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엔 당연히 개인차가 있겠지만 이 영화는 좀 특별하군요. 도저히 편안히
감상할 수 있는 성질의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어젯밤 TV에서 보고 오랫동안
잊혀졌던 감정이 되살아났습니다. 분노와 공포와 슬픔. 그리고 무력감과 수치심이
뒤섞인 감정이었지요. 감정의 동요 때문에 도저히 괴로워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예, 또 군대 이야기입니다. 되살아난 것은 바로 신병 때 느꼈던 감정이지요.
갓 자대배치를 받은 이등병 시절, 저는 평생의 상처가 될 수 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몸이 힘든건 문제가 아니었어요. 저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신병의
인격을 유린하고 상하 권력관계에 기초한 폭력을 행사하는 선임병들 사이에서
질식할 것만 같았습니다. 그들의 무지함과 천박함에 치가 떨렸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선임병들은 어쨌거나 앞으로 2년간
제 삶을 지배할 자들이고(이등병 생각엔) 탈영 뒤에는 감옥이라는 함정이 입을 벌리고
있었으니까요. 거대한 조직 앞에 개인이 얼마나 무력한 지 그 때 경험했지요.
저에게 군대는 엑스페리먼트에 등장하는 실험 감옥과 같았습니다. 단순한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던 수감자들과 마찬가지로, 군대도 사람 사는 곳이라고 막연하게
믿고 들어갔던 저에겐 군대라는 조직의 천박한 폭력성은 상상 이상의 공포스러운 것이
었습니다. 그걸 깨달았을 땐 이미 되돌아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구요. 제가 지난밤
잠을 이루지 못했던 것은 그 때의 절망감이 북받쳐 올랐기 때문이지요.
영화를 보며 이처럼 감정 이입이 된 경우는 처음인 것 같네요.
단순한 수식이 아니라, 정말로 상처를 후벼파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힘들고 괴로운 영화 감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