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잡담...

  • DJUNA
  • 05-29
  • 1,972 회
  • 0 건
1.
NDT III의 공연을 막 보고 왔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좋은 공연이었어요. 젊은 무용수들의 무시무시한 기교는 없어요. 그와 함께 킬리안 특유의 형식주의 역시 어느 정도 사라졌고요. 대신 작품들이 아주 드라마틱하고 인간적이 되었더군요. 탄츠 티어터의 흔적이 어느 정도 보인다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무용수들이 노래를 부르거나 나오는 음악에 맞추어 립싱크를 하기도 하죠. 전체적으로 연극적인 느낌이 강해졌어요.

가장 제 맘에 들었던 것은 첫번째 작품인 When Time Takes Time이었어요. Sabine Kupferberg와 Egon Madsen의 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이들의 춤에서 노인네들의 체취가 난다는 것이었죠. 구부정하게 움직이는 둘의 춤이 너무나도 설득력있어서 감동적이기까지 했답니다.

Hans van Manen의 Two faces는 섹시했어요. 우스꽝스러운 가면을 쓴 두 무용수가 물결치듯 밀려갔다 휩쓸려가고 뒤섞이고... 그 모든 흐름이 굉장히 어른스러운 감정과 성적 느낌으로 가득 차 있었죠.

하지만 Birth-day는 조금 실망이었어요. 작품 자체의 질 때문이 아니라 그 형식 때문이었죠. 이 작품은 무대 뒤에 투영하는 영상물과 무대 위의 무용수들이 같이 나오는데, 영상물의 비중이 훨씬 더 커요. 그리고 전 이런 공연을 볼 때는 배우들이 테이블 앞에 앉아 부채질하는 것 이상을 기대하거든요. 그래도 영상물은 좋았어요. 저속촬영의 효과적인 활용도 좋았고 그 발랄한 유머 감각도 좋았고요. 그리고 Sabine Kupferberg는 콧수염을 붙이니까 완벽한 채플린이더군요! 하여간 이 사람을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NDT III에게 감사해야겠지요. 참, 토요일에 보고 오시는 분들은 리뷰란에 간단한 감상이라도 남겨주시길.

2.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오는데... 제 앞에 앉아있던 꼬마 여자 아이가 꼭 만화처럼 졸더군요. 그 왜 꼬박꼬박 고개를 떨구다가 갑자기 반쯤 정신이 들어서 '나 안 잤어!'하는 표정을 다시 짓다가 다시 조는 거 있잖아요. 너무 귀여웠어요.

3.
이버트가 투모로우의 리뷰를 썼는데, 대충 동의하는 바입니다. 제가 줄거리 언급하기 귀찮아서 빼먹은 부분을 이 양반은 꽤 자세히 다루었군요. :-)

http://www.suntimes.com/output/ebert1/wkp-news-day28f.html

이런 영화를 보면서 가끔 궁금해하는 건, 왜 재난 영화에서는 어처구니 없고 얄팍한 각본이 필수적이냐는 것입니다. 물론 중요한 건 이벤트 자체이니 인물들이 지나치게 자신을 내세우면 곤란하겠지요.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이들이 특별히 바보같아야 한다는 법은 없지 않겠어요?

4.
돌아오는 길에 사먹은 버블티 때문에 아직도 트림을 하는 중입니다. 가스 활명수 같은 게 집에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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