한국 식당에 가면 채식메뉴를 찾기가 매우 어려웠던 게 기억납니다. 오랫만에 런던의 한국 식당에 가서 비빔밥을 시킬 때 고기 빼고 계란 빼고 달라고 했더니 역시나....뭘 그렇게 까다롭게 구느냐는 식의 노골적인 눈총이 돌아오더라구요. 찌개, 국, 모두 고기가 들어가거나 고기국물을 쓴다고 하구요. 제가 생선마저 안 먹었으면 멸치 국물도, 김치도 못 먹었겠죠. 젓갈을 뺀 김치, 맛있고 다양한 나물요리, 두부, 버섯요리도 풍성하고 사찰음식도 발달한 음식문화를 가졌으면서도 채식주의자가 편하게 갈 데가 드물다니...

채식주의자인 친한 친구가 서울에서 한 채식 부페 식당에 갔던 얘길 하는데 다들 개량한복을 입고 도 닦는 분위기에다, 콩/밀고기를 싫어하는 이 친구한테 그 식당주인이 졸졸 따라다니면서 '왜 안먹는냐'고 다그쳐서 소화불량이 올 지경이었다고 하네요. 그 친구가 모단체에서 잠시 일을 했었는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간식으로 순대/떡볶이/오뎅을 사오곤 이 친구가 순대를 안 먹는다고 매우 구박하며 연약한 척 하고 입맛 까다로운 척하는 재수없는 X 취급을 하더랍니다. 그 친구가 개나 고양이를 매우 사랑하는데, 그 꼴도 못봐서 개가 지나가기만 하면 매번 일부러 입맛을 다시면 '아아 그놈 참 맛있겠다' 하기도 하구요. 몇몇 채식주의자들 때문에 회식에서 음식을 선택할 여지가 줄어든다고 내놓고 욕하고...참 남들 입맛이나 취향에 대해서 왜 그렇게 강요를 하는지..매우매우매우매우 몰상식해요....
----------------------
동물권리나 개고기 혹은 채식 이야기를 하면 '이 세상에 굶어 죽거나 고통받는 인간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배부른 소리를..'하는 사람들이 꼭 있습니다. 좀 오래된 이야기지만 제 기억으론 한겨례신문에도 그런게 실렸었어요. 그렇다고 딱히 '고통받는 인류'를 위해 깊은 생각이나 실천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죠. 그렇게 고통받는 다른 인간들이 신경쓰이면 좀 덜 먹고 그 돈 모아서 성금이라도 보내던가....찾아다니면서 비싼 돈 주고 개고기까지 악착같이 먹어대면서 세상에 고통이 어쩌고 하면 가소롭죠. 그냥 좋다니까 먹는다고 하지. 누가 채식주의자되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유난떨라는 것도 아닌데...누군가가 측은지심 가지고 동물의 생명을 존중한다거나, 주변의 생명체를 잔인하게 학대하는데 반대한다는 말을 듣는 것도 그렇게 고까울까요? 저는 채식주의자도 못되고, 동물권리를 옹호하는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누가 그걸 실천한다면 존중하게 되던데요.

하긴 예전에 언급한 적 있는 그 한국출신 마르크스주의자께서는 열심히 실천하는 동물권리/채식주의자에게 비아냥거리면서 '그렇게 생명이 소중하면 식물은 왜 먹어? 식물은 감정과 고통을 못 느낀다는 걸 니가 어떻게 알아?'하더군요. 사람, 특히 남자, 노동자 계급중심으로 모든 걸 사고하다보면 남이 자기와는 다른쪽으로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걸 그토록 못참아하고 분개한다는 걸 그때 첨 알았다니까요.
--------------------
Bodyshop이 목욕용품이나 세제 등의 동물실험에 반대하고 천연재료를 쓴 상품을 내어놓은지 한 30년만에 유난떠는 헛소리라고 치부되던 일들이 메인스트림으로 자리잡았죠. 심지어 다국적 기업까지도 이걸 받아들여서 로레알은 전혀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다고 해요. 아직도 동물실험으로 문제가 되는 다국적 기업으론 프록터 & 갬블과 유니레버 등이 있다고 합니다. 영국에서 파는 대부분의 상품의 동물실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웹사이트도 있답니다.

--------------------
재방송인 것 같던데 어제 밤 티비에서 시청자가 뽑은 100명의 무비스타란 프로그램을 해주더군요.20위권으로 가니까 사뮤엘 잭슨을 제외하고 어쩌면 모조리 그렇게 헐리우드+미국+남자+백인 배우 일색인지.영국출신 배우들도 있지만 헐리우드에서 이름을 낸 몇몇 사람들에 불과하고요..안소니 홉킨스, 유안 맥그레거 정도? 프랑스 사람으론 드파르디외, 동양계는 볼리우드 스타 한 명과 이소룡과 성룡이 50위권 밖에 들어있었다고 해요. 1위는 알 파치노, 2위는 로버트 드니로, 3위는 톰 행크스더라구요....

----------------------
블레어가 바닥을 친지 오래되었지만 이젠 정말 노동당에도 부담스런 존재가 되어가는 것 같군요. 문제는 이사람이 물러나도 들어오는 인간들이 거기서 거기란 거겠죠.

블레어 내각에서 내무성 장관을 맡고 있는 데이빗 블렁켓이란 사람은 어찌나 보수적인지 이민정책에서 보수당 뺨치는 갖가지 짜증나는 정책을 들고 나오고 있습니다. 시민권 획득하는 절차를 요란스럽게 하는 미국이 꽤 부러웠나봐요. 찰스 왕자도 불러다 썰렁한 행사도 하고 국기에 대한 맹세도 시키면서 아주 뿌듯해 하더군요. 달리 할 일도 없고 기술도 딱히 없는 실업자 찰스 왕자한테 일거리를 주려면 좀 힘들고 바람직한 일 - 쓰레기 분리수거라든가, 병원청소, 중국 이민자들이 떼로 빠져죽은 모콤 베이에서 배타고 일하기를 시키던가. 그 알량한 시민권 하나 주면서 더럽게 생색은...경계를 넘나들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국가가 으쓱대면서 간섭해 들어오는 꼴이라니.

----------------------
그러고 보니 보수당의 한 몰상식한 의원이 엄청나게 인종차별적인 농담을 해서 문제가 된 일이 생각나네요. 위에 말한 중국 불법이민자들이 안전장치도 없이 혹사당하다가 수십명 익사한 모콤베이 사건이 지난지 얼마되지 않아서 이 인간이 사석이지만 농담이랍시고 상어들의 대화를 꺼냈답니다. 맨날 생선만 먹어서 질렸다면서 모콤 베이에 중국요리 먹으러 가자고요...이 사람 정말 몰취향에 몰상식해서 보수당에서도 쫓겨났다던가 했지만, 더 몰상식하고 부도덕한 건 그런 떼죽음이 일어날 수 있는 시스템이죠.


게시판2004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684 나 오늘 전역.... 김정균 1,298 05-18
683 염색과 탈모 need2dye 1,505 05-18
682 프렌즈 엄청난 즐거움 소소한 짜증 휘오나 2,526 05-18
681 마음에 안드는 표현들 Gaudi 2,092 05-18
680 식스센스의 반전이 있는 이광수의 단편소설 새치마녀 3,255 05-18
679 새벽의 잡담.. 겨울이 1,121 05-18
678 [펌] 싸이월드 중독에 관한 자학적이고 자기고백적인 보고서 젊은 후베날 우르비노 3,207 05-18
677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출연진의 칸느 영화제 사진들 새치마녀 2,158 05-18
676 으하하하하 불새... -.- 총총 2,607 05-17
675 [푸념] 오늘 학교에서 찍찍이 도둑맞았어요 :-< compos mentis 1,464 05-17
674 질문. 단 두 장면만 기억나는 영화 아니 1,245 05-17
673 올드보이를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다면... Anagrama 2,432 05-17
672 돈 까밀로 ginger 1,267 05-17
671 바이러스 때문에 죽겠군요. 겨울이 1,285 05-17
열람 몇가지 ginger 2,658 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