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어차피 처음에는 큰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큰 기대라 함은 심오한 드라마, 깊이있는 캐릭터 묘사
뭐 이런거요. 트로이 전쟁같은 블록버스터 만들기 좋은 재료를 왜 지금까지 그냥 뒀을까, 드디어 또 하나의 대작 서사극이 나오겠구나. 즐겁게 보기 좋은 영화~ 하면서 보러 갔죠.
..브래드 피트 멋있다고 여기저기서 난리던데 저는 보기가 심히 괴롭더군요. 끊임없이 그 울퉁불퉁한
근육을 보여주긴 하는데 별 감탄사가 나오진 않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의 미모가 상당히 빛이 바랬더군요. 응? 브래드가 저렇게 평범하게 생겼었나 하고 이상하기까지 했어요.
더구나 그 브리세이스를 병사들에게서 구출해서 번쩍 안아든 뒤에 숙소에 데려가는 장면, 마지막에 트로이 성에 뛰어들어가서 '그녀'를 찾아 헤메는 장면은 정말... 오~ 정말 유치해 죽겠다는 말이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여성 관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생각은 알겠는데 좀더 그럴 듯한 장면을 넣어야 하지 않나요? 요즘 여자들의 수준을 감독이 도대체 뭘로 보는 건지.
더구나 아킬레스를 띄우기 위해 헥토르의 전투 실력을 깎아내린 듯한 장면도 별로 마음에 안 들었어요.
두 번의 대결에서 아킬레스가 헥토르를 거의 가지고 놀더군요. 그리스 군을 상대로 혼자 성을 사수한 최고의 용사인데... 아무리 아킬레스가 불세출의 용사라곤 해도 헥토르가 게임도 안 될 정도였을까요?
에릭 바나는 기대 크게 안 했는데 정말 멋지더군요. 저는 브래드 피트 구경하러 간 거였는데 말예요.
맨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눈이 크게 떠질 정도였습니다. 피트보다 훨씬 존재감이 느껴지는 용모였습니다. 연기도 좋았고요. 특히 헤어 스타일이 맘에 들었습니다. 금색 핀을 꽂아서 예쁘게 땋은 머리..
원작에 없는 파리스와 메넬라오스의 결투 장면은 의외로 좋았습니다. 올란도 블룸의 연기는 괜찮던데요. 다들 비겁하다고 짜증을 내던데 오히려 그런 점때문에 더 와닿더군요. 결투 신청은 자기가 했으면서 정작 죽게 되니까 형 발 밑에 매달리는 비겁하고도 불쌍한 모습은 지금까지 본 블룸의 연기 중에서 최고였습니다. ==== 사실 저 같았어도 그 상황에선 그랬겠지요.
헬레네는 스틸 사진을 보고 워낙 실망을 했기 때문에 오히려 영화를 보니까 좀 나아 보였습니다. 그래도 그 마네킹 처럼 평범한 모습은 역시나더군요. 안드로마케는 무섭게 말라 비틀어진데다 연기도 그저 그렇더군요. 브리세이스는 생각보단 별로였지만 연기도 좋았고 세 여인 중 가장 매력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