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fus Sewell, etc.

  • ginger
  •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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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들어와서 밀린 글을 좀 읽었습니다. 저-번에 jelly fish님이 Rufus Sewell 이름을 어떻게 발음하냐고 물으셨더군요. 저는 티비 영화 프로그램에서 이사람 이름이 거론될 때 들었는데요, '수울'쪽에 더 가깝씁니다. cool을 길게 coooool 하다보면 모음에 w 발음이 살짝 섞이는 것처럼 발음하게 되는 거랑 비슷하죠.  본인이 직접 자기 이름을 말하는 동영상은 여기로

http://www.filmscouts.com/scripts/proj.cfm?Type=Caught&Format=RV&Rate=T&File=cannes98/ruf-sew&ReturnPerson=person.cfm?person=192&ReturnTitle=Rufus%20Sewell&ScrnWid=160

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사람 눈이 아주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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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글에서도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 현재 영국의 내무부 장관쯤 되는 데이빗 블렁켓이란 사람에 대한 다큐멘타리를 하더군요. 저번 글에서 제가 이사람의 이민과 난민정책이 보수당보다 더 국수적이고 엄격하다고 투덜거렸었죠.

그때는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 이사람은 시각장애자입니다. 늘 인도견을 데리고 다니지요. 가난한 북부 노동계급 가정에서 눈도 보이지 않는 소년이, 당시 장애자는 전부 지능도 낮은 걸로 치부하던 영국사회에서(한 40년전엔 영국도 장애에 대해 지금 한국사회 못지않게 무지하고 잔인했었더군요) 어떻게 오로지 혼자 힘으로 모든 성취를 해냈는지를 보여주었는데, 다큐멘타리의 기본 문제의식은 그런 '눈물없이는 못보는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이런 배경에서 굳은 의지 하나로 현재까지 온 막강한 정치인 블렁켓을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 였지요.

불공평하고 부당한 시스템에 부딪쳐서 이 사람이 맨처음에 시작한 일은 캠페인이었다고해요. 정치에 들어선 것도 놀랄일은 아니죠. 이사람은 대부분이 노동계급인 지역구에서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문제는 자기가 그토록 불가능한 역경을 오로지 굳은 의지 하나로 다 극복해 낸 사람이라서 그런지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매우 가차없는 기대를 한다는 거라고, 주변의 정치인이나 평론가들이 그러더군요. 가혹하단 거에요. 정치적 입장만 달랐지 마가렛 대처와 매우 비슷한 개인적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철저하게 자기가 아는 노동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이사람의 태도는 이민과 난민에 대해서 특히나 파괴적인 효과를 나타냅니다. 난민인권운동을 하는 사람의 인터뷰를 보니까 현재 블렁켓 밑에서 난민의 처우는 사상 최악이라고 하더군요. 노동 허가증이 없으니 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원해주는 것도 아니고 말이에요. 아주 비참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는거지요. 블렁켓은 인권이라든가 박애를 중산층의 호사품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는 인권단체쪽 사람의 인터뷰에 이어서, 다른 사람들은 '노동계급의 이해와 정서를 대변하다보니 이들의 가장 최악의 면, 외국인에 대한 의심까지도 대변한다'고 하더군요.

여기서 영국의 날카로운 계급 대립과 정서적 분리를 읽을 수 있습니다. 중북부의 노조 출신 정치인들은 소수자에 대해서 덜 민감합니다. 쉽게 말해 아직도 꽤 많은 노동계급 사람들에게 페미니즘은 poncy git들의 개소리쯤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고, 호모포비아도 심하며 외국인에 대한 편견도 많다는 겁니다. 외려 리버럴 성향을 보이는 중산층들이 인권이라든가 소수자의 문제에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자각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지요. 현재 영국 노동당은 이런 사람들을 전부 아우르고 있지만, 중요한 건 민주노동당같이 겁도 없이 '계급해방이 먼저'라거나 동성애에 대한 심한 무지같은 걸 공공연하게 내뱉는 예는 없다는 거죠. 밑에 깊이 깔린 정서야 어쨌든 최소한 말은 그렇게 못합니다. 그게 옳지 않다, 혹은 표 얻는데 나쁘다는 것 쯤은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긴 보수당도 누구나 아는 심한 호모포비아에도 불구하고 말로는 동등한 권리를 잘도 지껄입니다. 자기 표밭을 생각해서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를 반드시 강조함을 잊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동성애자 표도 놓치긴 아쉬운 거겠죠. freak이라고 생각하지만 권리는 인정해주께..는 죽도록 싫지만 니 표는 원해..로 들립니다. 하긴 자기가 편견이 있다고 아무 거리낌없이 이야기 하면서 그에 반발하면 자기 거부감을 감싸지 않는다고 외려 관용과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사람도 있는 판에 그정도면 점잖다고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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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네 집에 권인숙씨의 에세이 [선택]이 있길래 빌려다 읽었습니다.

저는 권인숙씨 글을 읽으면서 답답했어요. 이 분의 글을 읽고 있으면 온 몸의 근육과 신경을 너무나 긴장하고 산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게 팽팽해야 할 데선 매우 느슨해서, 상당히 권위주의적이고 무심한 게 느껴지거든요. 재수없는 마쵸맨 김어준과 딴지에서 불쾌한 냄새를 맡지 못하는 거야 둔해서 그렇다고 치지만(딴지 인터뷰), 자기 책에서 처음 미국에 가서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 받은 얘기를 하면서 '정신지체아'에 비유 한 것,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비하적으로 사용한 것은 심했다고 생각했죠.

이 사람의 주책맞은 실수 이야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자기 실수와 그에 따라온 각성을 그렇게 솔직하게 쓰는 것도 이 사람의 강점이죠. 근데 매번 개선해야할 문제가 나오는 걸로 봐서 핵심은 아직 모르는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

이 에세이집에서도 전반적으로 80년대의 경직된 근육을 애써 풀어보려고 몸부림치는 어색한 몸짓을 보았습니다.

전에 당대비평에 실렸던 글이었는데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중국학생 하나가 '바나나'란 표현을 써서 무심한 인종차별적 언사를 쓴다고 큰 비난을 받은 얘길 하면서,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게 어디까지냐, 자기네들한테나 예민하지 우린 몰라서 그런 걸 그렇게 몰아대면 어떻하냐....뭐 그런 식의 글을 썼던 게 기억이 나요. 찾아보니 여기 있군요.

'...실천이라는 것이 각 개인의 삶속에서의 선택의 다양함이나 특수성을 다 압도할 만큼의 단일한 기준의 적용과 그것의 강요는 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사적억압의 실체를 벗겨내는 것과 개인적 차원에서 사적 억압을 일거에 다 극복해 있는 상태를 요구하는 것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자기 안에 있는 보수성에 대한 변명으로도 들립니다. 물론 사람을 처음 만나서 같은 권씨라니까 무슨공 파인가 물어보는 케케묵은 아줌마로선 업데이트가 좀 힘들긴 하겠죠. 제 친한 친구는 대구 사람인데 어렸을 때 학교 숙제로 그런 걸 알아오라고 해서 아빠한테 물어봤더니 '모른다, 니도 그런 거 몰라도 된다' 하더라는데. 성씨에 내포된 가부장 이데올로기야 말할 것도 없지만 한국 사람 조상의 대부분이 농민이었을텐데 21세기에 웬 양반 허위의식?

위의 바나나가 나온 맥락을 보면 근데 좀 웃겨요. 트리민하의 다큐를 봐서 힘들었으면, 그냥 못 알아듣겠고, 같은 아시아계이지만 정서도 안 맞는다고 얘기하지...영어 못한다고 사람 우습게 아는 교수야 말로 차별을 실천하는 인간인데, 그런 거야 말로 항의감이란 생각이 드네요. 정치적 공정성에 대한 히스테리컬하게 느껴질 지경의 사회적 검열이 가지는 또다른 억압적 측면이나 위선 이야기 하기엔, 권인숙씨 자신이 문제가 너무 많던데요. 이론하고 분리되는, 자기한테 체화된 질문되지 않은 많은 문제들이 한꺼번에 올라오면 힘들긴 하겠어요.

언니네도 [우리안의 제국주의]란 글을 올렸던데, 언니네에 올라온 글은 옮기라고 있는 공적인 글이 아니므로 제목이외엔 생략하겠습니다만, 학자, 그것도 여성학을 공부하며 인권을 다루고, 그의 지도교수는 제 3세계와 세계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란 걸 생각해 보면 좀 많이 늦은 성찰이란 생각이 드는 글이었습니다. 물론 또 하나의 무신경한 실수 에피소드가 포함되어 있죠 :)

권인숙씨가 자신의 뭉친 근육을 풀면서도 정신적으로 좀 세련되고 날카로와져서 좋은 글과 연구가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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