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kbs 토요명화에서 '엑스페리먼트'(원제 Das Experiment)를 방영했습니다.
2001년 독일에서 만들어진 영화이고 Mario Giordano의 소설 'Black Box'가 원작입니다. 그 이전에
원작은 필립 짐바르도(Philip Zimbardo) 박사의 유명한 1971년 스탠포드대학 실험(Stanford Prison Experiment)에 영감을 얻었고요.
사실 영화의 내용은 실제 실험과 상당부분 비슷합니다.
'인간의 휴머니티가 악을 이길 수 있는가, 아니면 악이 인간의 휴머니티를 이길까?'라는 주제로 시행되었다는 이 실험은 모형 감옥에서 일반인들을 죄수와 간수로 역할지어 두 주 동안 행해질 계획이었지만 간수 역할을 맡은 이들의 가학적 행위의 정도가 심해지고 죄수역의 피험자들이 정신이상현상을 나타내 단 몇일만에 중단되었습니다. 실험에 참가한 피험자와 연구자들 모두 제어력의 마비를 경험했고 실험에서 있었던 가학적 행위들에 스스로도 놀랐다고 합니다.
짐바르도 박사는 작년에 이 실험에 기초한 연구논문을 발표했습니다. A Situationist Perspective on the Psychology of Evil: Understanding How Good People Are Transformed into Perpetrators (2003)
짐바르도 박사의 웹싸이트에서도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실험이'자연상태에서의 인간의 자유의지가 환경에 얼마나 위약한가'를 입증하는 수준은 못됩니다.
심리학 개론 수업 듣다보면 '사회심리학' 차트에서 다루어지는 흥미있는 실험으로는 SPE 말고도 1963년 예일대에서 있었던 스탠리 밀그램 박사의 연구가 있습니다. 이 실험 결과는 사람들이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을 손에 쥐었을 때 피험자가 받게 될 고통의 수위를 미리 통고받고도 '폭력(전기쇼크)을 가하라'는 연구자의 지시에 묵종하여 전기쇼크를 가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심리학 실험이 어느정도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어왔습니다.
실험은 여러가지 변수들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죠. 사소한 변수 하나가 실험 결과 전체를 뒤집는 경우는
얼마든지 가능하니까요. 더군다나 인간의 심리란 살아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불가지한 것들로
가득합니다.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이 실험의 몇몇 사진들과 이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장면들이
얼마전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에서 있었던 미군의 포로학대 사진들과 어느정도 유사점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간수(역을 맡은 사람)들이 77번 죄수에게 가한 학대(mistreatment)를 연상시키는 데일리 미러紙의 표지.
필립 짐바르도 박사의 '스탠포드 감옥 실험'(1971), 올리버 히르쉬비겔 감독의 영화 '엑스페리트'(2001), 아부 그라이브 포로학대(2004)
지난 6일 뉴욕타임즈는 짐바르도 박사의 실험과 밀그램 박사의 연구를 바탕으로 "Simulated Prison in '71 Showed a Fine Line Between 'Normal' and 'Monster'"라는 기사를 실기도 했습니다.
뉴욕타임즈는 일주일의 격차를 두고 이와 반대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Pressure to Go Along With Abuse Is Strong, But Some Soldiers Find Strength to Refuse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같이 테러에 대한 스트레스에 상시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학대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시각에 그렇지만 지시에 의한 상황에서도 이를 거부한 군인들은 있다고 반기를 들고 있는 것이죠. 시카고 선데이의 영화평론가 로저 이버트도 영화에서 죄수와 간수 각각 한 명의 리더들에 의해 전체적으로 가학적인 간수와 반항적인 죄수로 특징지어져 갈등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