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

  • ginger
  •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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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예술극장에서 알모도바르의 'Bad Education'을 오늘 개봉하네요. 오늘 저녁에 달려가서 볼 예정입니다!


보려고 했는데 아직 못 본 영화로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가 있습니다. 예고편을 보니 'Being John Malkovich'의 작가가 쓴 영화란 티가 팍팍 나는 영화더군요. 짐 캐리가 나오는게 약간 신경 쓰이긴 하지만 케이트 윈슬렛과 커스틴 던스트가 나와서 상쇄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죠.

무엇보다 제목이 맘에 들었어요. 저는 잘 몰랐는데 옵저버 리뷰에서 언급하기를 Alexander Pope의 시'Epistle of Eloïsa to Abelard'에서 따왔다더군요. 그 유명한 12세기의 불행한 연인들 얘기는 저도 어렸을 때 어디선가 읽은 것 같아요. 엘로이즈와 아벨라르, 아벨라르는 거세당하고 머나먼 수도원으로 보내졌고 엘로이즈는 수녀원으로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한 열두살, 세살때 읽었던 것 같은데,그땐 이 이야기를 순정만화같이 받아들였던 것 같네요.

해당 구절만 재인용 하자면

'How happy is the blameless Vestal's lot!
The world forgetting, by the world forgot: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Each pray'r accepted and each wish resign'd.'

엘로이즈 혹은 엘로이자는 수녀원에 갇혀 애인을 그리면서 자기처럼 열렬한 사랑을 경험해보지 않은 다른 처녀들을 한편으론 부러워하기도 했나보더군요. 자기처럼 기억때문에 괴롭지 않아도 되니까. 그래서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라고 불렀나봐요. 이걸 제목으로 뽑은 건 적절한 것 같군요. 헤어져서 괴로운 나머지 ex의 기억을 지워버리려는 사람들 이야기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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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한국 뉴스 제목을 죽 읽어보다 '전직 경찰이 초등학생과 성관계'어쩌구 하는 기사를 봤습니다. 한국 기자들의 어린이 인권감수성이야 애저녁에 포기했지만, 여전히 짜증나더군요. 미성년인데 '관계'란 단어를 쓴 기자들의 양식보다도 그런게 일반적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지는 사회를 탓해야되겠죠.

무슨 험한 일이 일어나도 한국 법체계나 관습상 제일 걱정하는 건, 행여나 성인남자가 무고하게 희생자가 되지 않을까, 남자들의 성욕이 침해받지 않을까 하는 거죠. 서양이었으면 그냥 Statutory Rape인데, 한국에선 '성관계'라니. 행여라도 약한 성인남자들이 팜므 파탈,'꽃뱀'한테 유혹받아 억울하게 인생 망칠까봐 전전긍긍, 법도 성인남자 욕구 보호에 앞장서서 열렬한데 뭐가 걱정이겠어요.


정확한 디테일은 기억이 안 나는데 작년인가 영국의 맹랑한 14살먹은 여자애가 미국의 전직 해병대 30대 후반 남자랑 채팅 끝에 사랑에 빠졌다고 굳게 믿고 둘이 사랑의 도피를 시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남자는 나이만 먹었지 약간 순하고 어리숙한 사람이라고, 주변의 가족들이 증언을 하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이 되어서 애를 데리고 사라졌다는 비난은 피하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이 사람의 가족들도 '이런 큰 일을 저지르다니, 여자애한테 해를 끼칠 사람은 아니다'면서 얼른 자수할 것 을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국제적인 수사끝에 이 어처구니 없는 '커플'이 독일에서 발견되었죠. 그 남자는 체포되었구요. 성인이 되어가지고 14살짜리가 같이 도망가잖다고 실행에 옮긴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거죠. Statutory Rape은 아니더라도 유괴죄가 적용된다고 합니다.


어린이, 혹은 미성년자의 성적 욕망 운운하는 인간들은 이런 걸 보고 아이들 '보호'에 대한 과민반응 히스테리라고, 보수적인 법이라 억압적으로 작용한다고 보는 것 같더군요(미국의 히스테리컬한 기독교 보수주의자들이나 한국의 청소년'보호'위원회 등속은 이런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하지만 미성년자들이 아직 판단이 미숙하다고 우습게 취급하는게 아니라 성인 권력을 이용해서 착취당하는 걸 막는 제도적인 장치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한국처럼 성폭력 사건시에 지독하게 성인남자를 보호해주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법 체계와 관행을 보면, 9살이든 12살이든 정신 장애든 뭐든 어린들도 성'관계'를 알아서 결정한다는 주체적인 인격을 인정해주는 한편(안 맞았고 저항하지 않았으므로 성폭력이 아니다는 그 판결!) 다 큰 성인남자들에 대해서는 매우 유아적인 자기 욕망 중심의 행동을 인정하는 그야말로 '애취급'하고 있죠.

나이와 관계없이 본인의 자유의지 생각해 주는 건 좋은데, 이미 존재하는 경험이나 사회적 위치에 대한 확 기울어진 저울추는 완전히 무시한 그런 의견은 그야말로 보수적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구조를 무시하고 극단적인 자유주의적인 주장을 하면 정말 무시무시하도록 기존체제유지적이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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